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출신지역 출마 금지법 도입하자

지역주의 해소와 실력 없는 정치인 퇴출책

등록 2002.12.30 12:40수정 2002.12.31 16:32
0
원고료로 응원
1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필자는 이번 선거 결과가 6월 항쟁 세대 (소위 386 세대)와 붉은 악마 세대의 합작품이라고 진단하고 싶다. 6월 항쟁 세대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겪었고 우리 사회를 이 정도로 민주화시키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세대다.

그들은 이제 사회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우리 사회의 허리를 이루고 있다. 붉은 악마 세대는 사상적, 정신적 지반을 6월 항쟁 세대로부터 이어 받고 자기들의 철학을 인터넷에서, 광화문에서, 그리고 투표장에서 행동으로 표출하였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구태의연한 정치를 개혁하라는 이 두 세대의 힘이 결집된 결과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어떤 정치 구도도 이 두 세대의 정서를 대변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치개혁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지역주의이다. 어떤 자질있는 정치인도, 좋은 정책도 지역주의라는 괴물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지역주의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지역주의가 나타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 이후에는 지역주의가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낙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의 예상으로는 당장에 지역주의가 완화내지는 퇴치될 정도로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가까이는 당장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김없이 나타날 것이다. 필자는 이 괴물을 쓰러뜨리는 데, 소위 '국회의원 출신지역 출마 금지법'이라는 보검(?)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즉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사람이 출신지역에서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호남 출신 출마자는 호남 지역에서 출마를 막고, 영남지역 출신 출마자는 영남의 어느 지역에서도 출마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꼭 출신지역이 아니더라도 전국적으로 출마할 지역구는 많을 것이다. 출신지역이 아닌 지역구에서 당선되면 그 만큼 떳떳할 것이고 지역주의가 아닌 실력으로 당선이 되는 것이다.

자기 출신 지역이 아니니 지역주의에 호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제도는 지역주의를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실력 없는 정치인을 물갈이하는 효과도 있다. 무슨 색깔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풍토에서 그 깃발만 잡고 있는 정치인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이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사법적 심판이 아닌 국민으로부터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서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아 왔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자신의 출신지역 겨우 몇 만의 지역구 주민인 것이다.

물론 이 법을 시행하는 데 각론에 가서는 논란이 많을 수 있다. 상위법과 충돌은 없는지, 출신지역을 어떻게 정의 할 것인지 (출생지로 할 것인지 또는 고등학교 졸업지역으로 할 것인지), 서울처럼 지역주의가 없는 지역은 어떻게 할 것인지 (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도 한 방법) 등 많은 이슈가 있을 것이다.

지역 출신자만이 지역구 사정을 잘 알 수 있다는 논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서울에 상주하면서 활동하는 데는 설득력이 약하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된다는 논리도 있을 수 있다. 과거 중대선거구제 아래서도 지역주의는 기승을 부렸다는 것을 기억하자. 사실 최근의 중대선거구제 도입 주장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중대선거구제가 지역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실력 없는 정치인 퇴출에는 역행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과거 전두환 정권아래 중대선거구제의 폐해(민정당, 민한당 동반 당선)를 생각해 보면 명확해 진다. 사실 소선거구제를 쟁취하기 위해 민주화 세력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스스로 소선거구제를 포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모양이 좀 우스운 법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은 “제도가 현상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Affirmative Action은 사실 국가가 인종 차별이라는 나쁜 현상을 스스로 인정하는 매우 우스운 법이다. 그러나 이 법이 인종 차별이라는 현상을 치유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국회의원 출신지역 출마 금지 특별법을 한시적으로 시행하여 정치에서 지역주의가 해소되었다고 생각될 때 폐지하면 될 것이다. 또한 이 법을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자체 단체장, 지방의회 등 모든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주의 없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민주당 180석 맞힌 '엄문어' "이대로면 국힘 승리, 다만..."
  2. 2 외국 언론이 본 윤 정권의 약점... 이 기사를 제대로 읽는 방법
  3. 3 장관님 명령하면 국회의원 검거... 그러나 검찰은 덮었다
  4. 4 "환자도 전공의도 지키자" 연세의료원장 서신에 간호사들 "황당"
  5. 5 여론의 반발에 밀려 대통령이 물러섰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