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의 문제다. 노 후보 진영의 전략의 문제, 또 노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의 사고의 문제,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대중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다. '덧셈의 정치'를 해야하는데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다. 지금 노 후보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현재 역량으로는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세가지 덧셈이 필요하다.
하나는 호남-비호남 구도라는 지역구도를 벗어나는 덧셈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다른 여타의 지역에 있는 세력과 지지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노 후보가 가지고 있는 선명하면서도 진보적인 스펙트럼이 있지 않은가. 민주당보다는 왼쪽에 있고 민노당보다는 한참 오른쪽에 있는 노 후보의 스펙트럼이 있다. 그런데 이 밴드가 너무 얇다. 얇기 때문에 이 밴드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덧셈으로 해 나가야한다. 그것이 이를테면 합리적인 보수세력을 개혁세력과 결합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정체성의 위기가 온다고 보는데, 내 이야기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소리다.
세번째의 덧셈은 노 후보는 지지계층이 너무 지나치게 20∼30대에 의존해 있다. 내가 물어보겠는데, 최근의 갤럽-조선일보 조사에서도 그렇고 다른 여론조사에도 그렇고, 50대에서 8%의 지지를 가지고 있는 후보가 어떻게 당선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네티즌을 중심으로 20∼30대에 집중돼있는 세대별 집중도를 넓히기 위한 덧셈의 정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안보인다. 그러니까 지역적으로 계층적으로 세대적으로 협애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빠지게 되는거다.
갤럽 여론조사는 급기야는 우리 민주당이 완전 바닥인데도 불구하고 당 지지도인 20%보다도 더 낮은 지지를 노 후보가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남에서.
그런데 어떻게 이긴다는 것인가.
내가 노 후보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똑같이 했다. '이러시니까 안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몽준이든 누구든 통합신당의 후보를 끌어놓고 연대를 하고 다른 여러 정치세력과 통일단결하는 통합의 정치를 하십쇼. 덧셈의 정치를 하십쇼. 그래야만 이길 수 있습니다'."
- 그랬더니 반응은?
"그 말은 내가 하기 어렵고…. '뺄셈의 정치' 사례를 들어보겠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개혁적 국민정당과의 통합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노 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협애화시키고 강화시키는 의미가 있다. '덧셈의 통합'은 안하고 '뺄셈의 통합'을 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지난 보궐선거에서 금천구에 김중권씨를 공천하지 않았는데, 김중권의 공천은 노 후보에게는 필요한 일이었다. 그 사람이 되든 안되든 말이다. 왜냐하면 영남의 지역기반을 일부라도 가지고 있고, 보수층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으며, 또 학연이나 여러가지로 노 후보가 가지지 못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맺은 인맥도 있을 것이고.
그런데 그것을 배제하지 않았는가. 이목희를 세웠다. 그러면서 그것이 '노무현식 정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목희 선배가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지만, 대선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노 후보가 김중권을 짤라냄으로해서 자신의 인기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거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의 경선은 나도 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한동이라는 사람은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는 적어도 상당한 플라스 알파(+α)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경기지방의 기반, 그가 가지고 있는 보수층에서의 안정감, 그리고 관료사회에서의 지지, 그럴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다운 그레이드'라는 말로 완전히 박살내서 내쫓아버렸다. 지금까지 전부 짤라내는 일만 했다. 후보가 된지 150일 동안 자기 세력을 강화시키고 지역적 기반을 넓히고 이념적 토대를 넓히고 계층적 지지를 넓힌 예를 하나만 나에게 들어봐라. 그것이 전략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노무현은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다"
- 하지만 지금까지 민주당이 통합의 노력을 기울여 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못한 것이지 안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통합의 노력은 어디서부터 시작돼야 하냐면 6·13, 8·8 이후 지도부의 총사퇴와 후보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거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
- 김 의원은 핵심적으로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 의원과 노 후보가 손을 잡는 것에 대해 원칙이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에 대해 내가 이야기하는 논점은 노 후보를 지지하는 계층과 정 후보를 지지하는 계층이 기본적으로 정치개혁을 원하는 집단이라는 점이다. 20∼30대를 포함해서 탈 지역주의 세력이다. 그리고 탈냉전 세력이다.
정몽준이라는 사람이 재벌 2세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꾸 정몽준과 노무현이 맞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정몽준 지지자와 노무현 지지자가 서로 이동하고 있다. 수평이동을 하고 있다.
이것이 왜 가능하냐. 두 집단 자체가 이념적·정서적 동질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자들은 냉전·수구·기득권 세력이다. 그것과 노 후보와 정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세력과는 물과 기름 같은 세력이다. 거기에 전선을 긋고 경쟁을 해야한다. 밑둥을 결합해야 한다는 거다. 하층을 연대해야 한다는 거다."
- 두 후보가 지금까지 지나온 행적은 다르지만, 밑의 지지층을 분석해 보면 상당부분 겹친다?
"그렇지. 그러니까 그 아랫부분을 결합해야 한다는데 명분이 하나 있고, 그 다음에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현재 우리사회의 주요목표는 냉전·수구·기득권 세력의 집권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여타의 세력이 연대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세계사적인 것이다.
과거 YS-DJ 연대보다도 더 절실하고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때는 지역구도를 가지고 만난 거지만 지금 그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념적 성향이랄까, 개혁적 성향이 같은 집단이다.
셋째로는 그때는 단일화 안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그러나 지금은 단일화하지 않고는 진다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회창 후보가 병풍이 이렇게 기세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지지율 33%를 얻고 있다. 투표율을 0.75라고 가정했을 때 이미 40%의 유효 득표율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떻게 노-정 두 후보가 나와서 40% 이상의 득표를 얻겠는가. 불가능한 상황에 와있다. 그래서 두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2등 경쟁을 하게 돼있다. 어차피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일화 내지는 두 후보의 연대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문제는 노·정 당사자 아닌가. 현재로서는 본인들이 단일화에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물론 처음에는 다 그렇게 이야기하죠. 그러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안하면 국민이 하게 될 거다, 국민이.
지금 내가 볼 때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호남 대중들이, 호남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중들이 한쪽으로 세를 몰아서 정리될 수도 있다. 이회창을 막기 위해 한쪽으로 표쏠림을 통해 단일화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지금까지를 보면 정몽준으로의 단일화이지만, 아직 정 의원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고 상당히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그런 과정 속에서 노무현으로의 단일화가 좋겠다든지, 아니면 정몽준으로의 단일화가 좋겠다든지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쏠림으로 단일화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상층부는) 그것을 견딜수 없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단일화를 향한 모색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가.
"이미 단일화는 시시각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민심이."
- 어느 정도 되면 상층부가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으로 보는가.
"내가 그것까지 알 정도는 아니지만, 10월 말이나 11월 초 정도에는 결정되지 않겠는가."
"상층부가 단일화를 안하면 국민이 하게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