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잔치에 무슨 국경이 있나요?"

경기도 안산시 '국경 없는 마을'서 외국인노동자들 축제 열어

등록 2002.09.23 05:06수정 2002.09.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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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마을' 입구의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
'국경 없는 마을' 입구의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최유진
한가위 추석을 맞아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소재 '국경 없는 마을 '에선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소장 박천응 목사) 주최로 외국인 노동자와 주민이 함께 하는 이색 '마을축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추석연휴 기간인 20, 21, 22일 3일간 외국인노동자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 거리 곳곳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예년과 다른 진행과 각종 이색적인 행사로 주민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 노동자들이 모여 산다고 해서 '국경 없는 마을'이란 이름을 갖게 된 이곳은 지난 2000년 박천응(41)소장이 설립한 이래 작년부터 정착기를 거쳐 현재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센터가 들어선 원곡동 일대는 인구의 절반가량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며,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상점도 80여 곳이나 있다. 국경없는 노동, 인권, 평화, 공동체란 목적을 가진 '국경 없는 마을'은 지역신문 발행이나 각종 문화행사, 체육대회 등을 열어 외국인 노동자와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전통음식을 만들고 있는 베트남 노동자들
전통음식을 만들고 있는 베트남 노동자들최유진
이번 추석맞이 행사를 주최한 박천응 소장은 "흔히 사람들은 명절에는 이웃은 모르고 자기 가족만 알기 쉽다"며 "이웃사랑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박 소장은 또 "문화라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특히 공존문화는 공동체를 꾸려가는 사람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기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의 고달픈 삶을 뒤에서 추스려온 박 소장은 이에 대한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 소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권' 문제"라며 "얼마 전 지역주민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거리축제에서는 나라별로 거리를 조성해 각국의 특색 있는 문화를 선보였다. 몽골과 베트남 등에선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놀이를 선보였으며 이들은 이웃 주민과 다른 나라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전통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또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출신 오히국인 노동자들은 자기나라의 전통 노래를 부르며 축제의 흥을 돋우었고, 또 이웃 중국 노동자들은 자체적으로 노래자랑을 열어 노래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낮 12시부터 원곡본동사무소 앞에서는 한국의 전통놀이인 '각설이 타령'이 펼쳐졌는데 인근 주민 등 70여 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안산역 광장에서 연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밴드
안산역 광장에서 연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밴드최유진
2년 전부터 이곳 '국경없는 마을'에서 상점을 운영해온 박완신씨는 "작년보다 올 추석 행사는 훨씬 성대하다"며 "올해는 각나라의 특색을 살린 볼거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 가게 손님 중 절반이 외국인 노동자"라며 "우리는 이곳 사람들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봉사의 일환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배철오(27·한양대학교)씨는 "봉사팀은 신문편집팀, 추석잔치행사팀, 홈페이지관리팀 등 3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제 막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단계라 잘 모르지만 이곳에서 하는 봉사의 의의가 각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입시 준비차 센터내에서 사진촬영 봉사활동을 하는 임수아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방송에서는 대개 안 좋은 쪽으로만 비쳐지는 면이 없지 않다"며 "직접 와서 보니 좋은 분들도 많고 친근감도 든다"고 말했다.

22일 행사는 안산역 광장에서 펼쳐진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밴드 공연과 '외국인노동자 노래자랑'으로 축제의 막을 내렸다. 안산역 광장에는 약 1000명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인근 주민들이 참여해 함께 국경을 허물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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