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르포] 대선 앞둔 PK “더 이상 보수 아니다”

지역·연령·계층별로 지지후보 편차 커

등록 2002.12.14 23:56수정 2002.12.15 10:54
0
원고료로 응원
대통령선거가 중반을 넘어서자 사람들의 관심은 한반도의 남동쪽을 향했다. 전라도에서는 민주당, 경상도에서는 한나라당이라는 전통적인 지역 양분 구도의 분열 조짐이 그곳에서부터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국민 경선과 극적인 노·정 단일화의 카타르시스 등이 적잖은 유권자들의 지역감정 탈피에 공헌했음은 무엇보다도 PK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한 주간지가 대선을 앞두고 영남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27.1%다.

게다가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는 TV토론에서 선전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이미지 상승도 PK 반란 가능성의 큰 변수로 자리잡았다.

a 이른 새벽 대우조선 공장에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정문 너머 보이는 골리앗은 91년 노동자 파업 당시 거리를 가득 매웠던 그 골리앗이 아닐까. 당시의 노동운동을 주도했고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산실이 된 PK 노동자들에게 2002 대선은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른 새벽 대우조선 공장에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정문 너머 보이는 골리앗은 91년 노동자 파업 당시 거리를 가득 매웠던 그 골리앗이 아닐까. 당시의 노동운동을 주도했고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산실이 된 PK 노동자들에게 2002 대선은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 임세환

공장에서 시작되는 '탈 이회창' 바람

“노동자 편을 가장 많이 들어주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인 것 같다.”, “TV토론을 보면서 이회창과 노무현에게 많이 실망했다. 상대적으로 권영길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3일(금) 새벽, 출근길에서 만난 거제도 대우조선 노동자들 중 절반을 넘는 사람들이 권영길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진보정당 지지는 사표나 다름없다. 이회창을 지지한다”라고 말하는 '진짜 경상도 사나이'도 있었지만, 이회창 후보 지지는 노무현 후보 지지에 비해서도 압도적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이 어느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10%는 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한나라당이 그렇듯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율 상승을 ‘노무현 잠식 표’로 평가한다. 권영길 후보의 상승 분위기마저도 1, 2위간 기세 싸움의 틀 안에서만 바라보게 되는 것이 언론의 한계라면 한계다.


"지금 당장 당선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 같은 정당이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한 PK 출신 노동자의 말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 혹은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차이는 가까운 미래에 언론이 말하는 표 가르기 이상의 의미로 보여질 수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진주 중앙시장 상인들 “이회창 지지” 대세

영남은 아직까지 전통보수이고, 이회창 지지가 100%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유권자를 진주 중앙시장에서 만났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같은 새로운 진보정당의 대선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괜히 1, 2위 표 깎아먹으러 나온 거지”라며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묻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했다.

거제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진주는 인근의 공업중심 도시와는 다르게 관광산업과 상업이 발달해 있다. 사는 방식도, 생각하는 것도 거제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마산에서 살다가 진주로 이사한 지 8년 됐다는 한 유권자는 “부산 ·마산·창원이라면 다르겠지만 진주는 확실히 이회창 지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진주시장에서도 흔들리는 표심은 확인됐다. 중앙시장 입구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박미연씨는 “다음 선거 때는 TV 토론에서 소신도 있어 보이고 말도 잘하던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회창이 되면 정치가 별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노무현이 정책적으로 낫긴 하지만 요즘 이야기하는 행정 수도 충청권 이전이 별로 현실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부동표 유권자도 많다.

창원 시가지 젊은 사람들의 표심

창원 시내 정우 3가 대로 주변에는 극장과 은행, 백화점 등 대형 상가들이 자리잡고 있다. 낮 시간에도 오가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가까운 공단에서는 권영길 지지, 젊은 사람들은 노무현 지지, 기성세대는 이회창 지지가 많은 것 같다.”
자기 자신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는 창원대 학생의 창원 지역 후보 지지 분포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창원 시내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지지 후보가 가지각색이다. 이회창 후보 지지를 말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는 느낌은 들지언정, 그것이 절대 다수는 아닌 것이다.

한 젊은 유권자는 “솔직히 노무현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뭔가 바꿀 수 있는 후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창원의 젊은 세대들 중에 적잖은 사람들이 지역감정보다 후보의 이미지나 정책에 더 관심을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선 투표일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PK의 민심은 종잡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시·군에서 이회창 표가 50% 넘게 나오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PK가 이번 대선에서 지역감정을 깨트리는 정치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기대를 보내고 있다. 더불어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공단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지금 PK에 가면 보다 먼 미래의 정치 변화까지도 예견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5. 5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