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 이젠 ‘反美’로 가련다

등록 2002.12.12 00:26수정 2002.12.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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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보고 개고기 먹는다
손가락질한 너희들
동물보호도 좋다만
우린 그래 개만도 못 하냐?

죽은 생선 한 마리만 훔쳐도
우린 감옥으로 가는데,
너희들 사람을 둘씩 죽이고도
죄가 안 되니 좋으냐?
너희들이 손을 얹고
맹세하는 책에도
그런 法이 쓰여 있느냐,
너희 나라 사전에도
‘개죽음’이란 말이 있느냐?

지난 날 너희들의 신세
잊지는 않으마,
가슴에 새겨두마.
그러나 이 비분강개(悲憤慷慨),
이 짓밟힌 하소연.
감사보다 용서가 더 어려울 때
어찌 하느님만 원망하랴.
나라 잃은 슬픔엔
反日을 했고,
동족살생 그 아픔엔
反共도 했다.
이젠 反核이지만,
핵보다 더 무서운 게
뭔지 아는가?
피, 피, 붉은 피
내 피붙이의 죽음
그 통한의 절규!

나라가 부모라면
국민은 자식 아닌가.
너희들이 죽인 건
두 소녀였지만,
죽이고나서 더 죽인 건
바로 대한민국이다.

참담, 억울, 비통, 자존심, 분노, 비굴, 적개심, 불의, 원한, 배신감, 증오…

이 말들을 모두 합쳐
한 글자로 만들면
그게 바로 ‘反美’가 된다.
일찌기 카스트로가 말했던가.
내가 언제 빨갰었느냐고.
케네디가 느닷없이
너는 빨갛다, 너는 빨개
하도 몰아세우니까
‘그래, 나 빨갛다, 어쩔래?’라고
소련 쪽으로 갔노라고.

“정말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 말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우냐
그래, 나도 더 어렵게 말해야겠다.
“이젠 나도 反美로 가련다”고.


지구상의 모든 反美는
너희들 높은 콧대의 소산.
인권이니 평등이니
자유니 평화니 떠들썩 내건 말들
人命의 존귀를 일컬음이거늘
사람을 죽이고도
사죄는 커녕 무죄라니!
김정일국방위원장이
“봐라, 남조선에선
미군이 장갑차로 동포를 깔아 죽여도
무죄가 된다!”고 호통친들
사실은 사실
어느 누가 입있어 항변할소냐.

그 옛날 가라던 양키는
그대로 있고,
살인자 양키만 고·홈했구나.
너희들 ‘소파’는 안락의자일 터
거기에 편히 앉아
살인자는 안도의 미소짓겠지.
어느 부모는 다행이라
자식 껴안고,
어느 부몬 자식 잃고
땅을 치는가!


너희들 피부보다
우리네 보다
더 맑고 하얀 마음
싯벌건 피로 물들었나니,
붉은 머리의 反美는 질색이지만
가슴의 붉은 피가 말하네
소리 높이 웨치라 명하네.
“나, 이젠 反美로 가련다.”

효순아, 미선아
아직은 두 눈 감지 말거라.
너희들이 눈 아주 감으면
우리 앞길 안 보인다.
너희들의 무덤보다
더 높이 쌓인 응어리를
용서의 눈물이 풀어낼 때까지,
그때까지 너희들
두 눈 뜨고 기다리거라
미선아, 효순아!

아메리카여, 아메리카여
코리아로 하여금
아메리카를 용서하게 하라!

덧붙이는 글 | 이 시는 안양시민신문 발행인 김대규 시인의 시입니다.

안양시민신문(www.aynews.co.kr) 12월13일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시는 안양시민신문 발행인 김대규 시인의 시입니다.

안양시민신문(www.aynews.co.kr) 12월13일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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