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장관 추천제에 대한 생각

포퓰리즘인가, 인터넷 시대의 꽃피움인가

등록 2003.01.06 01:56수정 2003.01.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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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출범 후, 인사정책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노 당선자의 인사방식 중 크게 주목 받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다면평가제로, 47개 부처 중 40개 부처에서 시행중이며 노 당선자의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도입이 그 출발점으로 알려져 있다. 두번째는 인터넷으로 장관직 등 주요공직자 인선과정에서 추천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면평가제의 경우, 인수위에서 공식적으로 확대시행을 발표했으며, 현재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그 장단점을 파악하고 보완 및 개선작업에 들어 갔지만, 인터넷 장관 추천제는 한나라당의 비난성명을 통해서 쟁점화되었다.

상급자와 하급자가 모두 평가위원에 포함되는 다면평가제는 현재 해당 공무원들로부터 호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터넷 장관 추천제는 전례에 없는 일이다.

이에대해,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은 인터넷 장관 추천제를 주로 비난하며 인기영합주의인 포퓰리즘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일부는 한나라당의 비난처럼 생각하면서 가벼움을 느끼고, 일부는 인터넷과 대중의 참여민주주의가 꽃피운 것으로 생각한다.

과연 인터넷 장관 추천제가 야당의 비난처럼 인기영합주의적 발상일까, 아니면 인터넷 시대의 참여민주주의의 꽃피움일까? 어찌보면 헷갈리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곰곰히 살펴보면 네티즌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의 포퓰리즘이 아니라 깊은 고뇌가 담긴 선택임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이고 아래로부터의 변화요구라는 참여민주주의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수많은 고비를 네티즌들이 온몸으로 막아주고 밀어주면서 성장한 노 당선자로서는 그 위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이 되었고, 비록 3김씨들처럼 정치적 빚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랜동안 그를 도와준 사람들도 있고, 정말 잘 해 보고 싶은 욕심에 나름대로 생각해온 사람들을 기용할 수도 있는데, 그런 마음을 뒤로 한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것은 바로 여소야대 정국의 해법이라는 점이다. 노 당선자에게는 비록 대통령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여러가지 난관이 있다. 그것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오는 개혁의 저지선을 돌파하는 일이다. 그 임무를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정권초에 시민단체들에게 맡겼지만, 이제는 네티즌들이 개혁의 첨병이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에서 비록 몇가지 역풍도 있었지만, 시민단체의 역할은 참으로 컸다. 대부분의 개혁 프로그램이 시민단체의 지지와 성원 속에서 여론으로 형성되었고, 50년 권력인 언론에 대해서도 개혁의 메스를 들이댈 수 있었다. 그리고, 완벽하진 않지만, 남북문제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물론, 문제점도 있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 언론은 그런 시민단체의 원동력인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쳤고, 386의원들의 단란주점 출입사건, 한 시민단체장의 성추행 의문 사건 등 몇몇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건들을 잘 활용했었다. 여기에는 수구언론 뿐 아니라, 시민단체 권력의 확대를 우려한 정치권의 일부 세력들의 도움도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되는 부분들이 있다.

또, 시민단체가 도덕성을 무기로 사회의 권력으로 인식되기도 하면서, 각종 이익집단들의 조직화와 조직적인 요구들이 기승을 부렸고,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파업은 그 절정이었다.

그런 문제점들과 함께 부시 대통령의 등장과 한나라당의 정권 실정비판, 정권내부의 부패문제가 이어지면서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더이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소야대 정국을 활용한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핍박은 상상을 초월했다. 심지어 국무총리를 세 번씩이나 국회 인사위원회에 올려서 겨우 인준을 받았고, 웬만한 정책이나 법안은 제지당하기 일쑤였으며, 정권재창출은 불가능한 것으로 비추어질 정도였다.

아무리 대통령 당선자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스란이 물려받은 것이 노무현 당선자이다. 비록 자발적인 참여의식이 돋보이는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소야대 정국은 김대중 정권초기보다 심각하다. 그런 중에도 국민들은 노 당선자에게 개혁을 맡겼고, 큰 기대를 걸고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노 당선자에게 다면평가제나 인터넷 장관 추천제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우선 한국사회의 최고 엘리트 집단이면서도 상명하복과 복지부동에 길들여진 공무원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새롭게 변모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극복하는 새로운 목소리가 필요하며, 하급자도 상급자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교육을 받은 젊은 공무원들이 조직의 전통에 흡수되지 않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제 목소리를 내는 힘이 된다는 점, 정실주의나 온정주의가 아닌 합리주의 실적주의가 꽃피울 수 있는 제도라는 점 때문이다.

인터넷 장관 추천제의 경우는 여소야대에서 오는 야당의 횡포를 확실히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티즌인 국민들이 추천하고 지지하는 후보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함부로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4년에 한 번 당선되므로 변화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모두 수용할 수 없지만, 인터넷 장관 추천제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 추천하는 것이므로 거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큰 것이다.

또한, 여론의 중심이 과거와는 달라진다는 점이다. 국회 다수당도, 언론도, 시민단체도, 이익집단도 아닌 국민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의한 여론형성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참여민주주의가 가능하도록 이끌며, 집단 이기주의적 요구들을 차단하는 효과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몇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그것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포퓰리즘만은 아니다. 바로 정책결정이나 인사문제가 네티즌인 국민들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펼쳐질 수 있는 문제점이다.

첫째는, 국회 기능의 형해화이다. 국회에서 해야할 일을 네티즌들의 여론이 이미 모두 처리해 버리고 난 다음에 국회로 간다면, 국회의 중요한 기능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둘째는, 장관이나 장관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인기만을 고려한 정책을 남발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노 당선자가 소신을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등 정책현실과 국민들의 요구사항이 달라서 난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와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 당선자는 새로운 시도를 열어가야 하며 열어갈 것으로 보여진다.

정치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구도에서 탈피하여 힘있는 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거기에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의 반발을 타파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고 지금으로서는 노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국민들이 그 동력인 까닭이다. 또한, 미래 사회가 인터넷 시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서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국민의 자연스러운 참여 민주주의가 새롭게 꽃피우는 사례로 등장해야할 필요성도 있는 것이며, 그것은 21세기 대한민국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노 당선자의 실험과 의지인 새로운 인사정책과 개혁정치가 성공해서, 21세기 대한민국도 월드컵 4강에서 보여준 것처럼 경쟁력있는 국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뉴스통'에도 동시에 송고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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