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총련을 자유케 하라"

'한총련 합법화 문화제' 연세대서 열려

등록 2002.07.21 15:14수정 2002.07.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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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합법적 활동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한총련 합법화 문화제'를 열었다.
'한총련 합법적 활동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한총련 합법화 문화제'를 열었다.오마이뉴스 유창재
"더 이상 냉전의 논리로만 바라보지 말아야해. 국가보안법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내세우는 주장의 당위성은 맞지 않아. 한총련은 이적단체가 아니야. 이렇게 늙은 사람이 나와 함께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한총련 학생들에게 힘을 주는게 아닐까." - 백기완 씨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학로를 누비며 뛰었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우리가 그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후배들에게 물려준 점 죄송하네요. 이제는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그 뜨거웠던 시절을 보냈던 힘을 우리 후배님들에게 실어드리고자 합니다. 한총련 화이팅!" - 안상모(서강대 93·졸업생)

"한총련이란 이름으로 대학생활을 보낸 선배로서 비록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바쳤던 그 마음, 그 열기가 다시 느껴지는 듯 합니다. 한총련 이적단체 논란은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한총련을 합법화하는데 선후배, 각계각층 모두의 힘을 모을 때입니다." - 선정우(서울대 농대 94·졸업생)



"이제 한총련을 자유케 하라" / 김용남 기자

"후배들 뒤엔 든든한 선배가..." / 김용남 기자


어린이 합창단은 "언니, 오빠들을 자유롭게 해주세요"라며 손에 든 장미꽃을 행사에 참가한 한총련 선배들에게 전했다.
어린이 합창단은 "언니, 오빠들을 자유롭게 해주세요"라며 손에 든 장미꽃을 행사에 참가한 한총련 선배들에게 전했다.오마이뉴스 유창재
'한총련 합법화 문화제' 행사가 여름밤의 열기속에서 열렸다.

'한총련 합법적 활동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주관으로 20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대강당 앞에는 깃발을 휘날리며 줄을 맞춰 모여 있는 학생들과 이제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유모차를 밀고 아이를 업은 부부들, 노모의 손을 잡은 아들, 오랜만에 만나 서로를 쳐다보며 아줌마 아저씨가 됐다고 까르르 웃는 졸업생들 등 많은 사람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1254 이제 한총련을 자유케 하라"고 쓰인 표어를 지나 강당 안으로 들어섰다.


대책위 강위원 정책국장은 "지난 93년 한총련이 출범한 이후 2001년 8월까지 대의원이나 간부로 활동하다 사법처리된 학생수가 1254명입니다"며 "여전히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1254'란 숫자를 내세운 문화제를 통해 앞으로는 '1254'가 진행되지 않는 숫자로 마침표를 찍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국장은 "비극의 '1254'를 끝내고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을 자유케 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문화제가 열리는 오늘, 경찰이 행사진행을 맡은 한총련 간부 중 한 명인 공은희(덕성여대 92) 학생을 기습적으로 연행해 갔다"며 "오늘의 행사가 한총련 학생들에게 정당한 시민권을 되돌려주고 진정 자유롭게 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열기가 가득했던 대강당 안에는 약 2500여명이 자리해 더욱 덥게 느껴졌다. 좌석에서 팸들릿을 부채질해 보지만 흐르는 땀은 멈추질 않고 옷이 젖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박수를 치며, 노래도 부르고, 함성도 지르고, 두손 잡고, 소망을 담기도 하고 하나된 마음으로 어우러지는 자리가 됐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민주화'를 위해 투쟁의 현장에서 젊음을 바친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에 하나된 마음으로 함께 했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민주화'를 위해 투쟁의 현장에서 젊음을 바친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에 하나된 마음으로 함께 했다.오마이뉴스 유창재
이날 문화제는 1부 '한총련 합법화에 함께 하는 각계각층', 2부 '한총련 선배들의 합창', 3부 '한총련을 들여다본다', 4부 '아름다운 청춘을 위하여', 5부 '이제 한총련을 자유케 하라' 등 총 5부로 나눠 진행됐다.

중간 중간에 행사에 참가한 국내의 정계, 법조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인권·사회시민단체 등 각계각층 단체와 개별인사들을 소개했다. 또 일본에서 찾아온 오키나와 평화운동 단체 회원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참여해 함께 했다.


언제나 우리는 하나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행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한총련 합법화에 함께 하는 각계각층의 선배들과 후배들이 하나가 되는 자리로 무르익었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민주화'를 위해 투쟁의 현장에서 젊음을 바친 그 마음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문화제 시작부터 참석한 송영길 민주당 의원(연세대 경영 81·84년도 총학생회장)은 "찌들린 정치판에 시달리다 이곳에서 맑은 산소를 마시는 듯합니다"며 "저도 학생 운동했던 사람으로 한총련 합법화에 열정적인 노력을 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고 참가소감을 말했다.

"한총련은 당대의 별★입니다"
79학번 가수 김원중씨

▲ 가수 김원중
ⓒ오마이뉴스 유창재
"현실 질서를 움직이는 힘은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은 이 땅에서 외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진정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한총련이 이들이죠. 한총련은 당대의 별입니다."

지난 80년대 초반 대학에서 거리에서 '민주화'를 노래했던 가수 김원중(79학번)은 "오랜만에 노래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차츰 이런 무대가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그 동안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늘 관심을 가져왔던 '한총련 합법화' 문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같이 하고 모인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 정서를 나눌 수 있는 무대였기에 더욱 좋았다고 한다.

'한총련은 당대의 별'이라고 칭하는 김원중은 "보수권과 정치세력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총련을 이용하고 있다"며 "한총련이 없다면 이들 집단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한총련을 통해 긴장감을 만들어 유지시키기 위해 불법 이적단체라고 지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한총련은 이적단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

김씨는 또 "지금도 정서만큼은 계속 살아있습니다. 이들과 같고 동질감을 느낍니다. 나 또한 그들의 대오에서 함께 있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 유창재
송 의원은 또 "한총련 합법화는 국가보안법 폐지와는 상관없이 현행법으로도 말이 안되는 것으로 지식인들이 조금만 돌아보고 소극적인 모습을 버리고 관심을 가진다면 해결될 것"이라며 "DJ정권에서 풀지 못한 점 아쉽지만 이렇게 문화제를 통해 기성세대들에게 다가서는 몸짓 너무나 반갑고, 우리 7천만 겨레 입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말했다.

문화제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대강당에서 어둠이 내린 연세대 교정으로 나선 사람들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책위가 마련한 후원주점으로 발길을 향했다. 함성을 지르고 쉰 목을 시원한 막걸리로 축이던 그 때를 생각하듯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갔다.

연세대 학생회관 부들집에 모여든 선후배는 미리 한쪽에서 행사도 보지 못하고 전을 부친 후배들의 음식을 먹으며 지난 시절과 앞으로 풀어나갈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대화는 끊이질 않고 밤새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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