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신당, 백지상태로 헤쳐모여 해야"
노무현 "재경선 수용하지만 '사퇴'는 없다"

'신당창당론' 급부상…박근혜 대표 "국익우선 신당이라면 참여"

등록 2002.07.30 16:51수정 2002.07.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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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 민주당 대표.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한화갑 민주당 대표.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8·8 재보선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민주당에서 대선을 겨냥한 '신당창당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화갑 대표는 30일 "당의 외연확대를 위해 모든 사람이 기득권을 내놓고 백지상태에서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공식 주장했다. 한 대표의 이날 발언은 지난 26일 신당창당에 대해 "때가 되면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처음으로 그 가능성을 시사한 것보다 진일보한 입장이다.

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KBS1 라디오에 출연, "현재 상황을 보면 민주당의 이 체제를 갖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 보편적 평가"라며 "8·8 재보선에서 나타난 국민의사를 보고 이대로 어려울 경우 신당창당 등을 발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신당창당론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한화갑 대표의 말은 당의 여러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깊은 생각 끝에 나온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금은 8·8 재보궐선거에 전념해야지 신당이나 개혁문제로 당력을 분산시킬 때가 아니"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노 후보는 또 "나는 민주당의 12월 대선승리를 위해 경쟁력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흔쾌히 재경선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노 후보의 이같은 입장은 이틀 전 한 대표의 신당창당 가능성 시사 발언에 대해 "당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중요하고 의미 있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하고 주장해온 만큼 일단 환영한다"고 말했던 것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노 후보측은 재보선 이후 후보 사퇴나 후보활동 중단 없이 재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기득권을 내놓은 백지상태에서의 신당창당'을 주장한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 후보측 유종필 공보특보는 "현재로서 '사퇴'란 없다"며 "당원과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16부작 주말드라마라는 국민경선제를 통해 선출된 공당의 후보에게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내 '반노' 세력을 포함한 신당창당론자들이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선후보 사퇴'를 주장하는 것과 정면 대치되는 것으로, 한화갑 대표의 '헤쳐모여식' 신당창당 논의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표 "국익우선 신당이라면 참여하겠다"

▲ 박근혜 대표는 3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당을 만들어 후보를 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최경준 기자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는 한화갑 대표의 신당창당론에 대해 "민주당은 후보를 바꾸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위한 모습으로 획기적인 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그러면 여기저기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나도 함께 할 것이며,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대표는 3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을 위한 신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도 없고, 국민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들이 신당을 만들어 후보를 낼 필요는 있다"고 관심을 표명했다.

박 대표는 또 "양당 구도에서 이쪽 당이 싫으면 어쩔 수 없이 저쪽 당을 선택하는 구도는 이념이나 정책에 따라 한 번 정돈될 필요가 있다"며 이념과 정책에 따른 정계개편과 신당창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어 노무현 후보와의 재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뒤 "노 후보가 배제된 채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과 합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있던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 노무현 후보를 배제한 '신당창당론'을 내놨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인제 의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 의원측에서 나와의 만남에 대해 무슨 합의가 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서로 합의가 된 것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앞서가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자꾸 흘러나오게 되면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박 의원은 또한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적이 있다"면서도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고, 한화갑 대표는 아니"라고 말해 정계개편과 관련 민주당 인사들과 물밑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 최경준 기자

한화갑 대표 "재보선 이후 신당창당은 불가피하다"

한화갑 대표의 '헤쳐모여식' 신당론은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당내 친노 세력과 반노 세력 사이에서 명확한 자리매김을 하지 않았던 한 대표로서는 '신당창당론'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독자적인 행보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내에서 당을 걱정하고, 당 진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대선 승리를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신당창당에 대한 의견들이 나왔다"며 "내 개인 생각이지만 재보선 이후 신당창당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신당창당이 노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후보의 기득권을 내놔야 한다고 얘기한 적은 없고, 모든 사람이 백지 상태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시작하자는 당위론을 얘기한 것"이라며 "신당창당에 대해 후보와 합의 본 것은 없지만 당내 의견을 수렴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노 후보와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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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또 "재보선 이후 당의 진로에 대해 노 후보와 한 대표 생각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데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우리가 협의를 해야 한다"면서 "당의 발전과 지지를 얻어내는데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의견의 일치를 못 볼 이유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한 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 신당창당에 대해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많은 분들을 참여시켜야 하기 때문에 백지에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발기인대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옹립하느냐를 떠나서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어느 당이 주체가 되고 누가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기회균등 상태에서 참여하자는 것"이라고 '헤쳐모여식' 신당창당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그동안 민주당에서 논의돼 왔던 외부인사 영입론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많은 분들을 참여시킨다고 했는데 정몽준 의원, 이한동 전 총리 까지 포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에 들어오려는 모든 분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생각하라"고 부연설명했다.

