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

풍운의 태극목장 (1)

등록 2002.12.28 16:24수정 2003.01.02 11:2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무협작가 제갈천입니다.

저는 이곳에 지난 역사와 작금의 상황을 바탕으로 하나의 창작물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무협소설의 형식을 빌었고, 제목은 "전사(戰士)의 후예(後裔)"입니다.


고구려가 멸망한 후 고구려의 재건을 두려워한 당나라에서는 무려 이십만에 달하는 왕족 및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끌고 갔습니다. 이 사람들을 고구려 유민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하마터면 당나라를 멸망시킬 뻔한 장수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본명은 이회옥(李懷玉)입니다. 후일 당나라 조정으로부터 평로치청절도관찰사(平盧濯靑節度觀察使) 겸 해운압발해신라양번사(海運押渤海新蘿兩番使)에 임명되었고, 자신을 바로 세웠다는 뜻에서 이정기(李正己)라는 이름까지 받은 바로 그분입니다.

"전사의 후예"의 주인공은 이회옥이라는 성명으로 불립니다. 이정기 장군의 후손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사촌으로 나오는 장일정은 우리의 귀에 익숙한 해상왕 장보고의 후손입니다.

"전사의 후예"에는 반만년 역사 동안 수없이 많은 외침을 당했고, 지금도 약소국의 설움을 톡톡히 당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천하를 호령하는 강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미리 밝혀드립니다만 "전사의 후예"는 완전한 창작물입니다. 따라서 모든 등장인물과 문파의 명칭이 특정 인물이나 특정 국가, 그리고 특정 단체와 전혀 무관함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이야기의 전개와 재미를 위하여 많은 부분이 창작되었음도 미리 밝힙니다.


"전사의 후예"는 창작소설입니다. 따라서 오마이뉴스에 있는 수많은 다른 기사들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창작소설이라 생각하시고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1. 풍운의 태극목장


"하하! 용아(龍兒)야, 너무 멀리는 가지마! 어어! 그쪽으로는 가지 마. 어어…? 어휴…! 이런, 장난꾸러기 같으니…"
십이삼 세 정도 된 소년은 초원을 질주하는 망아지를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가 갑자기 조마조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 망아지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절벽과 절벽 사이를 건너뛰었다.

틈의 간격은 어림짐작을 해도 거의 이 장은 되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는 육안으로는 바닥이 확인되지 않는 무저갱(無低坑) 같은 곳이다. 따라서 떨어지면 즉사할 것이다. 아직 어린 망아지에게는 벅찬 넓이였건만 용아라 불린 망아지는 마치 천마(天馬)처럼 훨훨 날아 무사히 건넜던 것이다.

소년은 망아지가 그곳을 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다 자란 말도 건너기 힘들 것이라 생각되는 곳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넘는 모습을 보니 속이 다 후련하였다.

소년에 의하여 비룡(飛龍)이라 이름 붙여진 망아지는 전신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진한 밤색이지만 발목과 얼굴만은 부분적으로 선명한 백색을 띈 털이 돋아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혈통 좋은 순종(純種) 망아지였다. 이렇게 잘 빠진 망아지는 중원제일 목장으로 인정받는 태극목장(太極牧場) 외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서역의 여러 나라 중 오래 전에 멸망한 대완국(大宛國) 특산 순종 대완구(大宛駒)는 태극목강 외에는 없을 것이다. 다른 곳에 있는 것들은 대완구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순수한 혈통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대완구는 완전히 성장하면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천리준구로서 피같이 붉은 땀을 흘린다 하여 한혈마(汗血馬)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하! 용아야, 멀리 가지 말라니까."

소년은 여전히 바람처럼 질주하는 망아지를 흡족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얼마 후 이곳 태극목장에서 벌어질 경주대회에서 틀림없이 최종 결선에 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후후! 정아(晸兒) 녀석, 용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겠지?"

소년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성명은 이회옥(李懷玉)이다. 그는 친구이자 경쟁자인 장일정(張逸晸)이 놀랄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 모양이었다. 장일정이라는 소년 역시 소년과 마찬가지로 한 마리 망아지를 조련하고 있었다. 그 말은 전신이 온통 백설 털로 뒤덮인 백마였다. 이놈의 이름은 비호(飛虎)였다.

태극목장은 중원의 북동쪽에 위치한 대흥안령산맥(大興安嶺山脈) 깊숙한 곳에 있다. 남서 방향으로 무려 천여 리 이상 뻗어 있는 거대한 이 산맥은 높이가 일천 장이 넘는 산이지만 중원의 여느 산과는 사뭇 달랐다. 보통 산(山)하면 울창한 숲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 산은 숲 대신 드넓은 초지(草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광활한 초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말을 방목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이러한 태극목장에서는 일년에 한 번 기마술(騎馬術)을 겨루는 대회가 벌어진다. 태극마술대회(太極馬術大會)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에 이것은 태극목장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로 시작되었었다.
일년에 한 번 단오가 되면 한바탕 달리고 난 후 술을 마시면서 친목을 도모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이것을 본 사람들에 의하여 외부로 소문이 번지기 시작하였다. 하여 지금으로부터 삽십 년 전부터는 인근에서 내노라하는 실력파들이 모여 서로의 재간을 비교하는 대회가 되어 버렸다.

