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망국의 종교가 있을까

<차이나소프트-역사 3> 파룬궁에 대한 부담 커가면서 위정자들 역사 상기

등록 2002.11.07 11:03수정 2002.11.0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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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룬궁은 과연 망국의 종교인가

요즘 중국에서 가장 피곤한 직업 가운데 하나는 방송의 전파를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위성은 물론이고, 유선 텔레비전 등도 마찬가지다. 바로 파룬궁(法輪功)의 교도들이 전파에 침입해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거나 파룬궁에 관한 홍보물을 심심지 않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톈진역에서 있었던 파룬궁의 부정성을 홍보하는 전시회. 중국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톈진역에서 있었던 파룬궁의 부정성을 홍보하는 전시회. 중국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조창완
2002년 9월 24일 오전 10시에는 신뤄웨이싱(?諾衛星 SINOSAT)의 전파망이 대만쪽에서 쏘아올린 파룬궁측 전파에 뚫려 중국 최대의 방송사인 중앙텔레비전(CCTV)과 교육텔레비전(CETV)의 프로그램 대신에 파룬궁의 홍보물이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서 파룬궁 측의 위성 파고들기가 계속됐고, 이 문제는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간) 관계에 작게나마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일은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벌써 수차례 신뤄웨이싱을 비롯한 위성이 뚫렸고, 헤이롱지앙 등에서는 케이블망을 절단하고 관련 방송을 집어넣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파룬궁의 이 저항을 목격했다.

이쯤되면 도대체 '파룬궁이 뭐길래'라는 말이 나온다. 파룬궁은 사실 중국에 널리 퍼진 기공(氣功)운동의 한 종류일 뿐이다. 불교와 도교 원리에 기공을 결합시켜 창시한 수련법 또는 수련집단으로서 1992년 5월 13일 중국의 리훙즈(李洪志)가 창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의 수행법인 법륜대법(法倫大法)은 불가의 상승수련대법으로서 우주의 가장 큰 특성인 진(眞), 선(善), 인(忍)을 근본으로 우주의 연화원리에 따라 수련하여 인간의 심성(心性)을 닦는데 그 목적이 있다. 불가수련(佛家修煉)의 법문(法門)이면서도 불교 등의 종교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마음을 닦는 것 외에도 인간의 명(命)을 연마할 필요성이 있으며, 법륜을 하나의 영성(靈性)이 있는 유기체로 보고 있다.

호흡법을 통해 기를 생성하고, 일정한 수련방법에 따라 공력이 쌓이면 이 공력이 자동적으로 내공을 지속시켜 주는 법륜으로 전화된다는 논리다. 기능상에는 불가가, 정신상에는 도교가 많이 함유됐지만, 파룬궁은 두 가지 종교와는 다른 수련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들은 내공의 수련을 통해 모든 몸의 불균형을 고칠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사회책임감을 높여주어 사회안정을 촉진하는데 공헌하는 등의 사회적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파룬궁 수련은 모든 사회의 물질문명과 정신문명 발전에 적극적,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이점이 도교와 유사한 부분이다. 이전에 있었던 어떤 기공보다도 빠른 효과와 카리스마가 있는 리훙즈의 지도로 인해 파룬궁은 이념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 현실에서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의 공백을 채우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중국에만 수행자가 7000만명을 넘으면서 중국 정부는 급속히 파룬궁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기 시작했고, 후반에 들어가면서 파룬궁 관련자에 대한 검거열풍이 불었다.

타이산 정상 부근에 석각된 오악독존. 도교의 5대 성지 가운데 타이산은 가장 중시된다
타이산 정상 부근에 석각된 오악독존. 도교의 5대 성지 가운데 타이산은 가장 중시된다조창완
우선 파룬궁의 수련법이 널리 보급된 군대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숙정에 들어갔다. 1999년 4월 25일에는 파룬궁 수련자들이 이 탄압에 항의해 중국 지도자들이 머무는 중난하이(中南海)를 둘러싸고 시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장쩌민의 파룬궁 탄압은 공산당 내 원로그룹과 그 자식들인 태자당(太子黨)의 힘을 저지하는 방편이기도 하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중국의 지도자들은 파룬궁을 놓고, 중국 역사의 오랜 교훈을 상기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바로 파룬궁이 황건적이나 태평천국과 같은 국가 붕괴의 철학적 기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각 성별로 대대적인 파룬궁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는 교육에 들어갔다. 또 기차역 등 공공장소에서는 분신이나 딸을 살해한 파룬궁 신도로 주장하는 이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파룬궁에 대한 반박 논리는 상당히 부박하기 그지없다. 위성방송을 비판하는 논리도 그 시간에 본래 방송을 볼 권리를 없앤다는 인터뷰를 내보내는게 전부일 정도다.

