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단체들 "소리바다를 자유케 하라"

음악저작권 개선을 위한 정책포럼 열려

등록 2002.08.30 05:18수정 2002.08.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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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개혁시민연대(문화연대), 음반기획제작자연대, 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 등 문화단체들은 29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법원의 음반복제 금지 가처분결정에 따라 지난달 31일부터 서비스가 중단됐던 음악파일 공유사이트 소리바다 사태 등과 관련 '대중음악에서의 저작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음악저작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과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포럼을 열고 음악저작권 전반에 관한 공론화를 촉구했다.

음악저작권 개선을 위한 정책포럼이 29일 오후 국가인권위에서 열렸다
음악저작권 개선을 위한 정책포럼이 29일 오후 국가인권위에서 열렸다석희열

오후 1시부터 1, 2부로 나눠 5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포럼의 1부 '디지털시대의 음악저작권의 문제와 대안'이라는 주제토론회에서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씨는 "벨소리 서비스에는 라이센스를 주면서 MP3 다운로드에는 라이센스를 주지 않는 것은 이중적"이라고 한국음반산업협회를 비판한 뒤 "현재 분노하고 있는 네티즌들 대부분은 음반의 잠재 구매층들인데 이들의 불만을 살 필요가 없다"며 "소리바다가 유료화한다는 조건 아래 당장 고소를 취하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양산업화 되어가는 음반시장의 부활을 위해 "신보의 경우 싱글 음반을 발매하고 가격을 현재 앨범 가격의 절반 이하로 책정할 것"과 "작곡가들에게 정액제로 곡비를 지급할 것이 아니라 인세제로 로열티(복제료)를 지급할 것"을 대안으로 내놓으며 "음악인과 음악산업계의 파트너십을 위해서라도 인세제가 바람직하다"고 한국음반산업협회에 요구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저작권을 빌미로 비영리적인 회원들간의 파일교환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번 소리바다 사태는 인터넷(이용자들)과 음반사업자들간의 문제이지 소리바다와 음반사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소리바다를 통제하는 것은 인터넷의 사용환경을 위축시키고 이용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정책포럼 1부 '디지털시대의 음악저작권의 문제와 대안'이라는 주제토론회에서 토론자들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이날 정책포럼 1부 '디지털시대의 음악저작권의 문제와 대안'이라는 주제토론회에서 토론자들간에 격론이 벌어졌다석희열
오병일 사무국장은 "저작권이란 지적창작물에 대한 제한적인 권리일 뿐 무한대의 권리가 될 수는 없다"며 음반사업자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네티즌들은 현재의 기술환경이 마련해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노는 것이며 그럴 권리가 그들에겐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리바다 이용자들의 행위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해줄 것을 음반협회에 촉구했다.

최용관 와우프리 대표이사도 "P2P 개인사업자들은 실제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할려고 하고 있다"면서 "소리바다는 단지 좌판을 벌인 게 아니라 이용자들을 위한 광장을 빌려준 것 뿐"이라며 소리바다와 같은 P2P 사업자들은 불법사업자도 아니고 법적 책임도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토론자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종혁 한국음반산업협회 전문위원은 "합법적인 사업자들이 엄청난 사업비를 투입하고도 실패한 틈을 타 P2P 사업자인 소리바다가 등장하여 소비자로부터 수입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소리바다 사태는 유료나 무료냐의 문제가 아니라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관건"이라면서 "소리바다 사업자는 P2P 서버를 통해 개인과 개인간에 간접세를 물으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사업자"라고 반박했다.


