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매 현장에서 친구가 외친 "택씨~~"

2등을 맞은 보리 가마니를 볼 면목이 없었다

등록 2002.07.28 17:38수정 2002.07.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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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화창한 날씨.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해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기세 좋게 떠올랐다. 그는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했다. 멀리서 고향을 찾은 친구들과 낮술을 하면서도 그의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다.


안절부절 못하던 그가 농협에다가 전화를 때렸다. 그 고향 친구는 생긴 대로 놀았다.


농협여직원 : 여보세요? **농협임더~
고향친구 : 누고? 박양이가?
농협여직원 : 아예~ 박 사장님 이라예?
고향친구 : 사장은 무슨 말라주글. 임 주임 있나?
농협여직원 : 네. 잠깐만 예~

임 주임 : 전화 바꿨습니다.
고향친구 : 아그야~
임 주임 : 아예~ 행님 아잉교?
고향친구 : 올개는 보리 수매 안하나? 올개는 기냥 너머 가기로 했나 말이다.
임 주임 : 연락 안 받았읍니까? 오늘부터 하는데….
고향친구 : 머? 너 머라캤노? 오늘이락 캤나?
임 주임 : 행님 내 말 들어 보이소. 이장님들한테 다 연락 한긴데요. (우물쭈물~~)
고향친구 : 야이 호로자슥아~~~ ##면에 나 말고 보리 수매 하는 놈 또 누가 있노? 아무도 없는데 꼭 절차를 밟아케야되나~


이 대목에서 고향의 그 친구는 섰다 앉았다 하면서 황소가 똥 무더기를 싸 붙이듯 욕을 한 소쿠리나 쏘아 붙였다.


임 주임 : 깜빡 했심더.
고향친구 : 느그 직원들이 와가 포장해라 ~ 삼사일은 여유를 조야지 이 쓰발시키야.
임 주임 : 행님. 고마카이소. 미안하다 안카요.
고향친구 : 에라이 이 조합원 피 빨아 묵는넘아~
임 주임 : 행님 너무 카지마소. 쫌 있다 갈께요.
고향친구 : 포대 한 이백 개 하고 알았째? 올 넘들 없으면 대원다방 레지 아가씨라도 챙기각꼬 오이라~~
임 주임 : 알았다니까요.
고향친구 : 참 삐루(맥주) 한 두 박스 시야시 잘 된 걸로 딸깍.



농협에서 임 주임이 다른 농협직원 한 사람이랑 오후 두시쯤 나타났다. ‘삐루’를 안 가져 와서 우리가 자체 조달했다. 그리하여 고향을 찾았던 우리 동기들은 고향땅 지킴이 동기 녀석네 집에서 ‘삐루’맛에 몸을 맡기고 횡설수설하며 밤 11시까지 포장을 끝냈다.

공대를 나온 이 친구는 서울 세운상가에서 ‘*** 계기’라는 회사를 하다가 5-6년 전에 고향으로 와서 논농사를 수만평 짓고 있다.


다음날.
아침부터 따끈한 날씨. 동네 차라는 차는 다 불러 모았다. 보리 180가마를 5대에 나누어 싣고 **군 창고로 향했다. 쭉 빠렛트를 깔아 놓고 그 친구를 중심으로 우리 몇은 쭉 둘러앉아 ‘삐루’를 들이키고 있는데 얼굴 할끔한 친구들 몇 사람이 와서는 둘레둘레 한다.

어떤 미친 놈이 이리 보리를 많이 가져왔나, 하는 눈치다.
그렁저렁 검사가 친구차례가 되었다.


검사원 : 보리는 좋은데 잡티가 많습니다.
고향친구 : 제초제를 안쳤으니 잡티가 있고 농약을 안 치니 깜부기가 있네요.
검사원 : 2등입니다.
고향친구 : 쓰발. 니 꼴리는 대로 하시소.
검사원 : 공정한 김미다. 2등이머.
고향친구 : 공정항거 조아하시네. 와? 2등은 먼 노무 이등이고? 등외라 카지~
검사원 : 기분 나쁘십니꺼?
고향친구 : 아입니더. 농사 못진넘이 무신 할 말이 있겠능교.


그 고향친구가 돈 가뭄에 이게 왠 돈이고 하면서 돈 챙기고 있는데 우리 동네 조합장이 나타났다. 힐그머니 넘겨다 보던 조합장이 히죽이죽 웃으며 다가왔다.


조합장 : 박 사장님 돈 많이 타네. 점심 한 그릇 사소.
고향친구 : 그랍시다~~ 연하식당으로 갑시다


근데 조합장이 따라오자 그 뒤로 군서기 두 놈에다 농협 직원 셋까지 꼭 열 사람이 줄레줄레 따라 왔다. 그냥 얻어 먹는 게 괜히 눈치보이는지 안해도 그만인 말을 조합장이 건넸다.

조합장: 농약 항게도 않친기지요?
고향친구 : 보리에 약 치는 놈 봤소? 있으먼 나와 보라카소.
조합장 : 끝에 건조제를 처야 등수가 잘 나오제.
고향친구 : 내년에는 듬뿍 칠께요
조합장 : 약 안 친거 좀 남았소?
고향친구 : 야...
조합장 : 나 좀 주소
검사원 : 나도..... 좀 주소.
군서기 : 나도 한 두가마니만 주소..


이때 갑자기 고향친구가 반주로 마시는 소주잔을 든 채로 벌떡 일어서더니 소리를 꽤액 지르는 것이었는데 그 고함소리가 가관이었다.

태액~~씨이~~~~~~
다들 그게 갑자기 뭔 말이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향친구는 능청스럽게 둘러댔다.

"높은 자리에 있는 끗발 있는 사람들이랑 술 풀 때 룸 싸롱 아가씨가 자기들끼리 택씨 택씨 하데요. 우하하하" 하는 것이었다.

식당에서 나와서 내가 물었다.
밥 묵다 말고 무신 택시고?
너 그것도 모르나? 니 대갈빡 좋다카디 다 헛말이구만. 하면서 내게 옛친구라 알려 준다면서 친절하게 아르켜 주었다.

나는 차마 점잖은 분들이 오가는 이곳에 직역을 할 수 없어 영어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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