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도 하고 축구도 하고

성공회대-구로경찰서, 경-학 교류협정 체결 2주년 기념 축구대회

등록 2002.11.25 09:15수정 2002.11.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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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온수역 부근에서 열린 친선축구대회에서 볼다툼을 벌이는 성공회대 학생(붉은 조끼)들과 구로경찰서 전경(검은 옷)들.
20일 온수역 부근에서 열린 친선축구대회에서 볼다툼을 벌이는 성공회대 학생(붉은 조끼)들과 구로경찰서 전경(검은 옷)들.오마이뉴스 권우성
성공회대학교와 구로경찰서가 축구로 한마음되는 행사를 가졌다.

성공회대학교는 지난 2000년 10월 구로경찰서와 교류 협정을 맺은 후 이듬해 3월부터 구로경찰서 소속 경찰들에게 인권교육을 해왔다. 경찰관들은 젊은 시절 자신들이 사찰(伺察)을 맡았던 재야인사들에게 인권교육을 받는 셈이다.

구로 경찰서·성공회대학교 교류협정 체결

성공회대학교와 구로 경찰서가 지난 2000년 10월 24일 체결한 경-학 교류협정은 경찰관련 각종 논문과 치안시책 자료 등 연구자료와 정보를 교환하고, 소속 교수와 교관을 전문분야 교육에 서로 지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과 학교간의 교류협정은 비일비재했지만 지역경찰과 대학교의 교류협정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후 이듬해 3월 2일 성공회대학교(총장 김성수) 인권평화센터와 구로 경찰서는 공동으로 인권학교를 개설했다.

경찰들의 인권의식을 높인다는 취지로 출발한 인권학교는 2개월 과정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3시간 동안 진행하며, 인권에 대한 기본교육과 '가정폭력과 예방', '해외노동자의 인권' 등의 교육도 함께 한다.
/ 최유진 기자
이번 축구대회는 성공회대학교와 구로경찰서가 경-학 교류협정 체결 2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행사다. 축구대회에 참석한 구로경찰서 윤재국 서장은 "예전엔 학교를 단순히 업무수행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면서 "지금은 그 이상으로 생각하며, 대학으로부터 많은 자문을 구하고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인권교육을 하는 교수들이 예전엔 운동권이었는데 그것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윤 서장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당연한 단계"라며 "지식인층이 맡아야할 당연한 과제"라고 답변했다. 구로경찰서는 성공회대학교 이외에 구로고등학교(청소년 범죄예방), 동양공전과도 협약을 맺고 있다.

성공회대학교 교직원 선수로 참가한 영어학과 진영종 교수는 경찰관들에게 인권교육을 시행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인권단체와 경찰은 대립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에 중간선상에 있는 대학이 인권교육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초 11월 13일로 예정돼 있던 친선축구 대회가 20일로 미뤄진 이유는 경찰들이 '농민대회'로 인해 근무를 나갔기 때문이다.

축구대회에 참석한 성공회대학교 김성수 총장은 "경찰분들로 인해 구로구가 평안하다"며 "우리 학교의 이념인 열림·나눔·섬김을 살려 구로구를 평화롭게 만들면 한국이 평안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로경찰서 윤재국 서장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구로서가 되겠다"며 인사말을 마쳤다.


구로 경찰서 경찰관 대 성공회대학교 교직원간에 벌어진 경기에서 한 경찰관이 오버헤드킥을 시도하고 있다.
구로 경찰서 경찰관 대 성공회대학교 교직원간에 벌어진 경기에서 한 경찰관이 오버헤드킥을 시도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번 친선 축구대회는 20일 오후 1시 서울 구로구 온수역 부근에 위치한 럭비구장에서 이뤄졌다.

비록 친선 축구대회였지만 두팀 모두 감독과 전술을 짜는 등의 모습을 보여 사뭇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작 한시간 전부터 가늘게 내리던 빗줄기는 경기시작 전 더 굵어졌으나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준비운동과 작전타임에 들어갔다. 두 팀 모두 추운 날씨를 고려해서 인지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펼쳐진 경기는 두 경기. 구로경찰서 경찰관 대 성공회대학교 교직원, 구로경찰서 소속의 전투경찰 대 성공회대학교 학생들. 먼저 치러진 경기는 전투경찰 대 학생들이었다. 전투경찰들은 물론 학생들도 준비운동에 철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측 감독인 성공회대학교 총무과 김구용씨는 경기 시작에 앞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하는 식으로 하면 안된다"며 "미드필드를 철저히 해라"등의 지시를 내리고 포지션을 지정해 주는 등 자세한 작전을 짰다.

승패를 어떻게 예측하냐는 질문에 김씨는 "학생팀이라 움직임은 좋아도 축구는 잘 못해서 질거라 예상한다"면서 "또 원래 오기로 한 선수들이 수업 때문에 많이 안 와서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30분전부터 축구장에 도착해 골대를 나르고 연습게임을 뛴 전투경찰 팀은 막강한 응원단을 몰고 와서 인지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다. 전투경찰 팀의 감독인 구로경찰서 오정훈 경사는 "연습 없이 곧 바로 선발해서 온 것"이라며 "오늘의 목표는 안 다치고 이기는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전 후반 30분씩으로 나누어져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시작된 이날 경기는 시종일관 강한 플레이로 진행됐다. 1시 52분 전투경찰 팀의 황병식씨가 드디어 첫 골을 기록하면서 전경 팀의 응원석도 환호성으로 들썩거렸다. 그후로 응원에 불이 붙은 전투경찰 팀의 응원단은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 체계적인 응원을 했다.

성공회대학교 교직원 선수가 상대방 골문앞에서 강력한 슛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헛발질에 그쳤다.
성공회대학교 교직원 선수가 상대방 골문앞에서 강력한 슛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헛발질에 그쳤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학생팀은 전투경찰의 전투축구(?)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2 : 0 리드하던 상황으로 전반전을 마친 전투경찰 팀은 후반 추가골을 성공시켜 3 : 0의 완승을 거뒀다. 학생팀은 체력을 뒷받침한 경기로 초반 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아쉽게 패배의 쓴잔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강해진 빗줄기로 인해 곧바로 속행된 교직원 대 경찰관의 경기에서는, 경기 시작 전 선수소개 시간에 경찰팀 사회자가 "우리 선수들은 40대 이상의 A급들이시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교직원들 또한 안경 대신 고글을 쓰는 등 평소 학교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신선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역시 전후반 30분으로 이뤄진 경찰관 대 교직원의 경기에선 2시 30분 성공회대학교 일어일본학과 권혁태 교수가 첫 골을 장식했다. 1 : 0 으로 전반전을 마감한 구로경찰서 팀은 위기를 느꼈는지 후반전에 20∼30대의 젊은층을 투입해 2 : 1의 역전승을 거뒀다.

3시 43분과 50분 연속골을 터트린 구로경찰서 무도사범 현희영씨는 "이겨서 기쁘다"며 "구로경찰서 축구동호회는 얼마전 서울 경찰청배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기도 했다"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아쉽게 패배를 맛본 교직원 팀은 "항상 축구를 하던 곳이 아니라서 제 기량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패배이유를 진단했다.

이들은 축구대회 중반에 협정체결 2주년 기념식을 갖는 등의 행사를 갖기도 했다. 또 준비된 음료수와 어묵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다음 체육대회를 기약했다.

한편 성공회대학교는 현재 구로 경찰서에만 하고 있는 인권교육을 더 많은 경찰을 대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구로 경찰서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 자리에 모인 선수들.
한 자리에 모인 선수들.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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