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마'는 순수, 범대위는 변질됐다?

" '반미'나 '반전평화'는 이분법으로 나눠질 수 없는 것"

등록 2003.01.03 23:19수정 2003.01.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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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를 되찾자'는 앙마의 말은 기본적으로 지금의 범대위가 순수성을 잃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이 주장은 지금의 범대위가 '반미'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앙마 자신은 순수한데 범대위는 '반미운동'을 주목적으로 하여 변질되었다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얼핏 보기에 지금처럼 반전평화의 목소리가 중요한 시점에선 굉장히 지고지순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 말은 그 전제에 있어 심각한 잘못을 지니고 있다.

지난 30일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반전평화'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범대위는 시위를 시작하기 전에 이제는 '반전평화'의 의미로 확대해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는 최근의 한겨레 기사를 잘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범대위와 시민사회단체의 진의는 '순수한' 이들의 '반미' 비판에 매몰되어 버렸다. 또한 <오마이뉴스>는 자신들의 생각대로 시위대가 '반전평화'로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에 '이제는 깃발을 내려야 할 때'라는 기사를 메인서브면에 다루고 앙마의 주장을 담은 기사를 톱으로 처리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범대위를 '반미' 운동단체로 규정짓고 '깃발'로 상징되는 조직성과 경직성을 지닌 단체로 재단하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한 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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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대위 촛불시위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다른 장소서 ' 평화와 반전 ' 목소리 내겠다"

이번의 <오마이뉴스>의 편집과 앙마와 같은 지고지순한 이들의 논쟁은 범대위를 자신들의 시각으로 마음껏 재단하고 지금의 시위를 '반전평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계몽'적 발상에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도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첫째는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범대위가 '반미'운동을 하기 위해 모인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여중생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부시공개사과, SOFA 개정'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사실 이들의 움직임을 '반미'로 규정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다며 몰아세운 것은 일부 왜곡된 시각으로 마음껏 재단해오던 보수언론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지금의 촛불시위를 '반전평화'의 목소리로 바꾸기 위해 '순수파'들이 범대위를 '반미' 운동의 틀 속에 가둬두고 마음껏 짓밟고 있다.

지금의 범대위가 '반전평화'의 목소리로 확대해 시위를 꾸리고자 한다는 점은 위에서 밝힌 바와 같다.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주장을 하는 단체는 범대위 산하의 몇몇 단체에 불과하며, 범대위라는 이름 하에서는 잘못된 현실에 분노하는 모두의 공통의 인식 속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다음으로 지금의 '순수파들'의 반전평화로의 '계몽'은 범대위의 진의를 왜곡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범대위' 씹어대기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범대위는 그 포괄하는 단체들의 다양성이 무시되는 차원을 넘어 '욕'먹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순수파'들의 여론몰이에 범대위가 왕따당함은 단순히 '범대위' 명예훼손의 문제가 아니라 여중생 문제로 고심하는 많은 시민들의 인식을 '반미'운동 중심의 범대위'냐, '반전평화'를 외치는 '순수파'냐 라는 식의 이분법으로 왜곡하고 그 틀 속에 우리들의 시각을 고정시킨다는 데 문제가 있다. 즉 지금의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여중생 관련 시민사회의 활동에 공감해온 많은 이들을 이분법적 재단으로 나눠 이들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보이는 '반미'나 '반전평화'는 사실 이분법으로 나눠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전쟁을 고취하고 평화를 파괴하며 냉전세력이 기생하는 최강의 패권세력이 '미국'이다. 이에 대해 비판의식을 가지고 그러한 세계 최강의 전횡과 횡포에 분노하고 맞서는 것이 '반전평화'이다.

사실 '반미'는 의식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평하는 데서 쓰이는 도구이지 범대위 자체에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다만 그들은 SOFA 개정을 요구하고, 재판의 무효를 주장하며 부시의 진정한 사과로 '여중생문제'의 해결을 꾀해 왔을 뿐이다.

결국 반전평화를 외치려던 '순수파'들의 시도는 '그들만의 잣대'로 '범대위'의 본의는 왜곡한 채 범대위를 '반미'로 재단하고, 일부의 움직임을 '범대위' 전체의 것인 양 묘사하여 시민들을 혼돈과 갈등 속에 방황하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경찰청에서까지 일부에서 보여진 '폭력성'과 '반미'를 빌미삼아 '대규모 촛불시위'를 '불법시위'로 규정하고 이를 탄압하겠다고 공표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고 앞으로의 일을 전망하기란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역사는 진실에 기반하지 아니한 오판에 의한 '분열'과 '증오'는 언제나 우리들의 역량을 갉아먹어 결국 민중의 열망을 좌초킨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모쪼록 우리들의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열망이 이뤄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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