에드거 앨런 포우를 아시나요?

애너벨리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살았답니다

등록 2002.04.24 08:32수정 2002.04.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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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en Poe)를 아시나요?
에드거 앨런 포우하면 우리나라에선 ‘아주 여러 해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로 시작하는 '애너벨리'라는 시로 잘 알려져 있죠. 무척이나 슬프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시를 기억하시는지요.


그러나 저에게 포우는 스티븐 킹에 버금가는 공포와 추리 소설의 대가(大家)이기도 하답니다. 어려서 한참 추리소설에 빠져 있을 때, 별 생각 없이 집어 들었던 '포우 단편선'은 단편으로도 장편 버금가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처음 가르쳐준 책이었죠.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마리 로제의 비밀'같은 추리 소설과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같은 공포 소설 등으로 채워져 있던 이 책을 보고 나서 왠지 섬뜩한 느낌에 등골이 서늘해졌었거든요. 포우가 코난 도일의 홈즈나 아가타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 이상 가는 뛰어난 탐정인 C. 오귀스트 뒤팽을 만들어낸 추리 소설의 대가라는 걸 모르는 분들도 상당히 많더군요.

그러나 인간 포우는 상당히 불운하고 외로운 천재였습니다. 스스로를 ‘가난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불렀다죠. 배우였던 그의 부모 중 아버지는 실종되고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죽었죠.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뒤 양부와의 불화로 인해 대학을 중퇴하고 육군사관학교마저 입학했다가 중퇴하고 맙니다. 가장 클라이맥스인 부분은 26살에 13살의 신부를 얻었다는데 있죠.

그는 글도 쓰고 잡지 편집장도 되었지만, 여전히 가난했고 건강은 좋지 않았습니다. 부인이 24살의 나이로 죽자 그 충격으로 아편에까지 손을 대게 됩니다. 결국 2년 후 과음으로 죽고 말죠. 정말 파란만장한 인생이지 않나요? 이래서 천재로 사는 건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은 포우가 이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감정이입이 된 인물들이 많이 보입니다. 시니컬하고 마치 우리나라 작가 이상의 글을 읽었을 때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드러나거든요.

자신이라는 존재의 무게조차 감당하기 어려워합니다. 운명의 굴레에 갇혀 추락해버린 한 인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죠. 그가 그려냈던 공포는 바로 그 자신이 삶 속에서 느낀 공포가 틀림없을 것입니다. 광기와 공존하는 가련함. 그렇기에 제가 더 섬뜩하게 느꼈던 것이겠죠. 그가 쓴 소설은 후대에 단편 소설, 추리 소설과 공포 소설 심지어는 SF에까지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가적 위치에 대해 평가는 극과 극이라고 하더군요.

서두에 소개한 '애너벨리'는 전체 6연의 시(詩)입니다. 한 마디로 사랑을 주제로 한 애도(哀悼)시입니다. 이 시는 에드가 앨런 포우가 26세로 요절한 아내 비지니아 클렘을 추모하여 쓴 시로, 포우가 사망한 지 이틀 후에 발표하였습니다. 버지니아 클렘은 1837년 13세의 어린 나이로 15세나 연상인 포우와 결혼하여 10여 년 동안 가난과 폐결핵으로 병마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포우는 엄동설한에 짚을 깐 침대에서 가련하게 눈을 감은 아내를 바닷가 어느 왕국에 사는 소녀, 애너벨리로 미화시켜 애도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애너벨리의 사랑은 하늘의 천사들조차도 샘낼 정도의 고귀한 사랑이었으며, 죽음으로도 결코 갈라놓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바닷가 어느 왕국에"라는 구절과 에너벨리라는 애조 띤 음조의 명사를 각 연마다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지난날의 순수한 애정표현을 효과적으로 했습니다. 마지막 연은 밤이 새도록 사랑하는 연인의 무덤 가에 누워 있다고 노래함으로써, 시인의 가슴속에 다시 부활(復活)하는 애너벨리를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포우는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신비스런 환상의 세계로 승화시켜, 죽음을 초월한 영원속에서 사랑이 지속(持續)되기를 염원했던 것입니다. 이 시는 사랑이 식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주요작품으로는 'To Helen. The Raven(갈가마귀)' 등이 있습니다. 1809년에 태어나 1849년에 세상을 떠난 그의 짧은 생애가 파란만장했건만 그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아름다운 꽃과 같은 시 애너벨리는 그가 간 뒤 세인(世人)들의 심금(心琴)을 울렸고, 지금도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 포우를 향한 애정을 갖게 합니다.