중국이 파룬궁을 이토록 경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왕조의 말기에 자주 등장했던 도교 계열의 민중종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그럼 과연 도교 등 사상을 바탕으로 한 종교가 망국의 지름길이었을까. .

도교는 민중의 마음을 담고 있어

타이산의 정상. 가장 위에 있는 위황딩(옥황정)을 비롯해 아래에 있는 피하스(벽하사) 등도 모두 도교사원이다.
타이산의 정상. 가장 위에 있는 위황딩(옥황정)을 비롯해 아래에 있는 피하스(벽하사) 등도 모두 도교사원이다.조창완

사회주의로 인한 종교적 공백기를 지난 현재 중국에 가장 강력한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도교를 꼽을 것이다.

베이징의 톈단(天檀)에서부터 중국 대도시의 곳곳에 산재한 톈후궁(天后宮), 청황당(城隍堂) 등 도교 사원은 물론이고 중국 산의 대부분에는 도교 유산이 산재해 있다. 이런 도교사원에는 공휴일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수많은 이들이 몰려 향을 사르고, 화약을 터트리는 공양을 올리고, 도교 명산에 오르는 이들의 머리나 손에는 부적의 역할을 하는 붉은 띠들이 둘러져 있다. 물론 그들이 모두 도교의 신자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에 도교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바로 중국사상의 총 집합이 도교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도교는 불교나 기독교와 달리 어떤 창조주가 있기보다는 중국 민족의 고유한 생활문화 속에서 생활신조, 종교적 신앙을 기초로 형성된 중국의 대표적인 민족종교다. 한(漢)시대 이전의 무속신앙과 신선사상, 민중의식을 기반으로 하여, 한대에 황로신앙(黃老信仰)이 가미되어 대체적으로 후한 말부터 육조시대에 걸쳐서 형성되었고, 현재는 중국의 각종 도교사원에서 뿐만 아니라 대만이나 홍콩 등지에서 믿어지고 있다.

사실 도교의 모습을 어떻게 한마디로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노자(老子)나 장자(莊子) 같은 사상가들이 있지만 이들은 학문적 흐름인 도가(道家)의 주맥일 뿐 도교의 주맥으로 보기는 어렵다. 도교에서 노자나 장자는 선지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결코 절대적으로 신봉되지 않고, 공자, 석가모니 심지어는 예수와 같이 도교사당의 한켠에서 존재한다.

중앙텔레비전에 방송된 파룬궁 분신자 쳰궈. 19살인 소녀가 리훙즈의 사주를 받아서 분신한 것으로 보도해서 많은 반향이 일었다
중앙텔레비전에 방송된 파룬궁 분신자 쳰궈. 19살인 소녀가 리훙즈의 사주를 받아서 분신한 것으로 보도해서 많은 반향이 일었다
널리 알려진 진시황의 불사약이나 삼신산(三神山 봉래, 방장, 영주)에 관한 사상들도 도가적 색채가 짙다. 역시 도가 문화인 5악(岳) 문화 가운데 가장 중시되는 동악 태산(泰山)은 그 때문에 도가적 색채가 산 전체에 깊이 뿌리해 있다. 정상에 있는 위황딩(玉皇頂)을 비롯해 중톈먼(中天門), 난톈먼(南天門), 톈지에(天街)와 같은 지명이 모두 그렇다. 타이산에 도교문화가 짙은 것은 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패업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나라 관중(管仲)은 도교와 맥을 같이하는 선진 기학의 선구자다.

즉 종교를 각기 분리하기보다는 하나의 사상적 융합으로 보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총집합한 것으로 보면 된다. 실제로 일부 도교 사당에 가보면 공자나 석가모니의 상이 한켠에 자리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동한(25~220) 시대부터 노자는 태상노군(太上老君)으로 불리워졌다. 뤄양(洛陽)에서 멀지 않은 링바오(靈寶)시에서 30분쯤 차를 타고 가면 한구관(函谷關)이 있다. 이곳은 노자가 도덕경을 쓴 곳으로 그와 관련된 유적이 많다. 하지만 이곳은 점차 불옹성의 모습보다는 도교의 탄생지로서의 빛을 띠기 시작한다. 거대한 도교사원이 지어지고 있으며, 성안에는 노자 도덕경 5천자를 써놓은 벽에서부터 조악하기 그지없는 인형으로 만들어진 노자 전시관도 있다. 그렇다고 노자나 장자가 도교의 중심에 서지는 않았다.

