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부재자신고 2천명 넘겼지만

투표참여운동 중심으로 젊은 유권자 대선참여운동 벌일 계획

등록 2002.11.26 22:34수정 2002.12.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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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최근 선관위의 엄격한 법 해석으로 인해 난관에 부딪혔다. '거소문제' 등으로 지난 22일까지 2천명 이상의 부재자투표 신청서를 접수받은 전국 7개 대학 중 대부분의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을 제외한 대학들은 실제 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조건을 만족시킨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을 찾은 건 26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함박눈이 비로 바뀌더니 이제 싸리눈이 흩날린다. 작은 동산 밑에 자리한 카이스트 학생회관, 대학원 총학생회실 문을 두드렸다.

a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장 정우성(26)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장 정우성(26)

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위해 9박 10일 발로 뛰고 이제는 초조한 기다림만이 남아 있다는 카이스트 대학원 정우성(26) 총학생회장. 26일 오후로 예정되어 있던 유성 선관위의 발표가 하루 늦춰져 정 학생회장의 긴장감은 더해만 간다.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위한 2030유권자네트워크 등이 대학 내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위해 전국 대학과 연대활동을 펼칠 때 카이스트는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학부·원 총학생회, 개혁국민정당 학생위원회와 6.15공동선언지지모임, 동아리연합회, 생활관 자치위원회 등 학내 자치기구 및 여러 모임과 함께 부재자투표 신고 운동에 들어갔다.

12일, 부재자투표 신고 공지와 함께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13일 기숙사에 부재자 투표 양식을 배포했다. 전체 학생 6500명 중 기숙사생이 4000명인 카이스트 실정 상 첫 번째 목표는 기숙사일 수밖에 없었다.

카이스트에는 투표권이 없는 어린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생 2000여명, 대학원생 4500여 명의 전체 학생 중 실제 유권자는 50% 정도에 불과하다.


17일 기숙사 사감실을 통해 1차 수거를 한 결과 부재자투표 신고자가 600명이 조금 넘었다. 20일 마감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조금은 저조한 출발에 마감을 조금 연기하기로 했다. 20일 2차 수거, 1570부가 모아졌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신고 마감일인 22일 아침, 1887명이 부재자투표 신고를 마쳤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점심시간에 학생 식당을 찾았고, 오후 1시를 조금 넘겨 2025명의 신고용지를 모을 수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수거한 신고용지를 헤아리다가도 여기저기 연구실에서 문의 전화만 오면 무조건 뛰어갔습니다. 단 한 장이라도 모아오기 위해 이 넓은 학교를 엄청나게 뛰어다녔죠. 하하..."

열흘 가까이 기숙사며, 연구실이며, 직접 찾아다니면서 발 품을 팔았다는 정 학생회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카이스트 내 실제 유권자는 3000명이 조금 넘습니다. 그 중 3분의 2 이상인 2000여명의 학생이 부재자투표 신고를 했다는 것은 아주 큰 결실입니다. 이제는 '정치, 사회에 무관심한 이공계 학생' 등으로 여겨지던 카이스트의 실체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생각됩니다. 카이스트 내 많은 학부·원생들은 정치, 사회에 관심이 많습니다. 실제 많은 참여를 하고 있구요."

a 홍보포스터

홍보포스터

카이스트를 바라보는 사회 편견에 속이 적잖이 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는 정 학생회장. 또한 이번 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은 단순히 부재자투표를 학교에서 한다는 의미 이상의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학생들의 정치참여의식을 모아내고 표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현재 카이스트는 2025명이 부재자투표 신고를 했는데, 주민등록주소지를 잘못 기재하거나 현재 주소가 학교로 되어 있지 않는 문제 등으로 인해 실제 인원은 감소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총학생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부재자투표 신고를 한 학생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집계는 안 되지만 100명 이상의 학생이 신고용지를 우체통에 직접 넣은 것 같구요, 그것까지 집계된 후 정확한 결과는 내일 나옵니다."

현재 이들의 최대 목표는 물론 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투표참여운동을 중심으로 한 젊은 유권자 대선참여운동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젊은 유권자의 투표참여도 중요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과학 기술인들의 정치참여가 높아졌으면 합니다. 과학기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과학 기술인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과학기술계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되구요, 정치인들 역시 과학기술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도 엄연한 유권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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