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호세력 척결 못하면 '말짱 도루묵'

[지방정치 변해야 산다 2] 정치철새와 파리떼 조심을

등록 2002.12.27 10:18수정 2002.12.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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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당일까지 노골적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편을 들었던 <조선일보>는 지난 19일 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노 당선자 ‘분열의 상처’부터 아물려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노 당선자는 무엇보다 먼저 선거과정에서 심화된 우리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는 데 힘과 지혜를 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심탄회한 자세로 패자와 그를 지지한 층을 성심껏 포용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경남신문>도 20일자 사설을 통해 “노무현 당선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선거로 인해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묶는 일, 즉 국론통일을 이끌어내는 일”이라며, “근소한 표차로 당선됐기 때문에 화합의 문제는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충고했다. 두 신문 모두가 ‘포용과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와 <경남도민일보>의 같은 날 사설은 이들 신문과 달랐다. <한겨레>는 대선 결과를 ‘수구기득권세력의 패배’로 확실히 규정짓고, “(노무현 당선자가) 착수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부패 추방과 깨끗한 정치의 실현”이라고 못박았다. <경남도민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한국사회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첫째는 정치적 무능과 부정부패”라며 이의 과감한 척결을 요구했다.

인터넷 <딴지일보>는 심지어 “노무현은 즉각적이고 무자비한 정치보복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딴지일보>는 이 글에서 정치보복의 세부방안으로 ① 치졸한 네거티브 선거전의 책임을 물어라 ②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상대 파트너 결정권을 행사하라 ③ YS계, JP계, DJ계, 구민정계, 이인제계, 정몽준계 등 정치 6적, 쓰레기들을 소외시켜라 ④ 조선일보와 인터뷰하여 조선일보의 지면에, 조선일보의 죄를 스스로 쓰게 만들라고 주문했다.

<딴지일보>가 주문한 ‘정치보복’이 단순히 정적을 제거하라는 차원은 아닐 것이다. 구태를 과감히 척결하라는 뜻의 정치보복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포용과 화합’을 내세워 잘못된 유산이나 정치철새들까지 안고 가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 시리즈기사의 첫 번째 순서(<경남도민일보> 24일치 1면)에서도 “선거과정에서 고발 또는 수사의뢰된 불법선거운동만이라도 철저히 밝혀내 엄단해야 하며, 적당히 경고선에서 덮어버린 문제 중에서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게 있다면, 늦게라도 수사를 벌여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지역정치권의 두 번째 과제는 정치철새, 즉 기회주의자의 청산이다. 정치철새는 정치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각종 사회단체나 경제계는 물론 학계에도 이런 철새들이 넘친다.

다행히 이번 대선은 그동안 본색을 알 수 없었던 많은 지역인사들의 정치적 지향성을 확실히 드러내 준 효과가 있다. 물론 민주사회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당당히 밝힐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 패한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청산대상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민주당을 지지한 인사 중에서도 철새가 없는 게 아니다.


a 유난히 지지선언이 많았던 16대 대선. 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유난히 지지선언이 많았던 16대 대선. 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 경남도민일보

문제는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 입당과 탈당을 반복하던 인사들이 지난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공천을 못받았거나 낙선했다고 해서 우르르 노무현 지지 대열에 줄을 선 모습은 꼴사납기 짝이 없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에서도 ‘민주당은 정치적 파산자들의 집합소인가’라는 성명까지 발표했겠는가. 유독 경남지역에서 심했던 그들의 민주당 줄서기는 마치 서울에서 온갖 정치철새들이 한나라당으로 몰렸던 일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향후 정당개혁과 재창당 과정에서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철새 뿐 아니라, 대선 승리 직후부터 연줄을 대기 위해 몰려드는 '파리떼'들도 문제다. 이미 도내 민주당 지구당위원장들에게는 평소 안면도 없던 각종 기관·단체장은 물론 기업체 사장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 영입제의를 거절했던 일부 인사들의 선거 이후 태도변화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DJ정권의 권력누수가 본격화되던 지난해말 민주당 도지부 후원회장이던 박창식 창원상의 회장이 그만둔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는 자리를 앞으로 누가 꿰고 앉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그보다 앞서 오랜 기간 옛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에 깊숙이 관여해왔던 박창식 회장이 DJ정권 출범 이후 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겼던 이유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또 과거 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쪽에 있던 사람들이 DJ정권 출범과 함께 ‘제2건국위원회’의 지역조직에 경쟁적으로 참여했던 일도 도민들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대학의 총·학장은 물론 지역언론사 사장·토착기업의 대표까지 대거 참여했던 제2건국위원회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노무현 정권의 출범과정에서도 다시 어떤 정치철새들이 활개를 치게 될지, 그들이 정치개혁 과정에 어떤 걸림돌이 될 지 도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일 이번에도 DJ정권 초기의 관행이 반복되고 토호세력이 다시 지역 기득권을 움켜쥐는 순간 노무현 당선자가 주창한 ‘새정치 시대’는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 정치사에 ‘성공한 대통령’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노무현 정권과 도내 민주당을 더 철저히 감시하고 비판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선거과정에서 노무현·이회창·권영길 후보에 대해 ‘정치적 커밍아웃(지지선언)’을 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철저히 보존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의 향후 정치적 변화과정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http://dominilbo.com)에서 제공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http://dominilbo.com)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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