김종혁 전문위원은 "소리바다가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겠다면 라이센스(음원)를 제공하겠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소리바다가 불법사업을 한 원죄를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소리바다가 불법으로 사업을 하고서도 현실을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 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김 전문위원은 이어 "늘 기술개발이 컨텐츠를 앞서가는 시대에 새로운 매체인 MP3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 싱글앨범 발매 주장에 대해 "그러고 싶지만 매체에 대한 과다한 홍보비 등이 문제다"라며 "음반사업자 전체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액제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음반 사업구조가 역사적으로 투명하게 정리되지 않아 유보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액제가 아닌 로열티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2부 '음악저작권의 제도개선을 위한 해법 찾기' 주제토론회에서 이동연 사무차장은 발제문을 통해 "음악저작권은 노래방업체에서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복제권, 텔레비전 등 방송에서 징수되는 방송권, 공연장에서 징수되는 공연권,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음악전송 시 징수되는 전송권으로 구분된다"면서 "현재 저작권협회는 이 4가지 저작권에 대한 독점적인 징수권한을 가지고 있고 위탁자는 모든 권한을 신탁해야 한다"고 저작권협회의 저작권 신탁의 독점과 음악저작자의 자유로운 권리행사간의 충돌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동연 사무차장은 또 "현재 저작권협회를 탈퇴한 가수들(이승호, 윤일상, 윤상, 서태지 등)은 협회로부터 탈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협회와의 계약기간이 끝나 신탁업무를 해지하고 싶어도 단체가 저작권자의 신탁업무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를 행사하고 있는 이상 해지는 불가능하다"며 탈퇴한 회원들의 권리 구제가 주요 해결과제임을 역설했다.

이승호 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 회장은 "일본의 경우 연 1조원의 수입을 올리고 저작권협회와 음악작가들이 서로 일정하게 수입을 분배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우리의 경우 저작권협회가 1년에 징수하는 수입이 고작 300억원"이라면서 "우리와 일본의 시장 환경이나 규모가 얼마나 다르길래 한일 두 나라의 저작권 수입이 그렇게 엄청난 차이가 나느냐"고 저작권협회의 불성실 행정을 비판했다.

2부에선 '음악저작권의 제도개선을 위한 해법 찾기'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2부에선 '음악저작권의 제도개선을 위한 해법 찾기'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석희열
이승호 회장은 또 "작가연대 출신들이 저작권협회 집행부로 들어간 지금도 옛날 작가연대에서 협회를 견제하고 그들을 상대로 투쟁했던 상황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질타하면서 "협회 새 집행부가 구성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집행부가 제대로 한 일도 없고 협회의 개혁이나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도 없다"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태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에 대해 집중 포화를 날렸다.

최태원 BC 2000 대표이사는 "아직 우리사회에 저작권이 생활화되어 있지 않고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지적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작가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믿고 맡긴 협회가 작가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면 협회에게 책임이 있고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현 협회 집행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옛날의 관행들에 의해 협회 내의 개혁의 목소리가 덮혀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폐쇄적인 협회 구조의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론에 나선 정태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는 "정부가 저작권협회에 대해서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면서도 적절한 감사·통제 등 감독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내부의 지적이 있다"고 소개하고 "협회 집행부로 들어간지 6개월이 지났지만 그 동안 업무 파악에 매달리느라 어쩔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먼저 드린다"고 이해를 구했다.

정태춘 이사는 복수 신탁단체의 필요성에 대해 "제2의 저작권협회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여건이 허용되면 복제권만 따로 관리하는 단체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자신의 견해를 소개했다. 그는 작가연대의 자료교부 요구에 대해서도 "12월 총회에서 자료의 열람에 관한 규정을 고쳐 교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협회를 탈퇴한 가수들에게 다시 협회로 들어와 줄 것을 당부했다.

박성호 변호사는 "하나의 음반은 작곡·작사자,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연주자(실연자), 음반제작자의 각각 별개의 독립된 3층의 권리구조로 구성된다"고 분석하고 "인터넷 사업자들이 하나의 음반이 3층의 권리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3층 중 어느 일방의 권리가 모든 것을 독점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하나의 음반이 생산되고 유통될 때 어떠한 권리가 발생되게 되는지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복수 신탁단체와 관련 "복수 신탁단체의 길로 나가기 위해서는 허가제 규정이 신고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라며 "음악저작권협회의 업무가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되기 위해 신탁업무와 같은 저작권 집중관리체제는 복수화로 가야한다는 견해가 있다"면서도 "집중관리체제는 음악분야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별 신탁할 수 있다는 규정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신탁단체 복수화 논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정책포럼에는 서태지 팬클럽 회원 등 1백여명의 음악 매니아들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및 한국음반산업협회 직원들이 참석해 토론자들의 공방전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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