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2월 이후 4개월 연속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팔고 있으며 순매도 규모도 3조7천억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순매도 추세가 3분기 초반까지는 지속될 것이나, 그 이후에는 다시 순매수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통계를 보면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4개월 이상 연속 순매도한 때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1997년 8월에서 11월 사이에 4개월 연속 1조9천억원을 순매도 했었는데, 그 때는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에 빠졌었다. 또한 대우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1999년 5월에서 9월까지 5개월 동안 외국인들은 우리 주식을 5조1천억원 어치나 순매도 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5.7%로 나올 만큼 우리 경제는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고 있는데, 그 이유를 다음 네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우선 이익실현일 것이다. 우리 주가(KOSPI 기준)가 지난해 38% 상승한데 이어 올해도 5월까지 15% 올라 다른 나라에 비해서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외국인들은 지역 내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많이 오른 우리 주식을 팔고 상대적으로 오름 폭이 작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주식을 사고 있다.
필자가 최근에 만난 일부 영국의 펀드매니저들은 앞으로 인도네시아 주식을 사겠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주가가 아시아 위기가 시작되었던 1997년 7월 주가 수준을 100이라 했을 때 올해 5월말 현재 20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주가는 5월 말에 76 정도이다.
둘째, 나스닥 시장의 불안에 따라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팔고 있다. 나스닥 지수가 지난해 15% 떨어진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17% 하락해 세계 주요 주가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최근 통계로 보면 나스닥 지수와 외국인 순매수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34로 두 변수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셋째,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주로 팔았는데 반도체 경기 전망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이익 실현 차원에서 팔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싱가포르 항공' 같은 주식을 샀다.
마지막으로 상당수의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저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 소비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4분기 이후 한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가 다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한국 가계의 높은 부채 때문에 소비가 더 이상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다.
외국인 순매도 이유가 이와 같다면 6∼7월까지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더 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기술주 실적이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7월에는 2분기 실적이 알려지는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이에 따라 나스닥 지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반도체 가격도 3분기 초까지는 상승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러나 3분기 중반에서 4분기로 갈수록 이런 여건들이 개선되고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다시 살 전망이다. 우선 나스닥 지수가 7월 전후에 저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말로 갈수록 기업들의 자본지출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정보통신(IT)산업이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올 1분기에는 수요가 늘지 않았는데도 생산업체들의 공급 조절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나 3분기 중반 이후에는 IT 경기의 회복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또한 3분기 중반 이후로 가면서 외국인들의 우리 경제에 대한 시각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3분기 이후 소비와 건설투자 중심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분기 이후에는 금리인상을 포함한 정책 당국의 안정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이 두 부문의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다. 반면에 2분기부터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이 하반기 경제 성장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우리 경제의 성적이 8월 말에 한국은행의 '2분기 국내총생산'에 의해서 나타날 것이다. 이를 보면 소비 등 내수가 다소 위축되더라도 우리 경제가 5∼6%의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쪽으로 외국인의 시각이 바뀔 것이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수급 불균형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3분기 중반 이후에는 우리 주식을 다시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주가 조정을 주식 투자 비중 확대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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