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불똥의 '반공천사'박불똥
김창겸, 이중재, Eric Maillet, 권자연, 박영균, 김태헌, 소윤경, 이부록, 조습, 윤주경, 박불똥, 임흥순 등의 예술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젊은 작가 조습의 '습이를 살려내라'는 사진 연작이다.
이 작품은 '한열이를 살려내라'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작가의 이름처럼 '습한' 명랑함과 비장함을 선보인다.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피를 흘리는 작품 속 인물은 6월 월드컵 경기의 12번째 선수가 아니다.
"시청 앞 공간이 가지고 있던 과거 6월의 이미지와 현재 해방구의 이미지라는 상징적 의미를 이동시키고, 월드컵이 가져다준 국가, 민족적 승리와 환호, 격정과 축제의 붉은 이미지를 과거 피색깔인 붉은색으로 반전시키는 것"이 작가 조습의 말이다.
축구공을 반으로 자르면 무엇이 될까? 작가 박불똥은 '반공(反共)'이라고 답한다. 월드컵 히트 상품인 'Be the Reds'라는 붉은 티셔츠의 의미를 '빨갱이가 되자'로 받아들이며 반공사상을 운운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작가 박불똥은 '반공천사'에서 축구공을 반으로 쪼개어 '반공'을 만들고, 줄리메컵을 쓴 천사를 만들었으며, 바람개비와 축구선수를 합성해 정교한 스포츠마케팅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를 형상화한다.
또한 박씨는 작품 '만가'에서 6월 시청앞을 가득 메운 붉은 대중들 위로 자신의 초상화를 걸어둠으로써 붉은 물결을 통해 만가를 부르며 장례를 치르는 한 시대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