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발전의 바로미터인 푸동. 장쩌민-주룽지가 터전을 닦았다.조창완
하지만 홍콩인들은 서서히 자신들의 에너지가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처음에 그런 느낌을 가졌던 이들은 중국이 홍콩에 반환되기 전에 미국 등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났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들이 청룽(성룡), 저우룬파(주윤발), 훙진빠오(홍금보) 등 연기자나 쉬커(서극), 우위셴(오우삼) 등 감독이었다.
홍콩의 위상 약화는 이미 감지된 지 오래다. 중국인들에게는 가장 명망높은 홍콩 행정장관 뚱젠화는 홍콩은 신경쓰지 않고, 중국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받은 지 오래다. 특히 2001년에는 656억 홍콩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능력 자체를 의심받기 시작했다. 또 실업율도 7%대를 넘어서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또 본토와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진행되는 공무원들의 임금삭감도 둥젠화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홍콩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위로 향하는 개발 축에 위기감 커
홍콩의 동력을 보려면 항구에 가도 되지만 그 보다는 홍콩으로 물자가 운송되는 길을 보면 된다. 가장 대표적인 길이 난창(南昌) 등을 거쳐서 광둥성을 지나 홍콩으로 들어오는 105번 국도다. 현재 주위에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는 이 길은 수십톤짜리 화물트럭이 몇 초단위로 이동하는 중국 물류의 산 현장이다. 홍콩은 이 물류와 광둥성 광저우, 둥관, 선전 등지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을 바탕으로 무역과 물류에서 엄청난 부를 얻어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홍콩이 무역과 물류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전이나 홍콩에 부여하던 교역의 혜택을 이제 다른 도시에도 똑 같이 부여하고 있다. 당연히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용을 무릅쓰고 홍콩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졌다. 푸젠, 저지앙, 상하이, 지앙쑤, 산둥, 톈진 등은 자체적인 물류망을 쓰면되고 난징, 후베이, 충칭, 쓰촨등은 창지앙(長江)의 물류라인을 쓰면 된다. 지앙시나 후난 등이 있지만 이 지역은 산지가 많아서 공업이 발달되지 않는 지역이어서 홍콩의 산업적 기반은 갈수록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무역이나 물류산업의 약화는 홍콩 경제의 가장 큰 축인 금융마저도 그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선전에 이어 산토우(汕頭), 샤먼(厦門), 웬저우(溫州)를 거쳐서 상하이를 넘은 중국 동부 발전 축을 이제는 톈진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어서 홍콩의 매력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중국 본토에 비해 수배나 높은 인건비, 부동산 비용을 감수하고, 홍콩을 고집할 이유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