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 표지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다. 가난과 장애와 오해를 사랑으로 풀어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보다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자고 말한다. 굳이 강요하거나 남다른 교훈을 적어 놓지는 않는다. 그것을 챙겨가는 것은 독자 몫이다.
돈과 경쟁에 눈이 먼 사회. 가난과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 오해와 불신이 판치는 사회. 그러나 언제나 그것을 풀어주는 것은 사랑이고 믿음이다. 진리는 언제나 단순한 것이지만, 그것을 깨닫기는 힘들다. 이웃의 잔잔한 사연들을 소개하며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따뜻함을 느껴보게 하는 이 책은 자주 눈을 흐리게 한다.
그렇게 눈물을 닦고 또 다시 책장을 넘기면, 무한한 사랑과 헌신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 이웃의 소박한 이야기에 또 다시 눈이 뜨거워진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나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지겹다거나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오해와 불신이 풀리는 과정은 가슴이 뜨겁고 눈물겹지만, 과연 그것이 해결의 끝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일터에서 가지고 온 갈비를 아닌 척하며 구워먹었던 이야기를 보면, 가난하지만 아내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이야기에서 남편은 아내가 한없이 안쓰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가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웃의 사연들처럼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아마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은 그렇게 해결되지 않는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신경을 곳곳에서 극복하고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장애인을 도와주어야겠다는 결심에서 멈춘다. 진정 아름다운 마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의 확보는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기는 하지 않는다. 다만 다음에 장애인을 만났을 때 따뜻한 시선과 사랑으로 그들과 동화될 뿐이다.
노인이 반찬값이라도 벌기 위해 남들이 버리고 간 꽃다발을 되파는 안타까운 현실을 몰래 꽃다발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해결한다. 가슴이 찡하지만 갈 곳 없고 노년이 불안한 수많은 노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아름다운 마음이 참으로 좋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 아름다운 마음만을 가지기를 바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사람은 계속 아름다운 가난을 지속할 것이고, 가난을 부끄럽게 여겼던 사람들을 생각을 고쳐먹고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할 뿐이다.
장애인이 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편견과 낯선 시선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꿔줄 수 있는 제도와 지원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화가 난다. 제 33회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라고 떡하니 붙어 있지만, 정부는 우리들에게 참고 살아가는 미덕과 마음을 바꾸면 모든 것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언급도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말이다.
글을 이렇게 적고 나니, 나의 가슴이 너무 삭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책에 인용되어 있는 안도현 시인의 싯귀가 생각나면서 말이다.
연타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길 1
이철환 글.그림,
생명의말씀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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