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수 문학비 이전을 추진하며

등록 2002.07.20 08:45수정 2002.07.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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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근흥면 용신리에는 우리 고장의 유일한 문학비가 있다. 면소재지 바로 못미처 낮은 언덕길의 왼쪽에, 큰길에서 쉽게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1992년에 건립된 '이래수문학비'다.


세월은 정녕 유수와 같고 화살과 같아서, 이래수문학비를 세우기 위해 모금 활동을 펴며 노심초사하던 때가, 그리고 어렵사리 건립 공사를 마치고 성대하게 제막식 행사를 치른 때가 어제 같은데,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 되었다.

고(故) 이래수(李來秀) 선생의 고향인 근흥면 땅에 우리 고장 최초의 문학비를 세우는 일에 앞장섰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도 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울러 이래수문학비로 말미암아 우리 고장도 문학비를 가진 동네가 된 사실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또 하는 얘기지만, 이래수 선생의 생전의 문명(文名)은 화려하지 않다. 그의 문학적 업적에 대한 평가도 관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을 태안의 문인들은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태안의 문인들이 그를 문학비까지 세워 기리는 것은, 그는 명실공히 우리 고장의 선구 문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지역 최초의 등단 문인(현대문학지 추천)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고장에 문예 운동의 불씨를 심어 주었다.

저 1960년대 후반에 그가 주도하여 만들었던 최초의 문학단체인 <여울>은 우리 지역 정신문화의 시작을 여는 하나의 초석과도 같은 것이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생전에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던 그는 장르 자체가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창작가들의 그늘에 묻혀서 남들을 조명해 주는 것이 본분인 비평가의 삶에는 희생적인 의미도 어느 정도는 결부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문학평론가라는 사실을 늘 자랑스러워했고, 남들의 문학 세계나 업적을 분석하고 조명해 주는 일을 큰 즐거움으로 알았다. 그만큼 그는 진심으로 문학을 사랑했던 것이다.

이래수문학비에 대한 '의의(意義)'는 내가 이미 여러 차례 방송과 지면에서 설파를 했지만, 오늘 다시 논급하는 것은 이래수문학비의 '이전' 추진이 태안 문인 사회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동안 근흥면 용신리의 이래수문학비는 관리 문제에 큰 난점을 안고 있었다. 유족들도, 지역 문인들도, 용신리 청년단체도 문학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매년 필요한 시기에 근흥면사무소에서 풀을 깎아주는 등 수고를 해주었지만, 그것으로 관리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지역 문인들과 유족들은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서산시문화회관의 마당 한켠에 '윤곤강시비'와 '심정순노래비' 등이 세워지고, 또 논산공설운동장의 광장 한켠에 '김관식시비'가 세워진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래수문학비 이전에 관한 전향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전국의 수많은 시비와 문학비들이 공공의 장소, 또는 문화의 요체와 함께 있으므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아울러 자연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는 현상은 우리가 깊이 참고해야 할 사항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태안군문예회관이 건립되면 마당 한켠으로 이래수문학비를 옮기는 방안을 놓고 태안군 당국과 협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군 당국은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긍정적인 내용의 공문까지 발부해 주었다. (1997년 3월 29일 문서번호 문공 86100-304)


태안군문예회관이 완공된 지금, 고맙게도 태안군 당국은 이래수문학비 이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올 9월쯤 이전 공사를 시행하리라는 것이 당국의 말이다. 이에 따라 <태안문학회>도 관련 문화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다. 문학비를 옮겨놓기만 하고 말면 너무 썰렁하고 허전할 것이기에, 이래수문학비의 의의를 되새길 겸 연 이틀에 걸친 '문학강연·백일장·시낭송·문학기행' 등의 대규모 행사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 지원금 요청을 한 결과 350만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일부 근흥면 주민들로부터 볼멘 소리를 듣는다. 이래수문학비의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근흥면 주민들의 이런 여론에 대해 이래수 박사 유족들과 태안의 문인들은 일단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죄송스러운 뜻을 표한다.

그러면서 주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이래수문학비가 태안군문예회관 마당으로 옮겨지고 나면 용신리의 그 자리는 일시적으로 허전한 감을 지울 수 없겠지만, 이래수문학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관리의 효율성은 물론이려니와 문학비의 좀더 나은 현실적 가치를 위해서는 이전이 참으로 필요하다. 문학비가 옮겨진다고 해서 이래수 박사가 근흥면 출신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다. 태안 지역 최초 등단 문인인 이래수 박사가 자랑스러운 근흥면 출신 인물인 것은 문학비가 어디로 가더라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근흥면 주민들의 넓은 이해를 구하며, 이래수문학비 이전 사업과 여러 가지 관련 문화 행사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 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간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7월 12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한국 문인사회와 충남 태안 지역 주민사회에 더욱 널리 알려 지도록 이 글을 <오마이뉴스>에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주간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7월 12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한국 문인사회와 충남 태안 지역 주민사회에 더욱 널리 알려 지도록 이 글을 <오마이뉴스>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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