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족이 뭉친 세미뮤지컬 하고파"

[인터뷰] 13년만에 무대로 돌아온 연극배우 주호성

등록 2003.01.03 16:52수정 2003.01.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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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극단 산울림의 대표적 레파토리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공 역을 맡았던 주호성이 13년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고도를 기다리며'(87-89년), '영국인 애인'(89년) 등 15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대한민국 연극제(87년), 백상예술대상(88년)에서 최우수 남자 배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게사니'(정진수 연출 / 이근삼 극본)를 마지막으로 연극무대에서 사라졌고, 간간이 방송이나 영화에서만 그를 볼 수 있었다.

a <투란도트> 공연장면

<투란도트> 공연장면 ⓒ 한상언

이제 연극배우 주호성이란 이름보다 인기 연예인 장나라의 아버지로 알려진 그가 '투란도트'(주요철 연출 / 차근호 극본)의 대왕역으로 연극무대로 복귀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아들 장성원과 함께.


공연이 한창인 2003년 1월 1일 투란도트가 공연중인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13년만에 무대에 복귀한 느낌은.
"배우는 (공연이 끝난)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하다. 조명이 꺼지고 관객이 돌아가고 분장을 지울 때마다 마음이 이상하다. 13년만에 무대에 섰다. 그동안 연출만하고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다. 13년만에 무대에 서보니 감회가 새롭다.

연극을 하는 환경은 예전보다 열악해졌다. 몸으로 느끼는 관객의 모양새나 숫자, 언론에서 연극을 다루는 관심이 전만 못해졌다. 그럼에도 13년만에 무대에 서서 상대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다."

- 맡은 배역에 대해 설명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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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언

"분장을 하고 조명 불빛 아래서 하는 역은 대왕이라는 역이다. 자식을 몹시 사랑해서 자기 생명, 자기 목을 원수를 갚는데 쓰라고 하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역이다.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자식의 가슴에 못을 박았으면, 그런 모양이 되었겠는가.

마침 제가 널리 알려지길 장나라, 장성원 아버지로 알려졌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 나이가 되고 나니까, 자식 걱정이 제 자신의 건강이나, 제 자신의 어떤 것 보다 더 많다. 인간이면 누구나 나이 들면 자식 걱정이 제일 큰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에서도 똑같은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하니 기성복 집에서 골라 입은 옷이 색깔, 사이즈 모두 맘에 들 때처럼 편안하다. 재미있는 역할이다. 고민이 많고, 그 고민을 무대 위에 연기하는데 대사와 그밖에 것이 잘 되어 있어 하기 편안하고 즐겁다."

- 오랜만에 무대에 섰는데 부담감은 없는가?
"별다른 부담감이 있지는 않다. 사실 연기는 꼭 이번 역할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할수록 힘들고 어렵다.


사실 13년전에 연기를 안했던 이유도, 한해 열 작품이 넘는 작품을 공연하다보니 너무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정말 할수록 어렵다. 지금도 굉장히 어렵다. 역할을 한번 맡게 되면 머리가 터져 나갈 것처럼 지끈지끈 아플 정도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밥 먹고 용변 보는 시간에도 그 역할을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에서 탈피하고 싶어서 한동안 연극 일을 안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제일 자신감을 갖게 되는 때는 절망과 좌절에 헤매다가 관객을 만나서 관객이 제 연기와 함께 호흡해주고 따라와 줄 때이다. 그때야 비로소 마음을 놓게 된다. 연기는 하면할 수록 어렵고 완벽한 연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고 이 작품이, 언제나 하고 있는 이 작품이 내 생애에 가장 잘 한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하려 노력한다."


- 어떤 계기로 '투란도트'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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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언

"13년전에 '고도를 기다리며'를 가지고 아비뇽 세계 연극제에 가서 공연하고 돌아와 귀국공연을 했다. 마지막 날 마지막 회 공연에 맨 앞자리에 제가 아끼던 후배가 맨 앞자리에 앉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연극과 전혀 무관하게 연극이 끝나고 옆 까페에서 강도에게 칼을 맞아 죽음을 당했다.

그 다음에 정진수씨가 연출하고 이근삼 선생님이 쓰신 '게사니'라는 연극에 섰는데 관객석에서 그 후배의 눈길이 느껴졌다. 삶과 죽음이 고민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눈길을 느꼈을 때, “사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생각이 들어 무대에 서 있는 것이 굉장히 부담됐다.

그것도 저 혼자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냥 하나의 고민일 수 있지만 제 연극을 사랑해주시고 연극을 좋아해 주시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것을 느낄 때, “내가 한 3년만 연기를 좀 안 해 봤으면 좋겠다.” 좀 쉬고, 그때는 모든 일을 걷어치우고 연극을 했으니까, 조금만 쉬어보자. 그렇게 한 3년 쉰다는 것이 그만 하다보니 영화나 드라마 만 하고 연극은 떠날 수가 없으니까 연극 연출을 하고 그러면서 지내다 그만 13년이란 세월이 한순간에 지나가 버렸다.

이번 연극은 연출가 주요철씨가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 그러는데, 제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에는 길에서나 비행기나 고속버스안에서나 사람들을 만나면 “주호성씨 아니세요? 안녕하세요.” 이런 분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이 아니라 “장나라 아버지다.” 그래서 제 이름이 없어졌다. 차제에 나라도 안정적이고 해서 내가 연극을 한편 출연해보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주요철씨보고 “주형, 나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합시다.” 그러면서 “상대역은 누구요?” 이러는데, 젊은 남자 배역이 하나 비어있었다. 그래서 "좋은 배우 하나 있는데 보시겠어요?" 이랬더니 “보겠다”그러더군요. 마침 옆방에 성원이가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성원아 이리 건너 와봐" 하고 인사를 시켰다. 그랬더니 마침 주요철씨가 굉장하게 합당하게 생각하고 캐스팅을 해 주었다.

부자지간에 원수가 되어서 칼을 들이밀고 같이 연기를 하는 기회, 이런 기회 하늘이 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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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언

"앞으로는 성원이가 군대 갔다 와서 연극으로 연기생활을 다시 시작했으니까 성원이 일에 적극 후원하고 도와야 하겠고, 나라 3집도 만들어야 되고, 나라 영화도 마무리해야 한다.

저희 가족의 꿈이 있다면, 사실 이것은 연극 이전의 꿈인데, 나라, 성원이 저 이 세 사람이 모두 출연하는 세미뮤지컬 형태의 음악이 있는 연극을 해보고 싶다. 같은 무대 위에서. 2003년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고, 여러 가지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이나 계획으로 봐서 2004년, 그러니까 한 1, 2년 이내에는 가족들이 뭉쳐서 한번 해보고 싶다. 이런 욕심이 있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공 연 명 : 투란도트
공연기간 : 2002. 12. 30 ~ 2003. 1. 9
공연장소 : 문예회관 예술극장 대극장
문의전화 : 02-764-8760

덧붙이는 글 공연정보
공 연 명 : 투란도트
공연기간 : 2002. 12. 30 ~ 2003. 1. 9
공연장소 : 문예회관 예술극장 대극장
문의전화 : 02-764-8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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