덕분에 대회가 열릴 때면 무수한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범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기묘묘한 묘기를 볼 때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태극마술대회의 가장 마지막에는 태극목장의 어린 말들을 처음 선보이는 시간이 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주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장차 명마(名馬)로 성장할 망아지를 사기 위하여 오는 것이다.

명마 때문에 주인이 목숨을 구한 일화(逸話)는 무수히 많다. 그래서 중원에는 명마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한(漢)나라 무제(武帝)는 유난히도 말을 좋아했던 군주였다. 그는 서역의 말이 중원의 말보다 훨씬 크고 늘씬하다는 소문을 듣고 이것을 구하기 위한 사절을 서역 각국으로 보낸 바 있었다.

이때 대식국(大食國), 파사국(波斯國) 등 서역 각국은 말이 유출될 경우 자신들을 침략할 도구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여 완곡한 거절을 하였다. 대신 적지 않은 양의 공물을 바쳤다.

이에 진노한 무제는 처남인 이광리(李廣利)로 하여금 군사를 이끌고 서역정벌을 명하였다. 결국 이광리는 대완국(大宛國)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고 그곳 특산인 대완구를 끌고 개선했다.

한혈마로도 불리는 대완구 중 전설처럼 전해지는 명마로는 조조(曹操)의 애마인 절영(絶影)과 유비(劉備)의 적로(的盧), 그리고 관우(關羽)의 적토마(赤 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위(魏)나라의 정사(正史)를 기록한 위서(魏書)를 보면 절영은 그림자조차 생길 틈이 없다고 한다. 이 한 구절만 봐도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만하다. 장수에게 야습(夜襲)을 당할 때 조조는 이 말을 타고 도망갔는데, 화살을 세 대나 맞고도 계속 달렸다고 한다.

적로는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등장하는데 이마에 흰 점이 있고, 눈 밑의 눈물샘이 컸다고 한다. 누군가가 이러한 말은 흉마(凶馬)로 주인에게 화를 준다고 하였지만 유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기에 애마로 삼았다.

그런 유비가 형주자사(荊州刺史) 유표(劉表) 밑에 있을 무렵 채모(蔡瑁)는 눈에 가시 같은 그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우연히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이적(伊籍)의 경고를 들은 유비는 황급히 성에서 빠져나오다가 양양 서쪽에 위치한 단계 계곡에서 추락하여 물 속에 빠지고 말았다.

이때 적로는 무려 삼 장이나 뛰어 올라 단계를 통과하였다고 한다. 중원 역사상 최고의 명마를 꼽으라면 백이면 백 주저 없이 적토마를 꼽는다.

비록 짐승이지만 적토마에게는 의(義)가 있다하여 최고의 명마라 일컫는 것이다. 원래는 동탁(董卓)의 말이었는데 정원을 암살하기 위하여 여포(呂布)에게 하사되었다. 그가 죽은 후에는 조조의 소유가 되었다. 그러다가 조조가 관우(關羽)에게 선물하여 그의 애마가 되었다.
이후 관우가 맥성(麥城)에서 죽자 오나라의 마충(馬忠)이 가져갔지만 먹이를 먹지 않아 며칠 후에 죽었다고 한다.

적토마는 붉은 털을 가진 말로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가 일 장이고, 몸의 높이는 팔 척이나 되었다고 한다. 당시 당나귀와 비교하면 상당한 대형마(大形馬)였다.

태극목장에서는 망아지가 태어날 때마다 전담 조련사들을 임명하는데 나이 어린 소년들이 주로 그 일을 맡아서 하게 된다. 크게 힘들일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른들보다도 세심하게 보살피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망아지를 맡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말을 맡는 소년들은 태극목장 목부(牧夫)들의 자식들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말에 대한 갖가지를 배운 터라 웬만한 어른 못지 않은 전문가들이다.

태극마술대회에는 이 소년들이 기수가 되어 벌이는 경주가 있다. 여기에서 우승마는 가장 비싼 값으로 팔려나가게 된다. 당연히 우승마를 조련해 낸 소년에겐 특혜가 주어진다. 특별히 망아지 한 마리가 상품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어차피 말을 돌보는 목부가 되려면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통 말에 비하여 이십 배 이상 비싼 대완구를 주는 것은 아니다. 태극목장에는 대완구 외에도 다른 종류의 말들이 있다. 목장에 일하는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말이 그것들이다. 이것들과 대완구가 교미를 하게되면 잡종이 만들어진다. 하여 서로를 철저하게 격리한다. 하지만 가끔 잡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잡종은 아무리 순종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외부로 팔려나가지 않는다. 태극목장이 중원제일 목장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적으로 상행위를 하는 상인도 아니건만 신용을 제일로 치고 있었고, 천하인들이 이를 인정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상품으로 주어지는 망아지는 바로 이러한 잡종이었다. 하지만 중원의 보통 말에 비하면 대단히 우수한 놈이었다.

어찌 되었건 이회옥(李懷玉)은 태극목장 목부들 가운데 하나의 자식이었다. 그의 부친 이정기(李正己)는 올해 사십을 갓 넘겼는데 젊은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태극목장의 제일목부였다. 그의 처이자 소년의 모친인 곽영아(郭英娥)는 태극목장의 주인인 곽호기(郭虎基)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인 외동딸이었다.

이정기는 타고난 성실함과 총명함으로 일찍이 제일목부 자리를 꿰찼다. 그런 그의 준수한 외모와 한일한 성품에 반한 곽영아가 적극적인 구애를 하여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던 것이다.
관련
기사
- <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