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안전 운행에 관한 의견들을 접하고

등록 2002.07.06 13:54수정 2002.07.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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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의 글 '서민 울리는 도로교통법'은 우리의 일상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사안을 다룬 글이기 때문인지 꽤 많은 분들이 읽었고, 또 여러분이 진지하게 의견을 피력해 주셨습니다. 내 글에 동조해주신 분들과 또 그 동조 의견에 찬성(추천)을 하신 분들도 많았지만,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설파해 주신 분들도 많아서 나는 팽팽한 긴장감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 생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 글이 인터넷상에서 하나의 '쟁점'이 된 사실을 나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거의 일상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며 사는 오늘, 내 글이 작게나마 교통 관련 문제 제기를 하고 그 글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표출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생산성'을 의미한다고 나는 봅니다. 그리하여 그 모든 의견들이 우리의 교통문화를 발전시키는데도 일정 부분 기여를 할 수도 있으리라고 믿으며 희망을 갖습니다.

지난번의 내 글에 몇 가지 빠진 사항들이 있어 우선 보충을 하고자 합니다.

내가 2차선 도로에서 70∼80km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린다고 한 것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렇게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앞이 훤하고 어느 정도 곧바른 길에서나 가능한 일이지요. 모두 알다시피 2차선 도로들은 커브와 언덕길이 많아서 도로 사정에 따라 속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기어 변속을 자주 하게 되지요.

나는 처음부터 승합차만을 고수하고 사는데, 승합차는 승용차보다 더 조심 운전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5년 동안 운전을 하면서 초보 시절 겨울철에 눈길에 미끄러져 차가 전복된 적은 한번 있지만(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그것 외로는 한 번의 사고도, 위험한 상황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조심 운전을 했다는 얘기지요.

나는 12인승 승합차로 이런저런 좋은 일도 제법 하는데(그 '봉사'가 승합차 고집의 이유이기도 하고), 내 차를 탄 사람들에게서 운전을 아주 참하게 한다는 말도 듣곤 한답니다. 내게서 과속을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 나도 두 번이나 곧바른 길에서 70km를 조금 넘긴 속도로 적발이 되었습니다. 무인카메라가 아닌, 경찰 차가 설치해 놓은 카메라에 걸린 거죠.

재미있는 것은 70km를 약간 넘긴 속도로 과속 단속에 걸린 주변 사람들의 대다수는 나이 든 분들, 평소 운전을 점잖게 하시는 분들이랍니다.

한번은 피서철에 교통량이 많은 태안읍과 만리포 사이의 길을 60km의 속도로 한동안 달려보았더니, 차들이 몹시 밀리더군요. 그야말로 원활한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상황이었지요.


과속이 거의 모든 사고의 원인임을 잘 알기에, 내 나이에 걸맞도록 결코 자만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는 것을 내 운전 생활의 신조로 삼고, 운전석에 오를 적마다 꼭꼭 '성호'를 긋고 차를 몹니다만, 나의 지나친(?) 안전 운전으로 남에게 폐를 끼친 적들도 있지요. 내 뒤를 따라오던 승용차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듯 추월을 감행했다가 그만 교통경찰관에게 정통으로 걸린 적이 두 번이나 있으니….

그 상황에서는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사람들 중에는 그런 상황에서 "방정을 떨더니 잘됐다"고 하면서 고소한 마음을 갖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하죠. 나도 한번 앞차를 추월했다가 교통 경찰관에게 정통으로 걸린 적이 있지요. 덕산에서 해미로 넘어가는 긴 고갯길의 초입머리에서였답니다. 속도가 느려진 대형 트럭을 따라가다가 찬스를 포착하고 추월을 감행했지요. 그리고 기분 좋게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교통 경찰관이 척 나타나지 뭡니까.

속도가 느려진 대형 트럭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추월을 하지 않아야 할 데서 추월을 한 것이 문제였지요. 차 밖으로 나와서 경찰관에게 인사를 하고 변명을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경찰관의 요구로 지갑에서 운전면허증을 꺼낼 수밖에.

그런데 운전면허증을 꺼내는 순간 뭔가가 함께 나오더니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주워들고 보니 '시신기증등록증'이었습니다. 내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과 함께 매우 중요하게 간수하고 다니는 물건이지요. 경찰관이 그게 뭐냐고 관심을 보이기에 보여 주었지요. 그걸 받아들고 찬찬히 들여다보던 경찰관이 공손히 돌려주면서, "그냥 가세요."

정말 고맙더군요. 그때는 보증빚더미 속에서 매월 2백여 만원씩 빚잔치를 하며 사느라 몹시도 허덕거릴 때였는데….

또 한번은 경기도 수원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KBS 2 라디오의 '라디오독서실'에 출연할 일이 있어 서울에 가던 길이었는데, 수원 초입머리 한 길에서 교통경찰관에게 '차선 위반'으로 걸리고 말았습니다. 충청도 촌놈이 도시에 와서 차선을 못 챙긴 탓이지만, 내 차가 '충남 넘버판'을 달고 있는 차여서 걸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언뜻 들더군요.

그런데 딱지를 떼려고 경찰관이 볼펜을 꺼내 들었을 때였습니다. 볼펜에서 잉크가 나오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어라, 좀 전까지 잘 써지던 볼펜이 왜 이래?"하며 몇 번 더 볼펜 끝을 굴려보던 경찰관은 내게 뜻 모를 웃음을 씩 지어 보이더니, "그냥 가세요." 그의 어깨에는 또 하나의 볼펜이 꽂혀 있었는데도….

나는 다시 차에 올라 성호를 긋고 난 다음 그 경찰관에게 힘차게 인사를 했지요.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위에 소개한 두 가지 예를 놓고 보면, 그 경찰관들이 직무 유기를 한 셈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그런 일도 있어야 우리 사회가 좀더 융통성 있고 사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 글 '서민 울리는 도로교통법'을 읽고 진지한 비판과 따끔한 충고를 베풀어주신 분들께 거듭 고마운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그런 올곧은 뜻과 자세대로 우리 사회의 교통문화가 좀더 성숙되고 정착되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평소 안전 운전을 생활화하고 있는 내가 곧은길에서 경찰차의 카메라에 찍혀 70킬로대의 속도로 범칙금을 물어야 할 때는 정말 황당하고도 억울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들의 반론을 옳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면서도, 비싼 차를 몰고 다니는 부유한 사람들이 속도 위반으로 범칙금을 무는 것이야 내가 하등 동정할 일이 아니겠지만, 몇 만원이 아쉬운 서민들의 그 뜻밖의 '등골'을 볼 때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앞으로도 어쩔 수가 없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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