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대위 촛불시위 방식 동의할 수없다
다른 장소서 '평화·반전' 목소리내겠다"

촛불시위 첫 제안자 '앙마', "촛불시위 이대론 안된다" 밝혀

등록 2003.01.03 16:17수정 2003.01.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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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랍 14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모인 10만 촛불시위 인파.
구랍 14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모인 10만 촛불시위 인파.오마이뉴스 남소연
촛불시위의 첫 제안자인 '앙마'(김기보, 30·학원강사)가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와 다른 장소에서 별도의 촛불시위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3일 새벽 2시께 자신의 홈페이지(www.angma.org)에 이와 같은 글을 올리고 뜻을 같이 하는 네티즌의 동의를 구했다.

앙마의 이런 제안은 지난 해 11월 30일 첫 번째 촛불시위가 열린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 벌어진 '깃발논쟁'을 비롯해 최근 범대위의 시위 방식을 놓고 쏟아지는 비난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동안 촛불시위를 두고 오고갔던 네티즌 사이의 공방과 상처가 앙마의 제안을 통해 어떻게 표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앙마는 2일 새벽에 공개한 글을 통해 "새해에는 전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평화와 반전을 말하겠다"며 "그 시작은 1월 4일부터"라고 못박았다. 또한 "슬프지만 이제 범대위와는 따로 서겠다"고도 했다. 그는 "31일 광화문 (촛불시위)에 다녀온 이후 이젠 더 이상 범대위를 믿을 수 없게 됐다"며 "따로 평화와 반전을 말하겠다"고 했다.

장소도 애초 촛불시위 제안 장소인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앞"으로 규정했다. "사람이 많다면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가고 경찰이 막는다면 싸우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단지 촛불을 들고 이용할 광장이 필요할 뿐"이라며 그간 범대위가 내세운 '미 대사관 진출'을 거부하는 뜻을 밝혔다.

시위 내용도 "우리나라의 효순·미선이뿐이 아닌 이라크와 북한의 미선·효순이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말해 전쟁 위험에 닥친 세계의 어린이들을 위한 집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구랍 7일 자유발언대에 올라 "좁은 민족주의를 넘어 평화와 반전을 외치자"고 주장했던 앙마.
구랍 7일 자유발언대에 올라 "좁은 민족주의를 넘어 평화와 반전을 외치자"고 주장했던 앙마.오마이뉴스 남소연
앙마의 이런 제안이 공개된 지 10시간이 채 안돼 250여명의 네티즌이 이에 대한 호응의 글을 그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네티즌 권모씨는 앙마의 글에 댓글로 "이는 바로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며 "범대위 분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앞으로 생명력 있는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저렇게 해선 안된단 생각을 했다"며 앙마의 제안에 동의했다.

아이디 '카울'을 쓰는 네티즌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때로 돌아가자"며 "첫 촛불시위의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2일 범대위 측은 "지난 1일 새벽 경찰이 범대위의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철야농성장을 강제 해산한 데 항의하는 대규모 촛불시위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도 2일 "광화문 촛불추모행사후 미대사관을 향한 촛불행진이 갈수록 불법, 과격 양상이 더해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순수 추모 취지를 벗어난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적용을 할 것"이라며 "추모농성을 강행할 경우 집시법, 옥외광고물 관리법 등을 적용, 주동자 사법처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앙마' 주장 둘러싼 네티즌 찬·반 여론
"촛불시위 순수성 되찾자" vs "목소리 하나로 모아야할 때"

3일 '앙마'의 주장으로 그동안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벌어졌던 '촛불시위 논쟁'이 더욱 불거졌다. 이와 같은 논쟁은 앙마의 개인 홈페이지(www.angma.org)를 비롯 <오마이뉴스> 독자의견 게시판을 통해 벌어지고 있다.

앙마의 주장에 찬성하는 의견은 "촛불시위의 순수성을 되찾자"며 "범대위의 촛불시위에 많은 회의를 느꼈다. 이젠 반전과 평화를 말하자"는 것이 다수를 차지한다. '왕촛불'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첫 촛불시위가 진정한 촛불시위였다"며 "범대위는 촛불시위를 시민들에게 맡기라"고 주장했다. 아이디 '먼발치'를 쓰는 네티즌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극단적 소수가 아니라 묵묵히 힘을 모아가는 아름다운 다수"라며 앙마의 제안에 동조의 뜻을 내비쳤다.

