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의 겨울나기안준철
보람아, 너의 고단한 슬픔의 노동도 이제 곧 결실의 때가 오고 있지 않을까? 세상을 믿기 싫고 어른들을 믿기 싫어도 네가 아버지를 두 번씩이나 껴안아 드린 것을 보면. 같이 점심을 먹자는 말에는 거절했지만, 옷을 춥게 입으신 아빠를 보고 네 맘이 아팠던 것을 보면. 머지 않아 저 외로운 가지 끝에도 너의 붉은 사랑의 열매가 매달려 있겠지.
겨울나무에 너무 마음을 빼앗겼을까? 산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해가 떠오르고 말았구나. 하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는 것도 괜찮았단다. 처음에는 아주 작게, 조금씩 커지면서, 드디어 해가 붉고 둥근 해가 떠오르더라. 차가 없어서 더 멋진 곳으로 가지 못했지만, 기술이 없어서 아름다운 해의 모습을 제대로 담지는 못했지만, 오직 너만을 생각하며 찍은 새해 첫날의 해야. 만나보렴. 그리고 해처럼 씩씩해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