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사업자' 선정 과정 의혹

선정 과정 코오롱그룹 계열사로 소개

등록 2002.08.13 02:58수정 2002.08.1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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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TNS가 지난달 부도처리된 후 그 여파가 점점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발행해온 94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을 저축은행에 할인해서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저축은행은 부실채권으로 현재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리고 월드컵 라이선싱 사업의 실패로 코오롱TNS에 납품을 해온 100여개 중소기업은 도산 및 경영 압박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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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납품 중소업체 사장은 "현재 직원에게 밀린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매일 거래 업체의 독촉에 시달리고 있어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코오롱TNS가 월드컵 사업자로 선정된 과정에서 의혹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01년 8월 월드컵 상품화권 사업 대행사로 설립된 CPP 코리아의 경우 높은 가격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내놓아 비판을 받아왔고, 그러한 과정에서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가 상품화권 사업자의 재선정 작업을 작년 연말부터 벌여왔다.

결국 올해 1월말에 정식으로 CPP에서 코오롱TNS로 월드컵 상품화권 사업이 넘어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월드컵 상품화권 사업에 회의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간적으로 촉박한 상황에서 월드컵조직위원회는 적절한 실사를 거치지 않고 코오롱TNS를 월드컵 상품화권 사업자로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코오롱 로고 코오롱TNS는 코오롱그룹과 같은 로고를 사용해왔다.

코오롱 로고 코오롱TNS는 코오롱그룹과 같은 로고를 사용해왔다.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지난해 말 FIFA 마케팅 AG에게 월드컵 사업권자 재선정을 위해 보낸 문건에서 보면 "KOWOC은 한국의 코오롱 그룹의 자회사인 코오롱TNS를 추천한 바 있습니다"라고 언급하였다. 사실 코오롱TNS는 코오롱 그룹과 별개의 회사인데, 월드컵조직위원회는 당시 촉박한 시간에 코오롱TNS를 월드컵 상품 사업권자로 재선정하기 위해 FIFA 마케팅 AG에게 코오롱 그룹 계열사인 것처럼 소개를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코오롱TNS는 코오롱 그룹과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고 있어서 일반인에게는 코오롱 그룹 계열사로 오인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코오롱 그룹은 지금까지 코오롱TNS가 동일한 상표를 이용한 데 대해서 암암리에 묵과하였는데, 월드컵 상품화권이 코오롱TNS로 넘어가서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코오롱 그룹은 간접적인 홍보효과를 누린 데 반해서, 코오롱TNS가 부도 난 후에는 입장을 바꾸어 코오롱TNS가 코오롱 그룹과 상관없음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코오롱TNS 채권단은 이와 같은 코오롱 그룹의 이중적인 태도는 고의적이라면서 비판을 하고 있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는 이번에 코오롱TNS 부도 이후 월드컵 상품의 사후 처리문제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코오롱TNS 채권단은 조직위의 이러한 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코오롱TNS 채권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코오롱TNS가 월드컵 상품화권자로 재선정된 이후에 재경부, 산자부, 문광부, 중소기업청, KOWOC, FIFA 국내 마케팅대행사 SMK 등이 참여하는 경영자문위원회에서 감독하기로 되었는데, 정상적으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채권단은 코오롱TNS가 월드컵 사업권자로 선정된 배경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채권단을 형성한 월드컵 상품 납품 중소기업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TNS월드 채권단 호소문

2002년 6월 4일 화요일,
우리나라와 폴란드가 월드컵 축구 일전을 벌이는 오후 8시 30분, 전 국민이 축구 경기에 빠져 있을 때 서울 외곽의 지하 봉제 공장에서는 여전히 미싱 소리가 멈추지 않고 요란하게 돌고 있었습니다.

축구를 봐야 한다는 종업원들에게 납기가 급하니, 시간이 없으니 오늘 같은 날도 야근하지 않을 수 없으니 참아 달라고 사정하였습니다. 월드컵이 끝나면 납품대금으로 보너스도 주고 휴가도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종업원들을 간신히 달래며 사장도 종업원도 현장에서 밤늦도록 재봉털과 씨름 하였습니다. 축구가 궁금해도 몸은 고달파도 계속되는 야근은 우리가 가진 부푼 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새벽, 서둘러 포장을 마치고 까다로운 코오롱 창고 직원들의 검품을 거쳐 납품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금을 주겠다던 코오롱은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어음을 내 놓습니다. 그리고는 2002년 7월 26일 코오롱은 그 어음들을 보란 듯이 부도를 내었습니다.

