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선거, '전교조 돌풍'

경남 교육위원 당선 박종훈 교사

등록 2002.07.12 12:30수정 2002.07.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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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위원 당선자 박종훈 교사
경남도교육위원 당선자 박종훈 교사오마이뉴스 윤성효
11일 실시한 교육위원선거는 6.13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압승'보다 더 큰 '전교조 돌풍'이 불었다. 전교조는 29명의 출신 인사와 지지후보 6명을 냈다. 이 가운데 조합원 출신 22명과 지지후보 3명이 당선했다. 전체 15명인 서울은 전교조 출신 당선자가 7명이다. 광주 울산 강원 전북 경남에서 낸 전교조 출신 인사는 전원 당선했다.

경남은 4개 선거구에서 총 9명의 교육위원을 선출했다. 박종훈(41) 정인선(66) 정찬호(65) 박대현(64) 최낙인(63) 김병길(62) 이연근(51) 박성기(62) 이광희(44) 당선자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인사가 전교조 출신의 박종훈 교사다.

박종훈 당선자는 창원 문성고 교사로 있다가 올해 초 휴직하고, 교육위원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는 경남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전교조 경남지부 사립위원장,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 경남교육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박 교사는 8명이 출마한 경남 제1선거구(창원 진해 의령 함안 거창 합천)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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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당선자는 "'아름다운 학교' '희망찬 학교' '행복한 학교'를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선거 기간 밝힌 '교육희망 그리기' 공약을 보자. 우선 "교육, 시민단체, 지방의회 등과 함께 상설기구를 구성하여 공교육살리기 범교육계 총력지원 체계를 임기 내에 구축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또 학교 도서관을 살리고, 교육위원회의 현장성을 강화하며, 교육 관련 조례 제정과 개정, 학교운영위원회 지원센터 설립, 농어촌 지역의 학교 살리기, 교원 지방직화 기도 철회 앞장, 학교 안전사고 예방과 사후 대책 제도화, 교사 전문성 강화, 학급 운영지원비 학급당 연 20만원 지급, 학교 급식개선운동 전개, 초등학교 화장실 청소문제 해결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가 밝힌 공약은 구체적이다. 그는 "교육위원은 결코 대접받는 자리가 아니라, 교육현장을 누비는 일꾼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12일 교육위원 당선증을 받고 사무실에 들린 그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교육위원선거제도 보완 필요, '막판에 불안'


오마이뉴스 윤성효
- 소감은?
"기쁘다. 지지해준 운영위원님들께 고맙다.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갚겠다."

- 선거운동을 하면서 당선을 자신했나?
"운동의 과정에서 당선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은 처음부터 가능성은 높다고 보았다. 전교조의 조직적인 도움이 어떤 후보보다 힘있고 조직적이라는 점에서 자신을 가졌다. 막판에 선거 임박해서는 불안했다. 상대 후보들이 물증은 없지만 돈을 쓴다는 제보가 여러 군데 들어와서 불안했다."


- 교육위원선거 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별히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흔히 선거에서 입은 열고 돈을 묶어라고 했다. 후보가 유권자에게 자기를 알릴 수 있는 길이 넓을수록 음성적인 선거운동을 예방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법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한 번은 교장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는데, 선관위로부터 위법이 되어 '경고'를 받았다. 개선점이 많다."

- 교육위원선거를 전체 지역민의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형태로 넓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장기적으로 동의한다. 주민 전체의 직선으로 가야 한다. 지금도 그 과정으로 해석하고 싶다. 도의회에서 뽑다가 운영위원장이 뽑다가 이번에는 운영위원 전체가 뽑았는데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가야 한다."

- 이번 교육위원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전교조 돌풍이 컸다. 이런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2명이 되었다고 한다.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젊은 학부모들의 혁명으로 본다. 현행 바뀌어진 새 제도의 덕을 보았다고 본다."

- 이번 선거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주변에 있는 활동가 선생님들이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해주었다. 그 부분이 감동적이었고 앞으로 큰 자산이라 생각한다."

