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효순이와 미선이가 생각납니다"

[인터뷰] 평화 선언 참여 조영옥 교사

등록 2002.07.04 13:22수정 2002.07.1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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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 교사들의 평화선언을 발표하는 현장에서 장년의 여교사를 만났다. 춘양중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는 조영옥 교사와 평화선언과 관련한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 평화선언을 제안하게 된 동기는?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압사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그 아이들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날 많이 울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같은 학년입니다. 사진을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울부짖는 부모님들도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학교에서 우리 학교 아이들을 보면 자꾸 효순이와 미선이가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더군요. 월드컵 열기에 파묻혀서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 같았습니다. 안타깝고 답답해서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해교전으로 병사들이 죽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여중생 사망 때와는 달리 대서 특필할 뿐 아니라 북한 병사를 왜 더 못 죽였냐고 질타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원로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고 선언 교사를 모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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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영옥교사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효순이와 미선이가 생각난다고 합니다

조영옥교사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효순이와 미선이가 생각난다고 합니다 ⓒ 송대헌

- 여중생의 사망과 병사들의 사망을 같이 다루셨는데
"여중생은 미군에 의해서, 병사들은 동족에 의해서 살해당했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알고 보면 민족 분단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 분단을 빌미로 미군이 우리 땅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고, 서해 교전 역시 같이 꽃게를 잡을 수 있음에도 바다에 선을 그어놓고 내 바다. 네 바다를 가지고 다투고 있지 않습니까?

모두가 다 분단 때문이고, 분단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언제라도 재발 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 최근 정치권과 언론의 태도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치권과 언론의 역할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시키는 일을 우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과 일부 정치권은 불안을 증폭하고, 적개심을 고취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더 차분합니다. 라면사재는 사람도 없고, 일상 생활을 그대로 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이 터무니없는 위기론에는 많이 면역이 된 것 같습니다.

민족 문제가 단기적인 정치이익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통일에 대해서 학생들은 어떻습니까
"교사로서 학교에서 아이들과 통일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변 막연하게 통일 자체를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 동안 통일비용에 대한 과도한 설정을 선전해왔고 그런가 하면 통일이 되면 금새 남북이 합쳐지고 그래서 우리 남한이 엄청난 피해를 당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올바른 통일과정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통일교육이 필요하나 아직까지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교육은 구호뿐입니다. 아직도 '안보교육'을 빙자해서 수학여행 때 '이승복기념관'을 반드시 여행 코스에 넣도록 강조하는 공문이 오기도 하고, 반공단체의 행사에 학생 동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레드 컴프렉스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북한 사람과 만난다면 쉽게 친해지고, 민족적 동질감을 쉽게 느낄 것입니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문제이지요."

a 기자회견장에서 여중생과 병사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는 조영옥교사

기자회견장에서 여중생과 병사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는 조영옥교사 ⓒ 송대헌

- 통일교육에 대한 생각은?
"사실, 저도 담당과목이 도덕과라서 군사정권시절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러운 일입니다. 최근 알려진 사실들과 당시 교과서의 내용은 상당히 다르더군요.

통일교육은 '북한 사람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 북한 사회를 편견없이 보도록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의 머리에는 아직도 북한을 '호전적 집단', '거짓말만 하는 집단' 식의 일방적인 생각만 갖고 있습니다. 사실 남한에도 북파공작원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고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일방적으로 판단했던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개방되면서 그들의 사회를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하는 매우 상식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북한을 편견없는 상식으로 이해하게 하는 것. 이것이 통일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선언은 단 하루만에 751명이 모였습니다. 7월 4일이라는 의미있는 날에 맞추다보니 참여하지 못한 분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참여교사를 모집해서 우리의 뜻을 알릴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조영옥 교사는 봉화 춘양에서 도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시인이기도 하구요.

덧붙이는 글 조영옥 교사는 봉화 춘양에서 도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시인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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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고, 교육청에서 '어공'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지금은 농사지으면서 유보통합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함을 물어보면 '참교육학부모회 자문위원'이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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