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아'에게 우리 가족은 '호스피스'

기르던 개의 운명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

등록 2002.10.29 23:29수정 2002.10.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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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어 고비를 맞은 짱아는 제 운명을 아는 지 모르는 지... ⓒ 황종원

아내가 비명을 지른다. 아들까지 비명을 지른다. 나는 방에 있다가 그들이 비명을 지르는 곳으로 달려갔다. 가서는 나까지 비명을 질렀다. 기르던 개, '짱아'가 욕실 안에서 오줌을 싸서 뭉개고 똥을 싸놓고 그냥 널브러져 있다. '죽었구나.' 가족 모두 생각했다. 잠시 후 녀석은 버둥버둥 움직였다. 죽지는 않았다. 저마다 가슴을 쓸어 내렸다.


몇 달 전 만하여도 펄펄 뛰던 녀석이 여름에 들어서서 피부병이 심했었다. 일생을 두고 약을 먹여야 한다기에 약을 먹여왔다. 미용을 하여 털을 깎고 피부염 부위에 약을 바르니 검게 타 들어가던 피부는 진정이 되었으나 복실복실 하던 털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먹는 피부약은 입맛을 나게 하여 하루 두 끼 어른 주먹으로 가득 먹여도 녀석은 늘 허기가 졌다. 먹거리만 보면 덤벼들었다. 그러면서도12kg이 나가던 녀석이 눈에 띄게 마르기 시작하였다.

내가 손바닥으로 귀엽다 하여 소리가 나도록 팡팡 때리던 엉덩이가 어느 날 갑자기 뼈와 가죽만 남았다. 눈에는 눈곱이 끼여 각막염 증세가 오고, 물을 게걸스럽게 하루에 한 바가지씩을 먹었다.

온 집안 식구의 애물 단지였고 걱정거리였다. 몰골이 사나워져서 남의 집 개 같으면 곁에 가기도 싫어할 꼴이었으나 못나도 내 새끼처럼 아이들은 다름없이 귀엽다 하면서 녀석이 말 한마디 못하고 병들어 갈수록 함께 아파하였다. 가축 병원에 자주 간다. 먹세가 너무 좋아 몸이 무거워지니 당뇨병에 걸렸다한다.

당뇨 수치를 쟀다. 보통 개가 100으로 했을 때 녀석, 짱아는 400이었다. 개를 사랑하고 돈 있는 집에서는 서울대학 가축 병원에 입원을 시켜 인슐린 측정까지 하여 인슐린 주사까지 맞혀 가며 치료를 한다는 말을 한다.


나는 그 방법까지 쓸 능력이 없다. 마치 집안에 당뇨 환자 하나 있는 것 이상으로 간병을 할 능력이 없다. 아내는 그럴 능력이 없으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간절하게 내게 채근을 한다. 아이들도 야단들이었다. 당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식이요법이 있다며 의사는 당뇨 사료를 권했다.

2kg에 25000원이니 사람 먹는 쌀 보다 더 비싸다. 형편이 좋아서 그 먹거리를 산 것이 아니다. 짱아는 9년을 함께 살아온 식솔이고 가족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서 대학가고 군대 갈 때까지 함께 자라왔던 막둥이였다. 증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 오줌을 누면 당이 쏟아져 나왔다. 녀석이 오줌발로 다닌 곳마다 끈적거렸다.


한 때, 집 뒤 산에 일요일이면 짱아를 끌고 가서 산에 풀어놓으면 녀석은 온 산을 누비고 다녔다. 천둥벌거숭이 막내 같았다. 요즈음, 산에 가자 하면 귀를 쫑긋대며 따라나서는 한다.

설령 따라와서도 조금 걷다가 그냥 서버린다. 짱아야 왜 그래 하며 목을 어루만지면 조금 걷다가 다시 선다. 늙은 개가 되어 기력이 빠진 탓이었다. 이러니 함께 산에 가본 일도 한참이 되었다.

이제는 눈도 멀어서 아내가 반찬거리를 하면 무 한 조각이라도 주면 눈앞에 가져다주어도 알아보지 못한다. 단 두 달 새에 일어난 일이다. 저녁에 들어서서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한다. 아내가 당황 하길래 가축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의사는 당뇨 수치가 올라가면 떨린다고 하였다.

“ 먹는 것을 탐하면 먹을 수 있는 것을 다 주세요,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는 수도 있지만…… 호스피스를 하셔야겠어요." 짱아의 운명을 맞을 채비를 하라는 것이다.

눈은 결막염. 다리는 풀리고 갈증은 심해서 물먹어 큰배가 덩그렇고 돌돌 말리며 위로 솟던 꼬리는 이제 늘 처져 있다. 먹거리를 제대로 챙겨 먹이지 않았던 내 불찰이다. 이제, 갈 데까지 다 간 모양이었다.

화장실 바닥에 누운 개를 보며 가슴이 무너지고 안타깝다. 아내와 아들은 놀래서 마치 시체를 보는 것처럼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내가 다가가서 짱아를 만진다. 일어나는 녀석을 욕조 안에 넣었다. 오줌 범벅 녀석을 샤워시키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녀석은 눕는다. 아들의 쟘바 내피를 덮어준다. 죽은 듯이 누웠다. 다시 비실대며 일어서더니 화장실로 간다. 다시 오줌을 싼다. 나는 따라 다니며 뒤처리를 해준다. 기운이 빠지고도 제 발로 화장실 출입을 하는 것이 마치 늙은 노인의 흉한 꼴을 아니 보이려는 노인 같다.

늦게 돌아온 딸아이는 짱아의 이 꼴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제 방에 들어가 흐느껴 운다. 마치 늦둥이 동생 하나가 죽어 가는 듯이. 아내가 내게 말한다.

“도저히 아이가 힘들어하고 우리가 지켜보기도 힘들어요. 가축 병원에 가지고 가서 안락사를 시키면 어떨까.”

그 말이 모질다고 할 수 없다. 함께 길렀던 작은 생명은 우리 가족이었다. 죽어도 우리 식구, 죽으면 눈감기고 내가 내 손으로 산에 가서 묻어줄 요량이다. 차라리 정을 주지 말걸. 이럴 줄 알았으면 기르지나 말 것을.

개 한 마리가 이토록 가족을 울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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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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