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의 행복 나누기

[1]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등록 2003.01.02 12:54수정 2003.01.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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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몇 차례에 걸쳐 이어질 이야기는 아내와 내가 결혼으로 만나 아이 넷 낳아 기르면서 행복의 씨줄날줄을 엮어 온 25년 세월의 사연들이다.


가난- 처음부터 우리 부부를 따라 다니던 이 가난이라는 굴레가 2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를 떠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사랑하며 행복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을 가꾸어 나가면서 행복할 것이다.

행복한 삶, 행복한 부부관계,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꾸지 않는 이가 어디 있을까만,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흔치 않은 듯 하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누군가가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얼른 "예!"라고 대답할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가난한 사람은 가난해서, 많이 가진 사람은 또 그런대로,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만족해하지 못하고 행복이라는 것은 산봉우리 저 너머에 있는 딴 세상의 것인 양 믿고 세상살이를 마냥 힘겨워 하는 이들이 적잖아 보인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가 내게 내 삶의 행복 여부를 물어 온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예,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하련만.

물론 나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결혼 생활 24년에 이미 나이 오십 고개를 훨씬 넘어선 지금에야 겨우 22평 짜리 임대 아파트 하나를 장만한 처지다. 지금껏 아내와 더불어 아들 네놈을 거느리고 이리저리 남의 집을 떠돌며 그 동안 이사한 횟수만도 스무번이 넘는다. 하기야 셋방살이 횟수도 무슨 기록이랍시고 몇 해 전 어느 TV프로에 나가 <셋방살이, 인생살이>의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으니 그나마 자랑이라면 자랑이랄까.

그렇다고 내가 남달리 높은 학위를 가지고 있거나 무슨 대단한 명예나 권세를 움켜쥐고 있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내 집 울타리 안에서야 제법 목에 힘께나 주는 편이지만 집밖으로 한 걸음만 나서면 나는 공연히 주눅이 들어 어깨를 잔뜩 웅크리는 위인이다.

이런 나의 이력을 잘 알고 있는 내 이웃들은 내가 행복을 노래하는 것에 대해 자못 의아한 눈빛들이다.

어쨌거나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건 내 자신은 나의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단정한다.

이렇듯 내가 내 스스로 나의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행복의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은 오래 전 어느 날, 내 삶의 옆자리로 찾아 온 한 여인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사연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의 어느 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날, 마침 봄 소풍을 다녀 온 교회의 몇몇 젊은이들이 그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교회 마당에 둘러앉았다. 기우는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노래도 부르고 시도 읊고 하던 그 저녁은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순서가 돌아 내 차례가 되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내가 청마 유치환 님의 <행복>을 읊었을 때 나는 언뜻 한 여자 친구의 눈이 빛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나를 아는 이들은 다들 나의 시낭송 솜씨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바이지만 25년 전, 한창 때의 내 목소리는 지금보다는 한결 청아하고 고왔다. 더구나 청마는 그녀의 여고시절 교장 선생님이기도 했으니…….

생각해 보라.
맑고 멋진 목소리로 그것도 존경하는 선생님의 좋은 시를 그토록 아름답게 읊조리는데 목석인들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으랴.


"나, 좋은 사람과 아름답고 곱게 늙고 싶어요."
잦은 데이트가 이어지던 끝에 내가 넌지시 던진 이 한 마디를 그녀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듯, 프로포즈로 받아들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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