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읽는 현대판 <화성성역의궤>

[서향만당3] <실학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

등록 2002.09.17 17:40수정 2002.09.1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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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성역의궤》- 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에는 《화성성역의궤》라는 일종의 '공사 보고서'의 역할이 컸다. 사진은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화성성역의궤》- 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에는 《화성성역의궤》라는 일종의 '공사 보고서'의 역할이 컸다. 사진은 화서문과 서북공심돈.권기봉
우리나라가 1988년 세계문화유산조약에 가입한 이후 92년 종묘와 석굴암 등이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97년에 들어 수원 화성과 창덕궁 등이 추가로 등록되게 된다.

보통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자연유산과는 달리 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원래 그 유산이 만들어질 당시의 모습대로 남아 있는지, 혹은 만약 복원을 했다면 원래의 모습에 충실한(authenticity)지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으로 따르게 되는데, 70년대 들어 대대적인 복구공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원 화성은 아무런 문제없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에 이른다.


이는 <화성성역의궤>라는 일종의 '공사 보고서'가 남아 있어, 후손들이 이를 토대로 복구공사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지형에 강하다- 양쪽을 모두 돌로 쌓는 중국의 협축식과는 달리 밖은 돌로 쌓되 안은 흙으로 메운 화성은, 특히 성벽을 일직선으로 쌓지 않고 구불구불하게 쌓음으로써 저항력을 높였다.
한국 지형에 강하다- 양쪽을 모두 돌로 쌓는 중국의 협축식과는 달리 밖은 돌로 쌓되 안은 흙으로 메운 화성은, 특히 성벽을 일직선으로 쌓지 않고 구불구불하게 쌓음으로써 저항력을 높였다.권기봉
근래에 도서출판 돌베개에서 '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의 일환으로 내놓은 <실학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은 필자의 판단으로 '현대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화성성역의궤라 부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탕평책과 지극한 효성으로 회자되는 정조가 계획적으로 건설한 한반도 최초의 계획 도시인 수원 화성이 만들어지게 되는 배경에서부터 공사 과정 및 완성된 화성과 행궁에 대한 평가, 이후의 발전상과 의미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세부적인 설명까지 특별 코너까지 마련해 다루고 있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수원 화성이 갖는 지위가 특별하고 조선 후기 건축사에 큰 획을 긋는 대역사였던 만큼 지금까지 화성에 대해 다뤄온 책들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들이 화성의 건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거나, 관광할 때 놓쳐서는 안될 코스, 정조의 1795년 을묘년 원행 등에 대한 특정 부분만을 다루고 있어, 일반인들이 화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찰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요즈음 들어 기획력이 특히 돋보이는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런지 책의 구성에 짜임새가 있고, 원색 그림과 사진, 용어 설명 등을 첨부함으로써 성곽 건축이나 조선 후기 문화에 대해 문외한인 이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형식뿐만 아니라 글을 펼쳐나가는 서술도 긴장감을 유지해 마치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지금까지의 화성 관련 서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곽에도 운치가 흐르고- 화홍문 옆에 있는 방화수류정으로, 성곽에도 이처럼 운치 있는 건물이 들어설 수 있었던 조상들의 여유가 그립다.
성곽에도 운치가 흐르고- 화홍문 옆에 있는 방화수류정으로, 성곽에도 이처럼 운치 있는 건물이 들어설 수 있었던 조상들의 여유가 그립다.권기봉
물론 화성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 책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읽고 화성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깊어지면 또 다른 자료들을 찾아 순례를 계속하는 것이 순리이겠지만, 지은이는 친절하게도 책 말미에 다른 참고 도서 목록과 함께 1차 사료에 대한 출처도 밝혀놓고 있어 화성에 대한 일종의 개설서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


현재 돌베개의 '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로는 이 책과 함께 <순백으로 빚어낸 조선의 마음, 백자>와 <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 문화> 총 3권이 나와 있다. 앞으로도 시리즈는 계속 될 것이라 하니 문화유산답사에 관심이 있거나 역사, 문화사 등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첨성대를 옮겨다 놓은 듯- 방화수류정 근처에 있는 암문으로, 문 양쪽의 곡선이 마치 경주 첨성대를 보는 듯하다. 첨성대를 옮겨다 놓은 듯- 방화수류정 근처에 있는 암문으로, 문 양쪽의 곡선이 마치 경주 첨성대를 보는 듯하다.
첨성대를 옮겨다 놓은 듯- 방화수류정 근처에 있는 암문으로, 문 양쪽의 곡선이 마치 경주 첨성대를 보는 듯하다.첨성대를 옮겨다 놓은 듯- 방화수류정 근처에 있는 암문으로, 문 양쪽의 곡선이 마치 경주 첨성대를 보는 듯하다.권기봉
김동욱/실학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돌베개/2002
김동욱/실학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돌베개/2002권기봉

덧붙이는 글 | 김동욱 <실학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 /돌베개/2002

이 글은 'www.SNUnow.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동욱 <실학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 /돌베개/2002

이 글은 'www.SNUnow.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실학 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 화성

김동욱 지음,
돌베개,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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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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