한번도 가정을 가져보지 못했던 어느 시인이 'Home sweet home'을 썼고,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가 'Annabel Lee'를 썼던 것입니다.

그는 1809년 1월 19일 보스톤에서 태어나 3살이 채 되기도 전에 양친을 여의고 John Allan이라는 상인, 독지가의 주선으로 자라났으며, 유년기의 5년간은 영국에 건너가 성장했으며, 그 후 다시 미국에 돌아와 버지니아 대학에서 수업함으로써 미국이 낳은 위대한 시인이 된 것입니다.

단편소설가, 평론가, 언론인, 등으로 다채로운 생애를 엮었던 포우는 술에 취하기를 좋아하던 애주가였다고 합니다. 종내 알콜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가난에 시달리다 1849년 10월 7일 발티모아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어느 영문학 교수님으로부터 포우의 시 강의를 듣고 새삼 인생은 짧고 허무하지만 예술은 길어서 그 전파력 또한 큰 것임을 깊이 느끼고 있답니다.

이제 여기 이곳에 조그만 집을 짓고 그의 詩題 애너벨리를 서각(書刻)하여 현판을 올리면서 오래도록 지인(知人)들의 가슴속에 남아 기억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2002년 1월 3일
전원카페 '애너벨리'를 개업하면서 주인 이교철 해설을 올리다.

PS: 전원카페 '애너벨리'의 업주인 이교철 씨는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지방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얼마 전에 명예 퇴직하여 살던 아파트를 팔고 퇴직금을 합해서 평생 모은 돈을 전액 투자하여 영주 나무고개(木峴)에다 2년여에 걸쳐서 살림집과 영업집(전원카페 '애너벨리')을 나란히 지었다.

그는 평소에 '소백난우회' 회원으로서 주로 수석과 괴목에 풍란을 붙이고 석부작을 즐기던 분이었으며,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여 '함지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골동품을 수집해 오다가 카페 인테리어를 그러한 방향으로 했기 때문에 그 집은 특색 있는 볼거리가 있고 분위기가 좋다. 또한 그는 '영주문인협회' 회원으로서 수필을 쓰시는 분이다. 1994년 4월에는 '행복의 샘'이라는 잡지에 그의 난실(蘭室)이 공개된 적이 있다.

Annabel Lee
Edgar Allan Poe

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아주 오래된 옛날
In a kingdom by the sea,
바닷가 어느 왕국에,
That a maiden there lived whom you may know
By the name of Annabel Lee; -
혹시 여러분도 아실 지 모를 애너벨리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살았답니다.
And this maiden she lived with no other thought
Than to love and be loved by me
그리고 이 소녀는 나를 사랑하고
내게 사랑 받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소녀였답니다.

I was a child and she was a child,
그녀도, 나도 어린아이였지요,
In this kingdom by the sea,
이 바닷가 왕국에서,
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그렇지만 우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했답니다.
I and my Annabel Lee -
나와, 나의 애너벨리는..
With a love that the winged seraphs in Heaven
Coveted her and me
하늘의 날개 달린 천사들까지도 시샘하는 사랑을 했었답니다.

And this was the reason that, long ago,
그리고 분명 그 때문이랍니다, 아주 먼 옛날,
In this kingdom by the sea,
이 바닷가 왕국에서,
A wind blew out of a cloud, chilling
My beautiful Annabel Lee ;
한 조각 구름이 바람을 몰고 와,
나의 아름다운 애너벨리를 싸늘한 죽음으로 몰아냈지요.
So that her high-born kinsmen came
그리하여 그녀의 고귀한 친척들이 찾아와
And bore her away from me,
그녀를 내게서 빼앗아 갔답니다,
To shut her up in a sepulcher
In this kingdom by the sea
이 바닷가 왕국의 한 무덤 속에 그녀를 가두기 위해서..

