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꿈 (고철, 스푼, 나이프)임옥상미술연구소
그는 '거리'와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와 거리에서 맞닥뜨린 몇 번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거리예술가'다. 그는 그의 작품들을 황량한 미술관에 걸어놓고 할로겐전구 몇 개와 몇 명의 특정 미술인사들에게 시선을 받게 하느니, 바깥장소인 거리에 자신의 작품을 세워놓고 아무에게나 말을 붙이고 시비를 거는 편을 택한다.
개인적인 콜렉션을 마련해 배타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서양인, 혹은 서양예술과 달리, 한국의 예술이라는 것은 바깥에 꺼내어 놓고 서로가 즐겁게 둘러보며 이야기하는 포괄적인 정서를 포함한다. 이러한 정신에 입각한다면 임옥상씨는 거리예술가며 민중미술가가 확실하다.
그는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분단과 갈등, 통일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왔다. 그가 한국전쟁이 터진 해에 태어났다는 강박관념이 그의 미술세계를 한쪽으로 기울도록 억압했는지는 모르지만, 경기도 화성의 미군 사격장인 매향리의 고통을 함께 느낀 후 그의 관심은 오직 매향리로 향했다.
그는 미군이 사용했던 사격장의 사생아들, 즉 낡은 고철과 비행기 파편 등을 이용해 작업을 시작했다. 주재료로 사용된 쇠와 철은 그것의 차가운 금속성에 매향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오브제였고, 그는 매향리라는 작은 영토에서 한반도라는 큰 영토가 동시에 품고 있는 분단의 아픔, 통일에 대한 염원을 쇠와 철로 표현해냈다. 그가 작품 하나 하나에 쏟아부은 것은 그의 투쟁이며 그 투쟁은 한국의 역사이자 정신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