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년 넘게 계속 발굴 중. 1784년 본격적인 발굴 작업을 시작한 이후 아직도 발굴이 계속되는 폼페이. 이처럼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발굴하는 것이 후손이나 현재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며, 옛사람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권기봉
평화와 희망의 21세기를 맞이한다며 요란하기만 했던 지난 2000년 12월경.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체나 사업체들을 중심으로 대결과 증오의 20세기를 떠나보낸다는 의미에서 타임캡슐을 묻는다 어쩐다 하며 한바탕 소란을 피운 적이 있음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독자들 중에는 자신만의 유산과 기억을 오래오래 남기기 위해 집뒤뜰이나 앞마당에 나름의 타임캡슐을 묻은 기억이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타임캡슐이라야 고작 몇십 년, 길어야 1백년 후에 열어보기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솔직히 그때 가서 열어본다 한들 대부분의 물품들이 아직 우리 주변에서 쓰이고 있거나 쓰이진 않더라도 조금만 수고하면 쉽게 구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 1800여 년만에 개봉된 타임캡슐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특히 매설된 뒤 근 2천년만에 개봉되긴 했지만 그 개봉작업이 한번에 끝나지 않고 거의 2백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자신이, 그 시대가 원하지도 않았는데도 '동작 그만!'을 외치며 땅속으로 사라져 거대한 타임캡슐로 남은 고대의 도시, 서기 79년 8월 24일, 폼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