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도우미의 문제로 애태우지 않게 진정한 사마리탄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석희열
화려한 꽃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싱싱한 푸르름으로
피고 싶습니다
교통사고로 전신장애자가 된 여류 화가이자 시인인 한미순의 절규가 문득 황혼에 서럽다.
지난 3일 서울 거여동 그의 아파트로 그를 만나러 가던 날은 하늘에서 함박눈이 분분히 내리고 있었다. 머리를 정갈하게 빗고 있던 그는 현관으로 들어서는 기자를 보자 흡사 새악시처럼 수줍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바깥에 눈이 내리나봐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따뜻했다. 침대가 놓여 있는 그의 방 한 켠에는 작업을 위한 컴퓨터와 캔버스, 팔레트가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3년째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마음씨 착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내온 따뜻한 커피를 한모금 마신 후 고개를 들자 휠체어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참으로 신기하기도 해라. 손님이 오시는 날 하늘에선 또 함박눈을 다 내려주시고..."
천진스럽게 웃는 그의 표정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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