지난 3개월동안의 야근도, 보고싶은 축구를 보지 못하였다는 아쉬움도 억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종업원들의 소중히 키워왔던 꿈들은 어떻게 되찾아 온단 말입니까?
나만 믿고 밤늦도록 손끝이 닳도록 일해준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무슨 말을 하며 달래야 하나요.

졸지에 1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빚을 안게된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하나요? 부도난 회사 사장의 자살이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코앞의 현실로 다가 왔습니다.

월드컵 4강 신화, 성공적인 월드컵,
그리고 축제라는 화려함 뒤에 수 많은 영세 제조업체들이 신음하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지난 3월부터 우리 100여 업체들은 소위 월드컵 공식 총괄 라이센스 상품화권자라는 ㈜코오롱 티엔에스월드에 월드컵 공식의류 및 용품을 납품하여 왔습니다.

우리들은 밤낮을 잊은 채 코오롱의 주문에 납기를 맞추려고 뒤도 보지 않고 오로지 물건만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게 바로 성공 월드컵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우리나라 월드컵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이기도 하였습니다.

코오롱측은 당초 현금 결제를 계약서상에서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물품대금 190여억원을 2~3개월짜리 약속어음으로 결제하고 부도를 내었던 것입니다.

판돈 3천억원의 놀음판이 벌어졌습니다.
코오롱은 영업, 판매는 뒷전이고 오로지 관계기관을 의식한 외부 전시를 위한 양산에만 주력하여 왔고, 관계기관에서는 이를 토대로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 부풀리기에 그 장단을 맞추어 주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호도된 정보는 모 기관의 발표에서 또 다시 지면을 통하여 3천억원의 판매로 이어지는 등 코오롱의 양산으로 전국민의 관심속에 진행된 월드컵 공식휘장상품사업이 어처구니 없는 숫자놀음판으로 전락하고 만 것입니다.

사회적 패륜아 심완보 사장은 이처럼 엄청난 부도 사태의 장본인데도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파산신청을 하겠다고 합니다.
납품업체들의 생존은 도외시 하고 법적 채무면탈만을 취하고자 하는 심완보 사장의 기만적,몰염치한 후안무치에 우리들 납품업체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우기 기막힌 사실은 힘있고 규모있는 협력업체들은 이미 부도직전에 내부와 결탁, 채권회수를 하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협력업체 도산전문가 코오롱 티엔에스 월드 심완보 사장은 힘없는 영세협력업체들의 고혈을 빨아낸 공적으로 월드컵 표창까지 챙기려 했다니 과연 이땅에 정의는 있는 것입니까? 이 땅에 정의가 있다면 아무런 검증도 없이 경험도 없고, 빚투성이 그 자체인 코오롱 티엔에스가 월드컵 총괄상품화권자로 선정 되게된 배경이 무엇인지, 양산을 주도한 문화관광부, 월드컵조직위원회와 이를 부추킨 중기청과 기술신보는 진정으로 책임이 없는 지, 규명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착취, 갈취, 희생의 대상이 이땅의 중소기업들 입니까?
국가가 보호하여 주지 못하고 모른척한다면 누가 이 땅에서 기업을 이루겠습니까?
묵묵히 일만 하여온 우리 영세 제조업체들은 누구를 믿고 따르겠습니까?
이 억울한 일을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나요?

우리 100여 개 업체들과 200여개 관련업체들은 코오롱이 월드컵 상품화권 사업자로 선정되는 데 직간접으로 관여했던 유관 기관들이 조속한 시일내에 사태를 파악하여 원만히 해결, 중재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리겠습니다.

만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 100여개 업체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끝에서 여하한 물리적인 행동도 불사 할 것입니다.

코오롱 티엔에스월드 채권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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