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미디어비평', 나쁜 프로그램?

설문조사 참여한 기자들조차 "선정에 문제있다" 지적

등록 2002.12.31 22:20수정 2003.01.0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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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방송담당 기자단'이 최근 발표한 '방송 프로그램 평가' 설문조사 결과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조사 결과에는 '미디어비평' 등 호평을 받아온 프로그램이 '나쁜 프로그램'에 선정돼 있어 조사 기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송담당 기자단'이 최근 발표한 '방송 프로그램 평가' 설문조사 결과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조사 결과에는 '미디어비평' 등 호평을 받아온 프로그램이 '나쁜 프로그램'에 선정돼 있어 조사 기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MBC

주요 일간지와 통신사 등 각 언론사 방송출입기자들의 모임인 '방송담당 기자단'이 지난 12월 30일 발표한 '2002년 방송프로그램 평가' 설문조사 결과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방송담당 기자단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최악의 '나쁜 프로그램' 드라마 부문에 MBC '인어아가씨'(극본 임성환, 연출 이주환)가, 교양 부문에는 MBC '아주 특별한 아침'(진행 이재용, 최윤영)이 각각 선정됐다. 아울러 연예 오락 부문에서는 KBS '서세원쇼'(연출 이용우)가 뽑혔다.

이 외에도 MBC '미디어비평'(기획제작 최용익, 진행 성경환)이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연출 최낙현 외)와 함께 교양부문 나쁜 프로그램 공동 3위에 선정됐는데 이를 두고 설문조사 결과의 '객관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MBC의 '아주 특별한 아침'과 '미디어비평'이 나쁜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을 두고 일부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설문조사에 방송담당 기자 17명 참가, "조사 표본 문제"

'방송담당 기자단' 명의로 발표된 이번 설문조사는 기자단이 매년 연말마다 각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해왔던 것으로, 올해에는 약 30명이 넘는 방송담당기자들 중 모두 17명이 설문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방식은 드라마/교양/연예오락 등 3부문으로 나눠 기자단이 뽑아놓은 프로그램 목록을 보고 해당 기자들이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과 나쁜 프로그램을 임의로 선정해 각 부문당 1, 2, 3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종집계의 경우, 1위로 뽑힌 프로그램은 3점, 2위는 2점, 3위는 1점으로 환산해 17명의 기자들에 의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프로그램이 각각의 분야에서 1, 2, 3위로 선정됐다.

이 평가에 따라 드라마 '인어아가씨'는 총 18점(1위 4명, 2위 2명, 3위 2명)으로 드라마부문 나쁜 프로그램 1위, '아주 특별한 아침'은 총 12점(1위 4명)으로 교양부문 나쁜 프로그램 1위로 결정됐다. 연예오락 부분 나쁜 프로그램 1위인 '서세원쇼'는 총 37점(1위 12명, 3위 1명)을 받았고, 교양부문 나쁜 프로그램 3위에 오른 '미디어비평'은 총 6점(1위 2명)을 얻었다.


그러나 그 동안 본격적인 언론비평 프로그램으로서 호평을 받아온 '미디어비평'과 '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을 줄기차게 보도해 관심을 불러일으켜 온 '아주 특별한 아침'이 이처럼 나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디어비평 최용익 부장은 "'방송담당 기자단'은 실제로 실체가 불분명한 단체"라며 "이번 조사는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지만 특별히 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의 '방송담당기자'들은 연말을 앞두고 서둘러 조사에 들어가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과 함께 조사기법 등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을 하고 있다.

중앙일간지에서 매체담당을 하고 있는 S기자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자들의 수가 너무 적었다"며 "좀 더 많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어야 했는데, 17명의 기자들만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객관적 조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주 특별한 아침'의 경우 여중생 장갑차사건을 집중 보도해 왔고, '미디어비평'은 언론비평 프로그램으로서 호평을 받고 있는데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A기자는 '미디어비평'이 나쁜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을 두고 사견임을 전제로 "교양 프로그램의 특성상 나쁜 프로그램을 뽑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미디어비평'이 좀 치우친 면은 있지만 나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역시 설문조사에 응한 H기자는 "매년 해왔던 일이라 이번에도 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일이 촉박해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방송기자들 '권력' 행사하려 한다" 비판…, <동아> '보복' 선정 의혹도

이와 함께 일부 기자들은 '방송담당 기자단'의 '프로그램 평가' 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응하지 않았다는 K기자는 "'방송담당 기자단'이라는 단체가 개인적으로 보기에 실체가 불분명하고 기자단 이름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평가, 선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방송담당 기자단'이 이런 평가 발표를 통해 일종의 '권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비평'이 총 6점을 받아 '나쁜 프로그램' 3위에 선정된 것은 <동아일보> 방송담당 기자 2명 모두 이 프로그램을 나쁜 프로그램 1위로 선정(개별 점수 3점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복 선정'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는 최근 '인터넷 권력 논쟁' 등으로 <동아일보>를 비판한 '미디어비평'에 대해 <동아일보> 기자들이 '괘씸죄'를 적용해 '나쁜 프로그램'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것.

그러나 <동아일보> 방송담당 J기자는 "순수한 기자 개인의 판단이었으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J기자는 또 "보도비평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MBC '미디어비평'은 항상 도식적으로 '선악 대결', '대립' 구도로 모든 사안을 몰아가서 보도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본적으로 설문조사의 표본 숫자가 적었다는 것은 문제가 될지 모르지만 <동아일보> 기자가 '미디어비평'을 나쁜 프로그램으로 뽑았다고 해서 '음모론'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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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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