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벼랑끝 대결', 그 종착점은?

[오마이뉴스-평화네트워크 공동기획] 전쟁과 평화(4)

등록 2002.12.29 22:55수정 2002.12.31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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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결이 빠른 속도로 ‘벼랑끝’으로 향하고 있다. 출범이후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와 북한의 협상 제안을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북한을 궁지로 몰아 넣어온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카드’를 전면화하면서 ‘벼랑끝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대응 자세로 나오자, 일단 ‘협상’과 ‘무력 사용’을 배제하고 대북 봉쇄와 제재를 추진해왔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지난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하기로 하고,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을 포함한 핵시설 가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자, 북한체제의 붕괴까지도 유도한다는 이른바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경험적으로나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볼 때, ‘굴복’이 아닌 ‘반발’과 ‘핵개발 가속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간의 대결을 비롯한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지극히 어리석은 정책’이 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 ‘맞춤형 봉쇄’는 북한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고립, 봉쇄시켜 핵개발 포기를 강제하겠다는 정책으로, 북한이 끝까지 굴복하지 않으면 핵보유 전에 경제붕괴까지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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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TOP1@
이를 위해 부시 행정부는 ▲ 한반도 주변국들에게 북한과의 경제 교류를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경제제재 채택을 추진하며 ▲북한의 돈줄을 끊기 위해 미사일 수출 선박을 나포하는 등의 군사적 봉쇄를 강구하기로 했다고 CNN, <뉴욕타임즈> 등 외신들이 일제히 전하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대북 봉쇄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남한에게도 북한 핵문제의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북한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초 남한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을 방문, 대북 정책에서의 공조를 모색할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미간의 대결, 파국으로 치닫는가?

길게는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짧게는 10월 불거진 북핵 파문이후 일관된 흐름은 북한과 미국이 철저하게 ‘작용-반작용’의 과정을 밟으면서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북 봉쇄를 본격 추진하기로 한 부시 행정부에 맞서 북한이 취할 다음 조치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으로서 예상할 수 있는 북한의 조치는 5MWe급 원자로 본격 재가동, 재처리 전 단계로 방사화학실험실 가동 준비 박차, 미사일 발사 실험 동결 해제 재선언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말하는 ‘금지선(red line)’에 북한이 한발 더 다가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예정대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안 상정을 비롯한 대북 봉쇄 및 제재의 수위를 높일 경우, 북한 역시 ‘금지선(red line)’을 넘어설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사용후 연료봉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 미사일 시험 발사 강행 등이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가면 이 다음부터는 ‘전쟁’ 가능성을 포함해 한반도의 정세가 통제불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한두 달 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이 실제로 사용 후 연료봉의 재처리 단계에 들어서면, 6개월 이내에 5개 안팎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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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든지 아니면 ‘전면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른바 ‘외과수술적 공격(surgical strike)’을 통해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든지, 이것도 아니면 중단기적으로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의 공존’을 선택하면서 제재와 봉쇄 강화를 통해 북한체제의 붕괴를 계속 유도하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는 사실상 전세계에 걸쳐 비확산체제를 무너뜨리고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파열음을 낼 것이라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즉 ‘협상’과 ‘전쟁’ 이외의 대안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부시의 북한 공격, 예상보다 빠를 수도

우리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상황이 여기까지 악화되는 것을 막고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하겠지만,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의 가능성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예상보다 빨리 기습적으로 미국의 북한 폭격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이 현재 가동 준비중인 원자로를 실제로 재가동하면 북폭시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자로 재가동 이전에 북폭을 단행할 가능성이다. 실제로 94년 위기 당시 미 공군 사령관은 북폭시 다량의 방사능 유출로 한반도는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피해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북폭에 반대하기도 했다. 거꾸로 북한이 최근 원자로 재가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한가지는 북한의 핵보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북한이 재처리를 단행하면 방사화학시설실을 공격할 가능성이다. 북한이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한 다음에는, 핵보유를 막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북한이 재처리를 할 때 미국이 북폭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추진이 감지될 경우, 선제공격을 통해 미사일 시설을 파괴시킬 가능성이다. 북한은 이미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대미 압박과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미 98년 8월말 북한의 광명성 1호(대포동 1호) 발사 이후, 북한의 추가 발사 조짐이 보이면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세 가지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 재처리 강행, 미사일 시험 발사 추진 등 ‘가정들’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들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고, 이에 따라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 역시 높고 낮음을 떠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즉 ‘설마’라고 안심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본질적으로 부시 행정부는 이른바 ‘예방 전쟁(preventive war)’의 개념에 따라, “대량살상무기가 이전되고, 조립되며, 모이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부시 독트린을 공식화하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세 가지 가능성은 정확히 부시 행정부가 말하는 선제공격에 나설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부시 행정부의 북한 공격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올해 여름초 미 국방부 내에서 검토된 바 있듯이, 또한 지난 12월 11일 북한의 미사일 수출 선박 나포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의 북폭은 남한 정부 등 국제사회와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사 협의를 하더라도 합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통보를 하는 방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두말할 나위없이 이러한 상황까지 정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만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즉, 무력 사용은 물론이고 이른바 “맞춤형 봉쇄”도 북핵 문제를 푸는데 전혀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을 가속화시키고 전쟁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단호히 반대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북한에게 '금지선'을 넘지 말 것과 미국에게는 ‘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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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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