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경시, 평화와 인권 무시 안돼”

[광화문에서 만난 사람들-1] 불교환경연합 대표 수경스님

등록 2002.12.10 11:02수정 2002.12.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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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김오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단식 농성에 이어 불교계의 ‘여중생 살인미군 참회와 SOFA 개정을 위한 단식 기도회’가 9일(월), 광화문 미대사관 옆 열린 시민공원에서 시작됐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 때문인지 광화문 거리는 평소보다 사람의 발길이 뜸했다. 이런 날씨에도 광장에 자리를 펴고 난로 하나에 의지해 미군의 여중생 살인과 이후에 벌어진 국민적인 저항, 그리고 인권과 평화를 논하는 스님들의 이야기에는 잔잔한 미소가 함께 묻어났다.

단식 기도회에 동참하게 된 불교환경연합 대표 수경스님도 마치 이 엄숙한 자리의 수문장 역할이라도 자임한 듯, 둘러앉은 사람들의 바깥에 앉아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불교계는 비교적 보수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불교가 한국의 전통적인 종교로서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여중생 살인미군'의 참회를 바라는 기도회인 만큼 스님들 사이에서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대화가 오가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강대국이 생명을 경시하고 평화와 인권을 무시하는 태도가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지를 미국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떨림 없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수경 스님의 입에서 한국인에 대한 따끔한 일침도 쏟아졌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국민적인 감정의 문제라기보다는 도덕성의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인권의 현실,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떤 것인지를 이번 기회를 통해 돌아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불교계의 단식 기도회는 14일(토)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13일(금)까지 혹한의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우리가 기도회를 시작하는 날,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고 하는데, 우리보다 앞서 이 자리에서 단식 농성을 했던 천주교 신부님들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분들도 평화를 바라고 살인미군의 문제가 옳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든 길을 택하신 것이죠.”

광화문을 찾아 스님들의 길고 긴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더한 고행 속에서 단식 기도회를 시작하는 스님들의 기도가 부디 하늘에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샘솟는 듯 했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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