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영상소프트 판매점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한국영화 DVD 타이틀 '2009 로스트 메모리즈'. 한국 발매후 2주도 안 걸려 중국시장에 선을 보였다.모종혁
정식 판매점에서 팔리는 문화상품 해적판
중국 내륙직할시인 충칭(重慶) 한 부심가의 음악·영상소프트 판매점 '스따이후이인'(時代回響).
500평에 가까운 넓은 면적에, 소비자를 위한 휴식공간, 카세트 테이프 CD 비디오 테이프 VCD DVD 등 다양한 형식의 음악·영상 타이틀, 중국과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한국 인도 동남아 등 세계 각국의 문화상품이 즐비한 스따이후이인은 충칭에서 두 번째로 큰 전문 판매점이다. 이 상점 CD부스에서 절찬리에 팔리고 있는 한국가수 강타의 솔로 2집 CD 한 장은 단돈 중국돈 10위안(元, 1위안은 우리돈 150원).
한국에서 9월에 들어 정식 판매가 개시된 강타의 2집 음반이 한 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 중국 내륙에 등장했다. 현재 중국 도시지역에서의 보급률이 50%에 달하는 VCD기기를 위한 드라마 부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타이틀은 단연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각각 90위안과 120위안의 가격으로 끊임없이 상품을 찾는 중국 청소년과 젊은층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판매 부스의 공간이 갈수록 넓어지는 DVD 타이틀로 눈을 돌리면 적지 않은 한국 영화들이 보인다. '투캅스2' '조용한 가족'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반칙왕' '비천무' '공동경비구역JSA' '파이란' '친구' '엽기적인 그녀' '킬러들의 수다' '화산고' '무사' '공공의 적'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지난 4, 5년 동안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하거나 주목을 끈 화제작들이 모두 집합해 있다.
한국에서 8월에 선보인 영화 '친구' DVD 타이틀은 9월 초에, 제작 년월일이 2002.09.13으로 표시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보름만에, D-5 8위안과 D-9 23위안의 두 가지 가격으로 한국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중국 내륙지역 소비자들과 만났다. 스따이후이인의 관리자 런(任, 34세)씨는 필자에게 "음악부문에서는 HOT 베이비복스 SES GOD 강타 문희준 등 한국가수의 CD가 전체 판매량이 20% 정도 차지한다"고 밝히고, "최근 VCD 드라마부문은 한국 드라마가 판매의 대부분을, DVD 타이틀은 한국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 다음으로 종류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따오반'이 지배하는 중국 문화상품시장
자신의 매장이 충칭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복합 음악·영상소프트 판매점이라는 런씨의 자랑 가까운 소개가 무색하지 않게 스따이후이인은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한국 문화상품이 팔리고 있다. 이는 현재 중화문화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리우(韓流) 매니아를 위한 배려이다.
구매자의 다수가 10, 20대인 이른바 '하한주'(哈韓族)라고 일컫어지는 한국문화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 CD와 드라마 VCD, 영화 DVD 타이틀을 사기 위해 여러 판매점을 돌아다닌다.
필자가 스따이후이인에서 만난 리웨이웨이(李緯緯, 여, 21세)씨도 그중 한 명.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다는 리씨는 "중국에서는 한 가수의 CD 전집이라도 워낙 다양한 제작사와 편집판이 있다"며 "디자인을 깔끔한 문희준 솔로 CD를 사기 위해 벌써 6군데 상점을 돌아다녔다"고 필자에게 귀띔했다. 판매점 면적의 크고 작음에 따라 원하는 상품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내 유통경로가 복잡하고 종류가 다양한 '불법 복제판'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중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외국 가수의 카세트 테이프와 CD, 외국 드라마와 영화의 VCD·DVD 타이틀은 90%이상이 '따오반'(盜版)이라고 불리는 불법 복제판이다. 충칭을 대표한다는 스따이후이인 또한 매장에서 전시되어 팔리는 문화상품 80% 가까이가 해적판으로 채워져 있다. 리씨가 10위안이 구입한 문희준 CD를 비롯하여 한국 드라마 열풍의 기폭제 역할을 한 '가을동화' VCD 전집, 한국과 시기상 별다른 차이 없이 상점에 나도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DVD 타이틀 전부 가짜상품인 것이다.
특히 홍콩에서의 인기몰이를 시작으로 해서 중국 전역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형성시킨 DVD 타이틀 상품은 극소수 정식 출시된 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가짜다. 한국에서 1만8000~2만5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한국영화 DVD 타이틀을 중국 소비자는 1/10의 가격으로, 비슷한 시기에, 정품과 똑같은 매뉴얼과 품질을 지닌 상품을 구입해서 보고 있는 요지경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차원을 넘어서 가짜가 진짜를 구축하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