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아빠, 내가 정말 아줌마로 보여요?"

노순택의 <자전거가 있는 풍경 9>

등록 2002.09.23 00:14수정 2002.10.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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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아이들 노래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옆집 순이가 우리 엄마더러 할매라고 불렀다~. 잠~이 안~ 온다. 내일 아침 먹고 따지러 가야겠다~."

짧고 흥겨운 가락이지만 막상 따라 중얼거리다 보면 여간 심란한 노래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떠오르는 탓이지요. 저는 이 노래를 오래 전 막내 동생에게서 주워 들었습니다. 그 당시엔 '혹시 동생이 어머니 아버지 나이가 많은 걸 부끄러워하는 건가'싶은 걱정까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학교에서 배운 노래일 뿐인데 저 역시 어렸으므로 괜한 근심을 했던 것이지요.

요즘이야 아이들을 낳아도 하나둘이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형제들 네다섯은 흔했습니다. 형제 많은 집 막내들은 아무래도 부모님 연세가 많을 수밖에 없었죠. 다섯형제 중 막내였던 친구 하나는 고등학생일 때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셔서 제가 더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물며 부모님 세대는 말도 못하죠. 제 어머니는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셔서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셨습니다. 아무래도 어릴 적 어머니 눈에 비친 외할아버지는 '아버지같은'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같은'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하지만, 아무리 할머니같은 어머니, 할아버지같은 아버지더라도 그분들은 엄연한 어머니와 아버지.
비록 남들 눈에 할머니, 할아버지로 보일지언정 그걸 인정하고 싶은 어린 마음은 없을 것입니다.


짧은 얘기 1 #

얼마 전 세살배기 제 딸아이가 옆집 아주머니를 보고는 '할미, 할미'하고 반갑게 부르다가 아내에게 붙들려 30분 동안 정신교육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딸아이는 자기 눈에 비친 그대로를 '사심 없이' 말했을 터였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도 개구리가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가는 것처럼 고의없는 말이라도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는 법. '뚤린 입'이라고 아무말이나 내뱉어선 곤란하다는 게 아내의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50대에 접어든 중년의 아주머니께 그런 '망언'을 하다니요. 더구나 아주머니의 막내 아들이 겨우 일곱 살입니다. 제 딸을 무척이나 귀여워하는 그 꼬마 녀석이 혹시라도 문제의 '할미' 소리를 들었으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딸아이는 정신교육 이후 옆집 아주머니를 "아줌마, 아줌마"하며 좋아해주었고, 아주머니도 여전히 딸아이를 반가워하시네요.

짧은 얘기 2 #

앞서 소개한 노래를 어릴 적에 들려주었던 막내 동생이 몇 달 뒤 혼례를 올립니다. 추석 때 부모님 집에 모여 얘기를 나누다가 사돈어른 되실 분들의 연세를 물었더니 40대 후반이라는 겁니다. 형제들은 입을 모아 "우와, 너무 젊으시다"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방정맞은 저는 아예 "우린 30대, 사돈 어른은 40대니까 아예 '형님 아우'해야겠다"고 농을 쳤습니다.

올해 마흔아홉인지라 사실상 50대인 사돈어른께 비록 1년밖에 안 남았지만 팍팍 40대 '대접'을 해드리고 싶었던 거죠. 매제될 친구는요? 어이없는 농담에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도 이젠 부모님 젊으신 게 얼마나 좋은지를 아는 나이입니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립서비스' 좀 하면 어때서요

나이도 어린 놈이 어르신들한테 막말을 하는 건 '싸가지 없는 짓거리'지만, 적당한 막말은 되레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건 저희 어머니께서 어쩌다 젊은 사람들로부터 "아주머니" 소리를 들을 때 좋아하시는 이치와 꼭 맞아떨어집니다. 노인네들 주책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 역시 막나가는 젊은이가 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 백살 쯤 넘게 사신 어른들 빼놓고는 다 아줌마, 아저씨라고 부를 수 있겠더군요.

가끔 노인정으로 통하는 동네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아주머니'들과 심심찮게 놀다오곤 하는데, 한 번은 어떤 '아줌마'가 물으시더군요.

"어이 애기 아빠, 내가 정말 아줌마로 보여?"
"네? 제가 어렸을 적엔 아줌마였을 것 같은데요...?"

한참을 좋아라 웃으시더군요.
어차피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정말이지 서로 돈 안들이고 웃었습니다.

사진은 다시 베이징의 변두리 골목입니다.

땅거미가 깔릴 때까지 이 골목 저 골목을 쏘다니다가 다리가 아파 잠시 쉬었던 어느 길모퉁이에서 사진 속의 노인분들을 만났습니다. 몇 마디 얘기를 나누긴 했는데 중국어가 짧아 의미있는 대화를 하지는 못했죠.

사진 속의 이 노인네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우리 영화 '죽어도 좋아'를 둘러싸고 벌어진 형편없는 논란이 생각났고, 부모님과 주위 어르신들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백발의 '아줌마' 뒤로 자전거가 한 대!

덧붙이는 글 | *이 사진을 모니터 바탕화면으로 사용하는 방법

** 별로 어렵지 않아요. 사진위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신 후 '배경무늬로 지정'(또는 '배경으로지정')을 선택하시면 곧바로 사용가능합니다.

*** 주의사항 : 이 사진달력은 바탕화면을 꽉 채우는 '풀스케일'용이 아닙니다. 달력을 깨끗하게 사용하시려면 화면 왼쪽 아래의 '시작' 메뉴에서 '설정' - '제어판' - '디스플레이'로 들어간 뒤 배경 무늬의 '표시형식'을 '가운데'로 맞추시기 바랍니다. '바둑판식 배열'이나 '늘이기'는 좋지 않습니다. 또, '화면배색'의 바탕화면 색깔을 검정색으로 설정하면 보다 깔끔하죠.

덧붙이는 글 *이 사진을 모니터 바탕화면으로 사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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