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지사는 잘못을 인정하라"

제주여민회 등 장대비속 제주도청 인간띠잇기 행사

등록 2002.08.08 13:11수정 2002.08.08 16:39
0
원고료로 응원
a 제주도청앞 인간띠 잇기

제주도청앞 인간띠 잇기 ⓒ 제민일보 제공

"이번 여성부의 '제주도지사 성희롱 인정 결정'은 지난 5개월여간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겪어왔던 고통의 짐을 조금이나마 벗게 해준 결정임에도 가해자인 우 지사가 그 결정조차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싸움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제주여민회(공동대표 김경희·김영순) 주최로 지난 7일 오후 6시30분 도청정문 일대에서 열린 '성폭력없는 세상을 위한 인간띠 잇기' 행사에서 터져나온 이구동성이다.

a  인간띠잇기 행사에 앞서 열린 한 연극인의 성폭력추방 퍼포먼스

인간띠잇기 행사에 앞서 열린 한 연극인의 성폭력추방 퍼포먼스 ⓒ 제민일보

사회단체와 시민, 어린이 등 250여명이 참가한 이날 '인간띠 잇기'는 도청 정문을 기점으로 주변을 '⊃'자로 빙 둘러싸고 "한 사람의 여성이라도 안전하지 않다면 우리 모두 안전할 수 없다"는 문구가 담긴 보라색 띠를 참가자마다 손으로 이어 성폭력 없는 세상을 기원했다.

지난 달 29일 늦게 '여성부의 우 지사 성희롱 인정 결정'이 나온 것을 발단으로 열린 이날 '인간띠 잇기'에서 참가자들은 굵은 빗줄기가 퍼붓는 가운데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우 지사의 사과와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성토에 목청을 돋웠다.

김경희 공동대표는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피해자는 보호받고 가해자는 벌을 받아 뉘우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상식적인 권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a

김 대표는 또 "가해자가 여성부의 결정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면서 "우리 딸들의 안전한 미래와 제주사회를 위해 가해자가 부끄러워하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제주도민의 의지를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인간띠 잇기' 평화시위는 '성폭력피해자 권리헌장 낭독', 연극배우 강종임(33)씨의 '성폭력 없는 평화로운 세상' 퍼포먼스, 한줄로 도청 일대를 에워싸는 인간띠잇기 행사 등으로 채워졌다.

몇몇 노인, 일부여성들 거친 목소리로 항의 빈축

여성부가 지난달 29일 판정한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성희롱 사건을 놓고 여성 인권의 신장과 우근민 지사에게 항의를 표시하기 위해 7일 오후 열린 제주여민회의 '인간띠 잇기' 행사에는 이 행사를 항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이 행사의 메인 이벤트가 시작된 오후 6시30분께 5∼6명의 노인들과 역시 같은 인원 수의 여성들이 나타나 여민회에 행사 개최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 시작전부터 나타난 이 초대받지 않은 '객(客)'들은 제주시 노인회 소속 노인들과 미용사 제주시지부 소속 회원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상소리를 하면서 여민회를 나무랐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노인들의 입에서 "밥먹고 할 짓이 없어서 이런 짓을 하느냐?" "제주여민회 사무실에 쳐들어가겠다" 등의 험한 욕설이 튀어 나왔다.

한 여성은 "제주도가 여자 하나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성희롱을 알면서도 우리가 (우근민 지사를)선택했다. 끝난 일을 이제와서 끄집어 낼 필요가 있느냐? 제주도가 챙피한 일이다. 제주도민을 분열시키는 일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는 보도진과 행인들, 이 행사를 지켜보기 위한 도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들은 노인들의 이같은 모습에 "딸만한, 혹은 손녀만한 사람들이 하고 있는 행사를 노인네들이 저렇게 험한 목소리로 욕을 할 수 있느냐"면서 "만약 성추행 당한 여인이 자신들의 자녀나 손녀라면 저 노인들이 저렇게 험한 욕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또 여민회 행사를 항의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여성이 성추행당한 여성을 욕하는 동네는 제주도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제기됐다. / 김정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이 기자의 최신기사 무등록 카센터 판친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