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백담사 입구에서 차를 내려 용대리 자연휴양림에 잡아 놓은 숙소에 먼저 들렀습니다. 백담사까지 다니던 버스는 눈 때문에 운행이 중단된 채였고, 8km가 넘는 눈길을 푹푹 빠지면서 걸어갈 용기가 나지 않더군요.
용대리 자연휴양림은 미시령과 진부령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면 나오는 곳입니다. 휴양림 입구에서 다시 2km쯤 산길을 더 올라가야 하는 터라, 걸어서는 도저히 가지 못하고 민박집 아저씨가 몰고 나온 차에 기꺼이 올라탔습니다.
작년 겨울에 비하면 형편이 낫다시며, 한 달 동안 꼼짝없이 눈에 갇혀 지냈던 지난 겨울 이야기를 한참이나 하시더군요. 친구들이 놀러왔다가 졸지에 갇혀서 차는 다 두고 몸만 겨우 빠져나갔다고요.
그도 그럴 것이 얼핏 봐도 50cm는 족히 되어 보일 만큼 눈이 쌓여 있었거든요. 올해는 산림청에서 포크레인을 가져다 길을 내 준 덕분에 차가 오갈 수 있는 것이라 했습니다. 제가 묵은 집엔 겨울이라 손님도 거의 없고, 너른 산장에 달랑 방 하나만 예약이 되어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용대리 휴양림은 가만 들어앉아 있으면 세상사 온갖 근심 끊고 지내는 것은 일도 아닐 것처럼, 깊고도 고요한 곳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화전민들 수백 명이 살고 있던 곳이었다 하는데, 지금은 백담사 입구와 용대리 언저리로 다 이사 나가고 4집밖에 남아 있지 않다 했습니다.
겨울 나무들은 가지마다 양껏 눈을 올려놓고 힘에 겨워하고 있고, 계곡에도 물이 흘러가는 가느다란 한 줄기를 제외하고는 온통 눈에 덮여 있습니다. 처마마다 고드름은 제 키보다 길게 자라고 있었지요. 눈의 나라 강원도에 온 것이 실감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