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도로교통법

<참된 세상 꿈꾸기>

등록 2002.07.05 08:13수정 2002.07.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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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방지를 위해 도로교통법 일부가 강화되는 모양이다. 규정 속도를 위반한 경우 20Km 이내까지는 벌점 없이 3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고, 20Km 이상부터는 벌점 15점에 범칙금 6만원을 부과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20Km 초과 40Km 이내는 벌점 15점에 범칙금 6만원을 부과하고, 40Km를 초과 시에는 벌점 30점에 범칙금 9만원을 부과하리라고 한다. 또 40Km 초과가 두 번 적발되면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다고 한다.

자동차 운전 경력이 15년쯤 되는 나는 '방어운전'의 개념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리고 방어운전의 가능 범위를 일찍부터 육감적으로 헤아리고 있다.

내 경우에는 시속 80Km가 한계인 것 같다. 다시 말해 80Km 이내에서는 방어운전이라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속도를 벗어나면 방어운전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나는 2차선인 일반 국도나 지방도로에서는 70∼80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한다. 여간에서는 80Km를 넘기지 않는다. 그 정도 속도만 유지하면 2차선 도로에서도 내 뒤로 차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내 뒤를 바짝 따라오는 차가 있다고 해도 미안해 할 까닭도 필요도 없다.

그런데 내가 만일 교통법규에 얽매어 60Km 속도를 계속 유지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금세 내 뒤로 많은 차들이 밀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고지식한 교통법규 준수는 차량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는 꼴이 될 것이며, 급기야는 심각한 정체 현상을 빚기도 할 것이다.


전에는 일반 도로를 달리면서 최고 속도 60Km 규정이 대단히 비현실적인 것임을 절감하곤 했지만 지금에는 거의 무감각한 상태다. 그리고 내가 거의 일상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며 산다는 생각도 하곤 했지만 그것 역시 이제는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나는 일반 도로에서의 70∼80Km 속도 유지가 여러 가지로 '공동선'에 부합하리라는 생각도 하곤 하는데, 속도 규정 위반에 대한 죄의식 같은 것은 전혀 없다.

4차선 국도 같은 데서는 더러 90Km 정도로 속도를 올리기도 하고, 어쩌다 고속도로를 탈 때나 100Km 정도를 밟아보는데, 사실 그 속도는 달리는 것도 아니다. 나를 추월하지 않는 차가 없다. 짐 실은 대형 트럭도 곧잘 나를 추월하고, 심지어는 할머니가 모는 승용차도 나를 따돌린다.


그렇지만 일반 2차선 도로에서의 70∼80Km 속도는 쉽게 추월당하지도 않고, 내 뒤를 따라오는 차에게 과히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니 마음은 절로 편안하다. 나는 일반 2차선 도로에서 그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때가 제일 기분 좋다. 여유와 쾌적함을 즐기며 운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그런 여유 있는 운전이 교통 단속 경찰관들에게는 좋은 먹이감이 되는 것 같다. 종종 카메라에 찍혀서 속도 위반 범칙금을 물곤 하니…. 나는 결코 과속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경찰관들은 과속이라고 판정하고 적발 통지서를 날려보낸다.

한 번은 76Km 속도로, 또 한 번은 77Km 속도로 적발이 되었다. 현행 법규로는 분명히 속도 위반이지만 현실의 눈으로 보면 결코 과속이 아닐 터였다. 80Km를 넘지 않아서 벌점은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3만원의 범칙금을 물면서 너무도 황당한 기분이었다.

70Km가 조금 넘는 속도로 카메라에 찍혀서 적발 통지서를 받고 범칙금을 낸 사람들이 주변에는 의외로 많다. 종종 그것에 관한 얘기가 화제로 오르곤 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지속적으로 황당한 기분을 안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경찰과 정부 당국과 국회의원들에게 욕도 많이 한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교통법규를 수십 년 동안이나 그대로 놓아둔 채 만날 잿밥 싸움에 정신을 잃고 사는 국회의원 나리들한테는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정부 당국자나 경찰 간부들이 일반 백성들의 어려운 처지를 헤아려 주기를 바라지만, 그것도 난망한 일임을 잘 안다. 우리네 서민에게 범칙금 몇 만원은 너무도 큰돈이고 억울한 돈이다. 완전히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짓이다. 과속 방지, 교통 단속이라는 미명으로….

일반 도로에서의 최고 속도 60Km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치지 않고 그대로 묶어두고 있는 것에는 좋은 뜻도 있을 것이다. 운전자의 과속 버릇을 억제하기 위한 방책이 될 수도 있으니, 그것의 고수는 일정 부분 필요한 면도 있을 것이다. 또 도로에는 경찰이 반드시 단속 장소로 채택해야 할만큼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지점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일까? 지속적으로 범칙금을 낚을 수 있는 법규를 유지하는 것에 다른 뜻은 없을까?

언젠가 한 번은 예산군 오가면을 지나다가 신호등을 위반한 적이 있었다. 새로 설치된 신호등을 미처 보지 못한 탓이기도 했고, 앞서 가는 차들을 무심코 따라간 탓이기도 했다. 꼭두새벽에 혼자 길을 갈 때도 반드시 신호등의 지시를 따르는 나로서는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내 잘못이 너무도 명백해서 군소리 없이 7만원의 범칙금 딱지를 감수해야 했다.

한꺼번에 세 대의 차를 잡아놓고 딱지를 떼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젊은 경찰관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해서 더욱 군소리를 하지 못했지만, 그때는 7만원의 범칙금을 물면서도 별로 억울한 마음이 없었다. 신호등을 미처 보지 못한 내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속도 위반이라는 죄명으로, 고작 70 몇 킬로미터의 속도가 카메라에 찍혀서 범칙금 통지서를 받을 때는 너무도 황당하다. 내 잘못을 선뜻 인정할 수가 없다. 이것은 같은 경험을 가진 거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그것과 연관하여 나는 괜한 궁금증을 갖는다. 고작 70 몇 킬로미터의 속도를 적발하여 법칙금 통지서를 발부하면서 경찰관들은 당연한 법 집행 속에서도 일말의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을까? 재수가 없어 걸려든 사람들의 황당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들은 국민의 황당한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높은 사람일수록 더욱 미안한 마음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현실을 무시하는 법규를 적용하여 범칙금으로 빼앗아 가는 몇 만원의 금액이 서민에게는 고혈이고 등골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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