민중들은 사상을 기초로한 도가보다는 그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있는 도가를 원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 민중도교다. 중국 위정자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 민중도교는 후한 말에 태동해 유교와 불교에서 사상을 보충하면서 정치적 혼란으로 상처만 받던 민중들에게 파고들었다. 후한(後漢) 말에 장릉(張陵)이 쓰촨(四川)지방에서 창시한 오두미교나 2세기 전반 우길(于吉)이 창시하고, 장각(張角) 본격적으로 계승한 태평도(太平道)는 후한을 무너뜨린 단초가 된 황건적(黃巾賊)의 난을 만들었다.

추엔저우 천후궁. 지리적으로 대만과 가까운 이곳에서 대만은 물론이고 동남아로 천후궁 문화가 퍼져갔다
추엔저우 천후궁. 지리적으로 대만과 가까운 이곳에서 대만은 물론이고 동남아로 천후궁 문화가 퍼져갔다조창완
하지만 갈홍(葛洪 283~341)은 반란군들의 사상으로 쓰이는 도교에 염증을 느끼고, 노장(老莊)사상을 기초로 하여 신선사상을 도교의 중심에 놓고, 누구나 선인(仙人:신선)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포박자(抱朴子)’와 ‘신선전(神仙傳)’을 썼다. 우리가 흔히 도교를 개인의 종교로 귀속시키는 것도 갈홍의 역할이 크다. 갈홍이 한때 머물렀고, ‘포박자’를 쓰기 시작했던 곳은 광저우(廣州)의 싼위앤궁(三元宮)이다. 상하이와 더불어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광저우인들은 지금도 싼위앤궁을 여전히 신봉한다. 평일에도 사람이 밟힐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신선이 되기보다는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며 끝없는 기원을 올린다.

도교의 가장 현대적인 모습은 천후궁이다. 마고(麻姑)를 섬기는 이 천후궁은 중국 도시뿐만 아니라 대만이나 홍콩, 동남아의 중국민족에게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명실상부한 종교다. 그들은 대만으로 건너가는 길목인 샤먼(厦門), 추엔저우(泉州), 닝보(寧波) 등에는 거대한 규모의 천후궁들이 거대한 위용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중국 곳곳에 자리한 도교사원에서 중국인들이 기원하는 것은 개인의 복과 재부다. 이제 누구도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종교적 문제보다는 농민의 궁핍이 멸망 불러

사실 중국 역사에서 망국을 만들어내는 종교는 없다. 후한이 멸망할 때 도교가 바탕이 된 황건적이 역할을 했지만, 사실은 국가의 세원이 되는 농민은 줄어들고, 자신의 세력 키우기에만 급급한 호족의 세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隋)는 실정에 위한 농민반란과 무리한 고구려 정복운동으로 쉽게 무너졌다. 당(唐) 역시 황소(黃巢)가 일으킨 농민반란으로 무너졌다. 황소의 난은 지방 번진(藩鎭)의 세력이 늘어나 농민들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중앙관리의 당쟁이 빈발하고, 환관의 횡포가 극에 달해 민중의 불만을 일으킨데 기인한 것이다.

베이징 톈단의 지니엔뎬(祈年殿). 도교적 예에 따라 황제가 하늘에 제사지내던 곳이다.
베이징 톈단의 지니엔뎬(祈年殿). 도교적 예에 따라 황제가 하늘에 제사지내던 곳이다.조창완
원(元)은 미륵신앙을 신봉하는 백련교도가 일으킨 홍건적에 의해 무너졌지만 역시 원나라의 실정에 영향이 컸고, 명나라도 수탈받는 농민을 대변한 이자성의 난으로 멸망했다. 또 청(淸)나라가 무너지는데 역할을 한 태평천국(太平天國)은 전통사상에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지만 소수의 만주족 정권이 가진 열세와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잘 대처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즉 중국 역사는 나라가 망하게 하는 것은 종교나 어떤 사교가 아니라 민중의 뜻을 거스르는 정권과 국제정세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직된 정치라는 것을 말해준다. 또 그런 혼란기에 도교 등 특정한 종교가 나타나기보다는 민중의 정신 속에 비어있는 무엇인가를 채워줄 사상이 그 사상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결국 어떤 특정한 종교는 충분조건으로만 작용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 정부는 지금 많은 힘을 동원해 파룬궁의 부정적인 역할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내용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사람들의 사고는 궁극적으로 ‘왜’라는 의문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또 그 홍보를 위해 동원하는 수단의 무리가 있다보면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역사가 말해준는 것은 파룬궁도 분명히 중국이 위기를 맞게 하는데 충분조건이 될 뿐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필요조건은 WTO 가입이후 농업개방을 앞두고 위기감이 가속되는 5억의 농민, 호구제도를 통해 철저히 도시로의 유입을 막는 현대판 신분제인 호구제도, 부패하기 쉬운 최상층의 속성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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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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