The angels, not half so happy in Heaven,
하늘에서조차 우리의 절반만큼의 행복도 가지지 못한 천사들이,
Went envying her and me; -
그녀와 나를 질투하게 되었지요.
Yes! - that was the reason (as all men know, In this kingdom by the sea)
그렇답니다, 분명 이 때문이었답니다(바닷가 이 왕국에선 누구나 알듯이)
That the wind came out of the cloud by night,
밤새 구름이 몰고온 바람이,
Chilling and killing my Annabel Lee
나의 애너벨리를 싸늘하게 얼려 죽인 이유는..

But our love it was stronger by far than the love
Of those who were older than me -
Of many far wiser than we -
그렇지만 우리의 사랑은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훨씬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훨씬 강한 것이었죠.
And neither the angels in Heaven above,
Nor the demons down under the sea,
저 하늘 위 천사들도, 저 바다밑의 악마들도,
Can over dissever my soul from the soul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
나와 나의 아름다운 애너벨리의 영혼까지 갈라놓을 수는 없었답니다.

For the Moon never beams without bringing me dream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달빛은 내게 항상 아름다운 애너벨리의 꿈을 가져다 주고
And the stars never rise but I feel the bright eye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별들은 하늘에 떠오를 때마다 아름다운 애너벨리의 눈빛을 느끼게 해 주었죠.
And so, all the night-tide, I lie down by the side
Of my darling-my darling,-my life and my bride,
그러기에 밤이 밀려온 내내, 나는 그녀의 곁에 누워봅니다.
나의 사랑-나의 사랑-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In her sepulcher there by the sea-
바닷가 그녀의 무덤 속-
In her tomb by the sounding sea
파도 소리 밀려오는 바닷가 무덤 속의 그녀 곁에..

애너벨리
에드가 엘런 포우


퍽이나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바닷가의 한 왕국에
혹여나 여러분도 아실 지 모를
애너벨리 라는 한 아가씨가 살았답니다.
날 사랑하고 내 사랑 받는 것 밖에는
다른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아가씨.

바닷가의 이 왕국에
그 애도 어린아이 나도 어린애.
하지만 우리는 사랑보다 더한 사랑으로
서로 사랑했지요, 나와 애너벨리는
하늘의 날개 돋친 천사님들도
우리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바로 바로 그 때문, 그 옛날에
바닷가 이 왕국에서
오밤중 구름에서 바람이 불어 닥쳐
나의 애너벨리를 냉기로 휩싼 것은.
그래서 그녀의 대갓집 친척들이
그 애를 내게서 앗아가 버렸지요.
그리곤 바닷가 이 왕국의
무덤 속에 그 애를 가뒀답니다.

천국에서 절반도 행복하지 못한 천사들이,
그 애와 나를 시기하게 된 거지요.
맞아요! 바로 그 때문에
(바닷가 이 왕국에선 누구나 다 알아요)
구름에서 바람이 불어 닥쳐
내 애너벨리를 차디차게 죽였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나이 먹은 어른들, 똑똑한 어른들의 사랑보다도
훨씬 훨씬 강했어요.
저 하늘 위 천사들도 바다 밑 물귀신도
어여쁜 애너벨리의 영혼과
내 영혼을 떼 놓을 수 없답니다.

달만 뜨면 언제나 찾아드는
어여쁜 애너벨리의 꿈,
별만 뜨면 언제나 눈에 선한
애너벨리의 빛나는 눈동자.
그래서 밤새도록 나의 애인, 나의 사랑,
나의 목숨, 나의 색시 옆에 누워 있어요.
바닷가의 그 애 무덤 속에서,
바닷가의 그 애 잠자리에서.

덧붙이는 글 |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http://bluephile.hihome.com/01doc/b-allenpoe.htm'
'http://ohy0124.mytripod.co.kr/anber.html'

덧붙이는 글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http://bluephile.hihome.com/01doc/b-allenpoe.htm'
'http://ohy0124.mytripod.co.kr/anb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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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주고등학교, 선영여고 교사. 한국작가회의 회원. 대경작가회의, 영주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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