"이젠 반전을 외쳐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철'이라는 네티즌도 "누구를 위한 "미대사관 진출"이냐"며 "나는 '불평등한 소파개정'과 '이라크를 포함한 반전' 둘 다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앙마의 의견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런 주장이 자칫 효순·미선양 사건 해결을 위한 국민의 목소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건아니예요'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의 분열"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목소리가 더 크게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스틸레인'을 쓰는 네티즌도 "(장갑차 사건이)이슈화되도록 하는 데는 범대위 측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을 해줘야 한다"며 "다소 의견을 달리하더라도 범대위 틀 안에서 의견 조율을 거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이디 '비각'의 네티즌은 "아침에 뉴스를 보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며 "범대위와 네티즌의 대변자 앙마가 따로 행동하기로 했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결정은 추모 세력의 분열과 반미 세력의 분열, 크게는 한국민들의 분열로 흘러갈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안도 내놓았다. '비각'은 "범대위의 대표자를 직접 만나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범대위의 답변을 들은 다음 판단을 내리라"고 권했다. / 김지은 기자


다음은 3일 오후 '앙마'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우려되는 점은 없는가.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 이용할까봐 그것이 걱정된다. 다른 우려는 없다."

- 구체적으로 범대위의 어떤 점에 대해 반대하는가.
"범대위는 범국민대책위이니 내부의 다양한 (세력의) 목소리 담아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범대위는 특정 정파의 목소리만 담고 있다. 단순한 '운동권'과 '시민'을 일컫는 게 아니다.

범대위는 단순히 집행기구로서 역할만 하면 되는데 지금의 범대위는 그 다양한 목소리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인터넷 상의 검열을 들 수 있다. 범대위 비난의 글이 범대위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삭제됐다. 이것은 범대위가 비난 소리조차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 '다양한 소리'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첫 번째는 '평화와 반전'이다. 두 번째는 집회의 주제와 형식이다. 차분히 조용하게 갔으면 좋겠다. 현재의 촛불시위가 '반미'라서 반대하는 게 아니다. '반전·평화'를 담지 못하고 있다. 민족자주라는 목소리 외에 더 큰 틀 담지 못하고 있다. 형식도 무대차 동원하든 어떻게 하든 다 좋은데 올라오는 사람의 목소리도 다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 대사관 가는 것도 반대한다. 불필요한 충돌만 일으킬 뿐이다. 그것 자체가 목적이 돼 가는 것 같다. 촛불만 들어도 미국에 압박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세계의 반전·평화 운동하는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미국에 대한 반대다. 미국이 전쟁을 선동하고 있으니. 그러나 반전·평화에 집중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미국 내 양심세력 흔들 수 있는 전략이라고도 본다."

구랍 7일 촛불시위에 참여한 한 아버지와 딸.
구랍 7일 촛불시위에 참여한 한 아버지와 딸.오마이뉴스 남소연
- 이같은 의견에 대해 동의, 건의하는 사람도 있었나?
"내가 '촛불시위 따로 하겠다'는 글을 올린 뒤로 내 홈페이지에 약 100여명의 사람들이 동의의 글을 올렸다. 메일로 건의했던 사람들도 10명 정도 된다.

- 지난해 12월 31일 평화 게릴라 콘서트 이후에도 참여 시민들과 얘기 나눴다고 하던데.
"그렇다. 그때도 현재의 촛불시위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 나눴다."

- 언제 구체적으로 이같은 결심을 하게 됐나.
"12월 한 달 내내 범대위와 네티즌 두 쪽 다 옹호하는 글을 썼다. 31일 집회 끝나고 나서는 나랑 같이 집회 나왔던 시민들 설득할 수 없겠단 생각 들었다. 또한 범대위로 인해 촛불시위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지 못하면 따로 나와서 목소리 내도 좋겠다 싶었다. 1월 1일 하루 내내 고민한 후 결정했다."

- 31일 범대위의 촛불시위 후 예정됐던 '시민열린마당'이 예정대로 치러지지 못한 것도 문제라 생각했나?
"그렇다." (애초 31일 촛불시위 전 '앙마'는 범대위가 '네티즌(시민)에게 자율공간을 달라'는 여러 사람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민열린마당' 시간을 마련했다며 그 시간에 '평화 게릴라 콘서트를 하겠다'고 밝혔었다.)

- 31일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31일 집회 후 나에게 고민 쏟아놓은 사람들이 했던 말은 범대위가 인터넷 상에서 조성된 여론, 즉 평화와 반전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집회 형식도 계속 격앙되게 흐른 것도 많이 비판하더라.

또한 <오마이뉴스>와 공동기획으로 하고 있다는, 그리고 나도 참여한, '지구촌 촛불 파도타기'도 우리 시위의 의미를 알리는 중요한 이벤트라 생각했는데 그 부분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실망했다."

- 이번(4일) 촛불시위 의미는?
"분리다. 범대위의 집회 내용과 형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따로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범대위에 대한 인간적인 존경심은 여전하다. 그 동안 존경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범대위는 이번 주 상당한 규모의 촛불시위 하겠다고 했는데 분열로 비쳐지진 않을까?
"분열이 아니라 다양성의 표출이다."

- 그밖에 하고 싶은 말은?
"경찰에게 이 자리를 빌어 한마디 하고 싶다. 경찰은 시위대의 보호자가 돼야 한다. 진압하지 말라. 우리는 순수한 평화 시위를 열 것이다. 반만이라도 광화문 공간을 열어달라. 범대위에는 범대위 홈페이지의 인터넷 게시판을 검열, 글을 삭제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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