공중파 방송 토론 없어 아쉬움

- 선거운동을 어떻게 했나?
"할 수 있는 게 공보하고 합동소견 발표, 언론기관의 토론밖에 없다. 언론 토론회는 지상토론으로 두 군데 신문사 보냈던 거밖에 없다. 공중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공보는 두 달간 고민해서 공보물 만들고 나니 8명 후보 중에 1등을 했다고 자부한다. 소견발표도 청중이 적게 모여서 그렇지 원고를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연습을 10여 차례 이상했다. 다른 후보들은 원고를 읽다시피했던 것과 비교된다. 소견발표에서도 청중들이 돋보였다고 했다."

- 경남도교육위원회 의장 꿈도 꾸는가?
"9명이 호선하는데 도전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에 더 고민이다."

- 교육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령 도교육청의 예산 편성 등에 있어 도의회 심의 통과 절차 등을 거치는 것 등이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은 부분적 자치라 이야기 할 수 있다. 도의회에서 강한 반박이 올 수 있는데, 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와 교육위원회의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대안으로 도의회의 교육사회위원회에서 교육 부분을 떼내야 한다. 도의회에서 교육 부분은 도교육위원회에 위임해야 한다. 그래서 도의회의 상임위원회 역할까지 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교육위원회 거치고 교육사회위원회 거치고, 도의회 거쳤던 것을 바로 도의회에 가도록 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신중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육자치 차원에서는 비효율적이다.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합리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 경남도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최근까지 경남에서는 교육 현장의 각종 부정부패가 불거져 교육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다고 보는데?
"기본적으로 교육청의 구성원들이 도덕성을 가져야 하는데, 관료제도 자체가, 교육위원회가 견제를 전혀 하지 못했다. 견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배경을 지적하고 싶다. 공약에서도 밝혔지만, 교육시책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집행부에 대한 준엄한 감독관 역할, 견제와 비판 기능을 충실히 하자고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위우너 스스로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교육 현장 비리 근절은 '의지'가 중요

- 교육현장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면?
"제도는 솔직히 살펴보지 않아서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되어 있다고 본다. 다만 의지가 없다고 본다. 추상같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해야될 포도대장이 도덕성이 없다면 문제가 아닌가. 제도의 문제보다는 사람의 문제다."

- 지난해 경우 간디학교 문제가 심각했는데, 대안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구체적인 현안은 잘 모르는데, 기본적으로는 간디학교와 같은 대안학교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돕고 싶다. 상위법에서도 허용하고 있는데도 도교육청에서 운영규칙을 만들지 않아 문제가 된다면, 그런 조례도 만들도록 하겠다."

- 내년에 도교육감 선거가 있는데, 경남 전교조 차원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내년 교육감 선거에 전교조가 후보를 낸다는 것은 확정되어 있다. 2학기 중에 후보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후보를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전교조의 조직적 후보로 나온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전교조의 소속된 교육위원으로서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당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 현행 교육감 선거 제도의 개선점은?
"장기적으로는 주민직선이 되어야 한다. 현재는 결선투표제도가 전교조 입장에서는 유리하지 않다. 전남에서 나타났는데, 후보 중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2차 결선투표에서는 2위를 한 사례가 있었다. 1차에서 과반수가 나와야 당선인데, 결국 결선투표에서 뒤집기를 당했다. 학교운영위원 전체가 뽑는 선거인데, 보완할 점이 있다고 본다."

- 공약 중에 학교 도서관을 살리겠다고 했던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리겠다는 것인가?
"임기 안에 학교 도서관을 한번 해보고 싶다. 아이들 독서하고 사색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 개념으로 치면 '독서실에서 사랑방으로' '공부하는 곳에서 책 읽고 이야기하는 곳으로'다. 그러면서 학교 관리자들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조용히 책만 읽는 장소라는 생각보다는 음악도 듣고 좋은 영화도 보고, 독서토론회도 하는 '열린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사서인데, 인건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서를 점차 확대해서, 사서가 도서관을 살리겠다고 해야 하는데, 일반 교사가 도서관을 살리겠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것을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몸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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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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