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큰사진보기 ▲눈꽃이 소담스레 쌓인 갈대최성수 일요일 새벽, 문 밖으로 나서니 보리소골 골짜기에 온통 흰 눈이 덮여 있었습니다. 잠시, 서울로 돌아갈 길이 험할까 걱정을 하다가, 어느새 이렇게 낭만을 버리고 현실주의자가 되어버린 저 자신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제 뒤를 따라 나온 늦둥이 진형이 녀석은 눈을 보더니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릅니다. "아빠, 나 눈사람 만들래." 큰사진보기 ▲마당 가에 만든 개미 눈사람최성수 마침 함께 온 제자 아이들과 녀석은 신이 나서 마당가에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빠, 이거 개미 눈사람이다. 몸이 세 개잖아. 손발도 많고." 눈사람에 싸리나무 가지를 꽂아놓은 진형이 녀석이 쨍한 목소리를 냅니다. 그 목소리가 눈발 속으로 흩어졌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자 눈발이 더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어디서 오는지, 흐린 하늘을 하염없이 내려와 온 골짜기를 덮고, 나뭇가지에도 지붕 위에도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산책 길,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 위로 새 발자국이 몇 점 꽃잎처럼 흩어져 있었습니다. 지난 가을, 배추가 무성하던 밭도 눈에 덮여 마치 흰 벌판 같습니다. "나 구를래. 굴러 볼 거야." 늦둥이 녀석은 갑자기 눈밭에 드러눕더니 마구 제 몸을 굴려댔습니다. 그런 녀석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눈은 오전 내 계속되었고, 우리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은 눈 내리는 골짜기에 두고, 몸만 돌아왔습니다. 출근을 하고, 또 각자의 맡은 일을 위해 한 주를 시작하지만, 늦둥이 마음 속에는 여전히 보리소골 눈밭이 남아 있나봅니다. 큰사진보기 ▲눈 벌판이 된 밭에서 뒹굴며 노는 늦둥이최성수 서울로 돌아와서도 녀석은 계속 물었습니다. "아빠, 우리 토요일날 보리소골에 또 갈 거지? 눈사람이 그때까지 남아 있으면 좋겠다. 내가 만든 개미 눈사람 말이야." 돌아오는 토요일, 고향집에 가면 아마도 그 눈사람은 녹아버리고 없겠지요. 그러면 우리 늦둥이는 울상을 지으며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아빠, 내 개미 눈사람 어디 갔어?" 저는 그때를 위해 이런 대답을 마음 속에 준비해둡니다. 큰사진보기 ▲눈 속에 파묻혀 있는 빈 집최성수 "눈사람은 이제 눈 나라로 갔단다. 봐라, 눈이 하나도 없잖아. 눈사람은 눈이 많은 나라에서만 살 수 있거든. 그래서 눈 나라로 갔다가, 다시 보리소골에 눈이 내리는 날 진형이를 보러 올 거야. '어서 나를 눈사람으로 만들어줘!'하고 웃으며 말이야." 그러면 녀석은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럼 난 아주 아주 큰 눈사람을 만들 거다. 개미 눈사람도 만들고, 멍멍이 눈사람도 만들 거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최성수 (borisogol) 내방 구독하기 시집 <장다리꽃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랑은>, <천년 전 같은 하루>, <꽃,꽃잎>, <물골, 그 집>, <람풍>등의 시집과 <비에 젖은 종이 비행기>, <꽃비> , <무지개 너머 1,230마일> 등의 소설, 여행기 <구름의 성, 운남>, <일생에 한 번은 몽골을 만나라> 등의 책을 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학교 퇴직금 탈탈 털어 '고양이 연극' 만든 남자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AD AD AD 인기기사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5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눈사람이 있는 겨울 풍경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한강 노벨상에 숟가락 얹는 보수, 그들에게 필요한 염치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그의 산문은 잔혹한 권력에 맞서는 힘" 윤 대통령 '한강 노벨상 축전', 챗GPT로 썼다? AI 검사기 돌려보니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