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형에 강하다- 양쪽을 모두 돌로 쌓는 중국의 협축식과는 달리 밖은 돌로 쌓되 안은 흙으로 메운 화성은, 특히 성벽을 일직선으로 쌓지 않고 구불구불하게 쌓음으로써 저항력을 높였다.권기봉
근래에 도서출판 돌베개에서 '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의 일환으로 내놓은 <실학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은 필자의 판단으로 '현대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화성성역의궤라 부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탕평책과 지극한 효성으로 회자되는 정조가 계획적으로 건설한 한반도 최초의 계획 도시인 수원 화성이 만들어지게 되는 배경에서부터 공사 과정 및 완성된 화성과 행궁에 대한 평가, 이후의 발전상과 의미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세부적인 설명까지 특별 코너까지 마련해 다루고 있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수원 화성이 갖는 지위가 특별하고 조선 후기 건축사에 큰 획을 긋는 대역사였던 만큼 지금까지 화성에 대해 다뤄온 책들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들이 화성의 건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거나, 관광할 때 놓쳐서는 안될 코스, 정조의 1795년 을묘년 원행 등에 대한 특정 부분만을 다루고 있어, 일반인들이 화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찰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요즈음 들어 기획력이 특히 돋보이는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런지 책의 구성에 짜임새가 있고, 원색 그림과 사진, 용어 설명 등을 첨부함으로써 성곽 건축이나 조선 후기 문화에 대해 문외한인 이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형식뿐만 아니라 글을 펼쳐나가는 서술도 긴장감을 유지해 마치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지금까지의 화성 관련 서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