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넝쿨과 호박꽃이종찬
그래. 담장을 타고 오르며 여기저기 애호박 몇 개 자식처럼 흘려놓고 마구 피어나는 저 노오란 호박꽃을 보면 생각난다. 무지무지하게 먹을 게 없었던 어린 날, 노오란 현기증 속에 피어나던 노오란 호박꽃을 미끼로 삼아 연이어 낚아올리던 그 참개구리들이 생각난다.
그래. 그 당시에는 낚시바늘이나 낚시줄이 그리도 귀했다. 아니, 귀했다기보다도 가게에 가면 흔하게 널린 게 낚시도구들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살던 곳은 인근에 남천이라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불과 몇 킬로 남짓한 곳에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도구를 살 만한 돈, 그 놈의 웬수 같은 그 돈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대부분 어머니의 실타레에서 실을 감아와 나무막대기에 실을 길게 매달고, 미끼를 끼울 실 끝자락에서 손 두 뼘 정도 되는 자리에 매끈매끈한 조약돌을 매달았다. 말하자면 조약돌이 실의 중심을 잡아주는 납덩이 역할을 했고, 나무막대기는 일종의 낚시대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실 끝자락에는 집집마다 담장에 지천으로 널려 피어난 호박꽃을 적당히 주물러 매달았다. 그래, 그렇게 하면 우리들의 개구리 낚시 채비는 모두 끝나는 셈이었다. 아, 참! 미끼인 호박꽃은 몇 송이 따서 손으로 잘 주물러, 흔하디 흔한 밀가루 포대를 찢어 그곳에 싸갔었지.
개구리 낚시는 주로 마을 가까운 개울가 풀숲 근처나 조그만 웅덩이를 낀 논둑 근처 물길이 포인트였다. 그곳에는 뒷다리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씨알 굵은 참개구리들이 참 많았다. 우리들의 개구리 낚시라는 것은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낚시대를 드리우고 상하로 살살 흔들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랬다. 개구리란 녀석들도 노오란 색을, 달콤한 내음이 나는 그 호박꽃을 몹시 좋아했는지도 몰랐다. 잠시 10여초 그렇게 흔들고 있으면 이내 씨알 굵은 참개구리가 몇 마리 팔짝거리며 뛰어나와 그 노오란 호박꽃을 덥썩 무는 것이었다. 그때 우리는 평소 익숙한 솜씨대로 잽싸게 낚아채면, 그게 월척이었다.
그때 느끼는 그 손맛, 이건 손끝이 찌르르한 정도가 아니다. 묵직한 느낌과 동시에 파다닥거리는 참개구리의 움직임이 손끝에서 팔끝까지 전해져 올라오는 그 떨림 맛, 마치 온몸이 감전되는 듯한 그 손맛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리라. 아마 물고기를 낚아올리는 낚시꾼들은 몸 한쪽이 덜덜덜 떨리는 그 기찬 손맛을 꿈속에서도 느끼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