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인 영어 강사의 천국?

돈 퍼주고 손해 보는 한국의 영어 교육

등록 2002.09.03 02:17수정 2002.09.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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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약 1년 동안 학원 영어 강사를 하며 8-10세 정도 되는 아이들을 가르친 바 있는 미국인 마크라는 이를 알고 있다. 그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사립대 학비가 엄청난 데다가 역사학에 대한 회의가 생겨 잠시 공부를 그만두었다.

그에 의하면 대구의 그 학원에서 일하는 미국 출신 영어 강사들 중 그 만큼 교육받은 이는 한 명도 없단다. 심지어 미국서 타일 붙이는 일을 하다 온, 대학이나 나왔을까 말았을까 하는 이도 영어를 가르친답시고 그 학원에 붙어 있으면서 개인 강습을 하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한 번은 문법을 잘 몰라서 마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나. (미국인 네이티브라고 해서 모든 '문법'을 통달할 수는 없는 거다)

그들이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사람들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거만한 이들이라고 한다. 이런 이들에게 영어를 못배워 안달인 한국인들. 기왕 배우려면 좋은 교사로부터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

영어 강사들 중 한 명은 50세 먹은 미국 아저씨인데 19세짜리 한국 여자를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그걸 자랑삼아 떠들어댄다고 한다. 그저 미국인이라면, 여자의 경우엔 몸을 내주어도 좋다는 건가. 영어만 배울 수 있다면 말이다. 한 여자 강사는 핫팬티에 끈달린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서, 길거리 남자들이 쳐다본다고 불평을 하더니 대구를 떠났다고 한다. 그런 차림으로 8-10세 한국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리고 떠나기 겨우 일주일 전 '나간다' 하고 통보하는 무책임한 여자. 그러한 이들이 과연 '선생'인가.

왜 우리는 참된 선생의 덕을 요구하지 못한 채 무례하기 짝이 없는 미국인들에게 돈을 줘야 하는가. 마크는 결국 일년 동안 그 영어 학원에서 일한 후 나와 버렸다.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직장 동료들과 같이 있기 싫어서. 질나쁜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게 싫어서. 한국인들이 자기를 그런 미국인으로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생겼다 한다.

나는 물었다. 왜 한국인가? 왜 그들은 한국에 와서 영어 강사를 하나? 마크에 의하면 한국은 이미 영어를 가르쳐 한몫 보려는 이들, 한 일 이년 가르쳐서 학생 대출 받은 것 갚으려는 이들, 대학을 막 졸업했거나 미국 내에서 직장을 잡지 못한 이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 곳에 가면 ‘귀족’ 대우 받으면서 돈벌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교육자격증도 없이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와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 한편 만약 동남 아시아인들-그들 중 교육 받은 이들은 영어를 잘한다-은 자기 나라에서 영어 교사를 했다고 해도 한국에서 영어 강사는커녕, 하루 16시간 공장 일을 하면서 욕을 들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동남아시아인들, 갈색 인종에게 무척 혹독하게 군다.


미국인들은 자국 언어가 영어이고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히 백인- 한국에서 모셔다가 -비행기표, 숙소, 그리고 한 달 최소한 2백만원 제공 조건- 영어를 가르쳐주십시오 하고 비는 반면, 동남아시아인들은 한국인들이 싫어서 안하는 더럽고 위험한 공장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들을 마치 노예부리듯 하는 것에 덧붙여 심지어 인종차별적인 태도로 대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영어'란 과연 무엇인가. ‘백인 미국인’에게서 배우면 '진짜' 영어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니라는 생각. 미국인이면 질 낮고 못 배운 놈이라도 그저 영어 한마디 배우기 위해 돈을 갖다 바치고, 미국인(혹은 캐나다)이 아니면 아무리 교육을 받았고, 영어를 '가르칠 줄' 안다고 해도 싫다는 거다.


미국인 영어 강사 중 '교사 자격증'은 커녕 심지어 대학 교육을 받았을까 말까 하는 이들도 많다. 왜 우리는 이러한 이들에게 우리 아이들을 맡겨야 하나. 그런 질 낮은 영어 배워서 어디다 써먹으려는지. 차라리 석사까지 받은 한국인에게서 영어를 배우는 게 더 낫지 않은지?

한마디로 한국의 교육, 특히 영어 교육은 위기를 맞이하였다. 하긴 언제 좋은 적 한번이라도 있었나. 그러나 지금이라도 본질적인 수술을 시작하지 않으면 거액을 밑 빠진 독에 쏟아 붓는 격이 아니고 무엇일까. 공교육에 투자를 해야 한다. 학교 교육을 바꿔야 한다. 교사들을 잘 교육시키고, 교사들에게 더 높은 월급을 주자.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한낱 영어 몇 마디 가르치는 질 낮은 미국인보다 더 못 번다면 말이 안 된다.

이 나라의 아이들이 영어 몇 마디 할 줄 아는 것 보다 사람이 먼저 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교육은 백년 대계라 했건만, 한국의 교육 수준은 영어 때문에 오히려 점차 낮아지는 것 같다. 영어는 배워야 한다. 국어, 수학, 과학, 등등을 배우듯이. 배우려는 자세는 좋다. 나는 한국의 교육열이야말로 한국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기왕 배우려면, 기왕 교육에 투자하려면 그만큼 가치있는지 잘 따져 본 후 시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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