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포'와 '중국 동포'

조선족은 교포인가?

등록 2002.12.20 16:02수정 2002.12.20 20:04
0
원고료로 응원
국어사전을 보면 교포는 외국에 사는 동포, 그리고 동포는 같은 민족을 가리키고 있다. 뒤집어 보나 바로 보나 다 같은 의미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념에는 이 말이 풍기는 '뉘앙스' 이상의 다른 차이가 있다.

먼저 중국인의 예를 들어보면 해외에 사는 중국인은 화교와 화인(華人)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화교는 그대로 귀화하지 않고 중국국적이나 타이완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이들을 중국 화교 혹은 타이완 화교라고 부른다. 그러나 국적을 변경했다면 미국적화인(美籍華人) 등으로 부른다. 타이완화교가 중국에 가면 한 국가의 개념을 적용하므로 당연히 화교라고 불리운다, 그러나 국적을 한국으로 바꾼 화교가 중국을 갔다면 당연히 그들은 한지화렌(韓籍華人)이 된다.

미국 등지에 거대하게 건설되어있는 '차이나타운(CHINA TOWN)'을 중국인들이 '화교촌'이나 '중국인촌' 등으로 부르지 않고 '탕롄지에(唐人街)'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개념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될 수 있다. 북한동포를 우리는 북한교포나 교민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중국으로 귀화하지 않고 북한국적을 유지한 채 살고있는 분들은 조선족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비록 중국 땅에 정착한 역사는 대다수의 조선족과 별로 차이가 없으나 그들의 공식명칭은 중국 영주거류증을 가진 조선인 즉 조선교포(약어로 朝僑)라고 부른다. 만일 이들이 한국국적을 유지한 채 살고 있다면 한국교포(韓僑)라고 불리 울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적을 취득한 조선인 혹은 한국인이라면 이들은 '재일동포'이다. 또한 조선국적을 유지한 채 오랜 세월을 일본에서 살고있는 조총련계 사람들도 우리는 재일동포라고 부른다. 한국국적을 가지고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는 민단계 사람들을 재일교포 혹은 한국교민이라고 부름이 타당하다. 즉 교포(교민)이라 함은 아주 일반적 인식으로는 해외 거주의 한국 국적자를 지칭하는 의미가 된다.

중국의 각 연해경제개발구나 비교적 한인기업 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스스로 교포라고 부르는 조선족 동포들이 통역이나 관리요원 등 한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 1명에 3명의 비율로 중국 동포가 진출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많은 한국인들이 자기들보고 교포라고 부르기에 스스로 그렇게 칭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교포"란 의미는 미국교포, 일본교포와 빗대어져 마치 성공한 해외 동포로 여겨져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 부여하고자 하는 의식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 체류하며 느끼는 사실은 이 들이 서서히 한국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길거리나 버스 안에서 아주 투박한 조선족 말로 예의 없이 큰 소리로 지껄여 대는 이들의 의식 속에는 중국인 한족들이 자신을 한국인으로 여겼으면 하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한국어를 모르는 한족들은 당연히 자기네끼리 수근거리며 '한국인'이라고 쑥덕된다. 사실 한국인이라면 중국땅에서 안전상 불안을 느낄 수도 있는데 '나 한국인 이요'라고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는다.


조선족보다는 그래도 한국인이 더 대우 받는 현실에서 이들의 한국인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이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간과하고 있지나 않는지.

중국에 진출해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도 동포들의 존재는 편하지가 않다. 음식점이나 미용실 등 서비스업종에서도 이들과 경쟁해야 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업소를 개업해서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가까운 곳에 같은 업종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조선족음식점'이 아닌 '한국본토음식점'이나 '한국인이 투자한 곳" 임을 강조한다. 물론 한인업소보다 가격도 싸다. 중국동포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한국인들은 신문이나 잡지의 광고에 애써 한국인임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곳의 우리네 동포들과 항상 거리감을 두고 서로 경원하면서 지낼 수는 없다. 중국의 우리 동포 중에는 전통적 한민족의 가치관을 지닌 훌륭한 분들도 많다. 또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나 투자가들이 동포들의 도움으로 성공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조선인이든 한국인이든 고려인이든 조선족이든 동포든 교포든 우리는 영어로 모두 'KOREAN' 이다. 연변의 조선족 자치주의 영문 표기명도 조선족=KOREAN 이다.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우리 한민족이 KOREAN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뭉칠 때 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의 위대한 저력과 단결력, 그리고 뜨거운 열정으로 민족을 사랑하는 우리만의 토속문화(土俗文化)를 다시 꽃 피울 수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2. 2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3. 3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4. 4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5. 5 "김영선 좀 해줘라"...윤 대통령 공천 개입 정황 육성 확인 "김영선 좀 해줘라"...윤 대통령 공천 개입 정황 육성 확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