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없는사회, 대선 후보 학벌관련 공약 검증

어떤 후보가 학벌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등록 2002.12.17 21:35수정 2002.12.1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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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없는사회(공동대표 홍훈, 홍세화)'는 17일 권영길, 노무현, 이회창 세 대선 후보의 학벌관련 공약을 비교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증 결과에서는 권영길, 노무현, 이회창 순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 이병호씨는 "종합적으로 볼 때,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은 학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고, 노무현 후보는 학벌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결의지도 있으나 추상적인 수준의 정책대안에 머물러 있고, 권영길 후보는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성의 완전한 실현이라는 기조 아래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학벌없는사회에서 발표한 보고서 전문이다.


2002 대선 후보 및 각 정당의 학벌 타파 정책 공약 검증

21세기 첫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이다. 과거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혁신하고 민주 공화국의 이념에 걸맞은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바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교육 문제와 학벌주의 문제의 요체라 할 수 있는 특정 학벌 집단의 권력 독점의 문제, 고착된 대학 서열화의 문제, 입시 제도의 문제 등에 대한 국민적 의식이 팽배하고 있으며, 이번 대선을 통해 반드시 바꿔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의식에 부흥하여 대선 후보와 각 정당에서는 학벌주의 타파를 위한 해결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학벌없는사회>에서는 각 후보들의 학벌타파 관련 공약을 분석 검증하여 내실 있는 정책 판단의 준거와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시하고자 한다.

검토 분야는 특정 학벌의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한 권력 분산 정책 부문, 대학 서열 완화를 위한 대학 개혁 부문, 서울대 개혁 부문, 중등 교육과 관련된 대학 입시 제도 개혁 부문 등 네 분야이며, 각 후보의 학벌 타파 의지와 관련 공약의 실효성을 검증하였다. 검증 대상으로 선정된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이며, 학벌 타파와 관련된 정책 제시 여부와 각종 토론회 및 언론지면을 통한 의견 개진의 여부, 그리고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1. 권력 분산 정책 부문 - 인재 할당제

인재 할당제는 학벌 타파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학벌 출신들의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한 권력 분산 방안으로 대학 서열 및 입시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효한 정책 대안이다.


<이회창 후보> 인재 할당제에 대한 언급은 공약에서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학벌 타파와 관련된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 따라서 학벌주의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에게 없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특정 학벌의 권력 독점 문제는 곧바로 대학 서열의 문제와 중등 교육의 입시 종속 문제와 연결된 중차대한 문제로서 해결 의지가 없는 가운데 개선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후보> '인재지역할당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명문대 위주의 고용풍토를 해소하고 지방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이는 지방 대학의 육성에 기여하리라 본다. 그러나 지역의 인재들이 고르게 등용된다 하더라도 소수 학벌의 비율이 커지게 되면 학벌 경쟁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 분야의 특정 대학 출신 비율이 일정 한도를 넘지 않도록 하여 각 대학의 다양한 인재들이 고르게 등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 서열은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권영길 후보> 공약에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본 단체 초청 토론회에서 이미 인재할당제에 대해 언급한바 있다. 특히 특정 대학의 요직 점유율을 낮추는 것은 물론 계층별 할당의 필요성을 말하였다.

2. 대학 개혁 부문

고착된 대학 서열화는 학벌 문제의 진원지이며 대학 개혁의 핵심이다.

<이회창 후보> 권역별 일류대학의 육성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침체된 지방 대학 육성책이지만, 대학 서열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공약이다. 이 후보는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서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의 대학 서열 구도가 온존해 있는 한,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노무현 후보> 대학 문호의 확대와 대학간 이동의 활성화, 지방 국립대학의 연합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 동안 노 후보가 대학 서열화의 문제를 지적해온 연장선상에서 보면, 대학 교육의 확대 및 대학간 교류 증진을 통한 점진적 서열 완화 방안이라 판단된다. 특히 '지방 국립종합대의 BELT화'는 서울대의 '대학원중심연구대학'으로의 전환과 맞물려 대학 서열 완화 및 평준화의 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하리라 본다.

<권영길 후보> '국공립 통폐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권 후보가 내걸은 대학 교육의 점진적 무료 공교육화와 맥을 잇는 공약으로 이해된다. 즉 현재 사립대의 비중을 감안하여 국가 재원을 마련하기 이전에 국공립 대학부터 평준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후속적으로 사립대의 국립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여진다.

3. 서울대 개혁 부문

서울대가 개혁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학 서열화의 정점에 있으면서 이 를 더욱 고착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대 개혁의 핵심 쟁점은 대학 서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이회창 후보> 이 문제와 관련된 공약이 없다. 대학 경쟁력 확보를 적극적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서울대에 대한 지원과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대학 교육의 부실이 사실상 대학 서열화로부터 기인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노무현 후보> '대학원중심연구대학'으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 서열의 문제는 우선 학부 과정과 직접적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잘못된 서울대의 위상 해체와 대학 서열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여기에는 학부과정을 타 대학에 완전 개방하거나(장회익,2001), 대폭 줄이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권영길 후보> 서울대 설치령을 폐지하고, 국립대의 통폐합 과정에서 다른 국립대와 같이 평준화된 대학으로 개혁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대학까지 무료 공교육이 실현될 경우 대학 평준화를 위한 큰 틀 안에서 다른 국립 대학들과 동일한 위상과 기능으로 전환한다는 안으로 이해된다. 점진적으로 대학교육까지 국공립화를 추진한다는 거시적 기조 아래 서울대는 개혁의 대상인 것이다.

4. 입시 제도 개혁 부문

최근 입시생들이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한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입시 서열화는 학벌 경쟁의 극점으로서 인생의 향방을 갈라놓는 갈림길인 것이다. 따라서 입시 제도 개혁의 골자는 서열화 기능의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회창 후보> 점진적으로 대학 자율에 완전히 맡길 것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현 수능시험 체제를 당분간 지속하되 복수 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선택 과목 수를 대폭 늘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 본래 학생 선발은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첨예하게 고착된 대학 서열 체제 하에서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완전히 맡긴다는 것은 오히려 서열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무현 후보> 대학 자율에 맡기면서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수능시험을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으로 개혁한다는 안을 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율화의 기조 속에서 대학 서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들어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현재의 입시 경쟁과 대학 서열화에는 입시의 서열화가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입시 개혁의 보다 본질적인 주안점으로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권영길 후보> 현행 입시제도를 폐지하고 '중등교육 졸업자격고사'를 전격 시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중등 교육 과정을 대학 진학을 위한 종속적 과정에 벗어나 자율적 교육과정으로 설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자격고사의 합격 여부가 곧 대학입학 자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권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바, 대학의 평준화가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은 학벌주의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이 전혀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의지를 읽을 수 없다. 노무현 후보는 학벌 타파의 기조를 갖고 있되 대학 서열의 완화를 위한 세부적 정책들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권영길 후보는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성의 완전한 실현이라는 기조 아래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 며칠 사이 어김없이 학벌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견디다 못한 아이들이 스스로 날개를 접었다. 지옥 같은 입시 경쟁은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입시 경쟁은 보다 높은 학벌을 얻기 위한 학벌 경쟁인 것이다. 그리하여 학벌주의는 오늘날 교육 문제의 근원지이며, 우리의 아이들을 죽어가게 하는 입시 경쟁의 원흉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 할 때 이렇듯 중차대한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과연 이 나라의 교육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21세기 첫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 시점에 우리의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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