한화갑 대표가 8·8 재보선 이후 신당창당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민주당내 신당창당에 대한 공론화가 급속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8월 정계개편'을 촉진시킴으로서 대선구도에 있어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다음은 한화갑 대표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이다.

- 신당창당에 대해 언급했는데.
"당을 새로 창당한다는 것도 우리 당 지도부에서도 의결이 되야 가능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의견수렴 과정을 밝힌 것이다. 앞으로 재보선 끝난 뒤에 당의 진로와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수 있는 방향에서 지혜를 모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

- 의견수렴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이 됐나.
"나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해 오고 있다. 때가 되면 거기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 후보와 신당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얘기가 됐나.
"그 문제에 대해 노 후보와 합의 본 것은 없다. 다만 당내에서 당을 걱정하고, 당 진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대선 승리를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의견들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의견을 수렴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노 후보와 얘기하겠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나는 당의 대표로서 우리 당의 노무현 후보이기 때문에 후보에 대한 나의 직언이나 또는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 의견 수렴 중이라고 했는데 예컨대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발기인 대회를 치른다는 것인가.
"그것은 나 혼자 생각한 것이다. 과거에 새천년 민주당 창당한 과정이 있지 않나. 나는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이 많다. 우리 당에서 그런 식으로 하자고 합의해서 결론 난 것은 없다."

- 대통령 후보도 그렇게 다시 뽑자는 얘기인가.
"그것도 당내에서 의견교환을 하고, 노 후보하고 협의를 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어느 것이 당 단합과 단결을 가져오고, 12월 대선에 승리하는 길이냐를 진지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 논의할 얘기다."

- 대선까지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 후보가 경선제에 대해 언급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국민경선제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
"만일 노 후보가 재경선 하겠다고 해서 재경선 하게 된다고 하면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이지 어느 방법이 결정됐다는 것은 아니다."

- 라디오에서 신당창당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예"라고 말했는데 신당창당은 불가피하다고 보는가.
"그것은 내 생각이고, 당내에 공통된 합의점이 도출된 것은 아니다."

- 후보도 기득권을 내놔야 한다는 것은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하는 것인가.
"후보의 기득권을 내놔야 한다고 얘기한 적은 없고, 모든 사람이 백지 상태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시작하자는 당위론을 얘기한 것이다."

- 재보선 이후 의견수렴을 거치겠지만 신당창당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인가.
"당의 외연을 넓히고, 국민지지 이끌어 내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런 방법도 생각해 봤다는 것."

- 후보는 재보선 이후 경선 할 사람 나와봐라, 시한 정해놓고 이후에는 그냥 간다는 것인데 그것과는 다른 방안인가.
"그런 얘기 하다보면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올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 많은 분들이 참가한다는 것은 흔히 정몽준, 이한동 등까지 포괄하는가.
"당에 들어오려는 모든 분들 포괄하는 것으로 생각해라."

- 선거가 열흘 정도도 안 남았는데 신당창당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선거 결과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것이 우리 당에 대한 새로운 지지를 몰아올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 재보선 이후 대표직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 관측이 맞나, 틀리나.
"허허허, (잠시 뜸을 들이다) 그 질문은 없는 것으로 합시다."

- 노 후보는 8월 말 이후에 중앙선대위를 구성한다고 했다. 아무리 개인 생각이라지만 한 대표는 신당으로 가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신당창당과 중앙선대위는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두 개가 같이 갈 수가 없지 않나. 뚜렷하게 노 후보와 한 대표 생각이 차이가 나고 있는데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우리가 협의를 해야지. 당의 발전과 지지를 얻어내는데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의견의 일치를 못 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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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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