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무시한 금강산 육로관광

비무장지대 동해선 관통도로의 현장공개

등록 2003.01.06 13:07수정 2003.01.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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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한 동해선 철도, 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생태보고인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의 환경과 생태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민통선과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7번 국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하였다. 이런 사실은 지난 연말인 12월 28일 동해선 공동생태조사단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생태조사단은 현장에서 사업절차상의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건교부에게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문제의 도로 착공 구간은 동해선 통일전망대에서 비무장지대 통문까지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통일전망대 북서쪽에 넓게 펼쳐진 안호저수지 주변의 너른 습지와 산림 지역이다. 도로착공현장은 이미 지뢰제거를 마친 상태로 주변 산림과 습지를 갈아 엎은 상태이다.

폭 10m이상으로 토양을 1m 가까이 파헤쳤고 식물은 나무고 풀이고 뿌리까지 다 사라진 상태이다. 12월 중순부터 눈이 내려 스키장처럼 눈바닥이 길게 이어져 있다.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고 생태계를 파괴한 현장은 통일전망대에서 뚜렷하게 관찰된다. 산의 허리를 띠처럼 잘라낸 상처가 구체적으로 보인다.

산림과 습지로 어우러지는 비무장지대의 생태보고를 두동강 내기 위한 경계선이 뚜렷하게 그어지고 말았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온 환경부 담당자는 "협의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건교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질문에 궁색해진 건교부 관계자들은 이후 '지뢰제거를 하기 위한 공사'라며 변명을 했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단순한 지뢰제거가 아닌 큰길을 내기 위한 토목공사 현장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해선 사업은 분단으로 인해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남과 북이 공동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송현리-송현진리 일대의 저진리민통선검문소에서 남방한계선을 지나 군사분계선까지 약 9.2Km의 거리다.

이 구간에 철도를 복원하고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02년 9월부터 동해선 사업의 일환으로 철도청이 주도하고 환경부가 지원하여 동해선공동생태조사단을 구성하여 비무장지대 동해선 지역 일대의 생태계를 조사중이다.


동해선 사업에서 발생하는 생태환경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비무장지대 일원를 제대로 보전하고 관리하면서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식물과 동물 등 총 10개 분야의 생태전문가들이 망라되어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생태전문가들이 제출한 비무장지대 동해선 일대의 생태계 보전 대책은 현재까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지난 12월 28일 생태조사단은 철도청과 건교부에 강하게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환경영향평가 최종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도로건설에 착공하면서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훼손하는 건교부 등 정부행위는 생태조사단을 들러리로 세워 환경영향평가를 요식 행위로 만드는 처사이다.

건교부와 철도청 등 담당사업기관들은 "정부의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 결정된 기간 내에 공사를 해야 한다"며 공동생태조사단이 지적한 환경생태적인 진단과 대안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금강산 육로 관광길이 열리는 동해선 사업 구간은 155마일 비무장지대 중에서도 독특한 생태계와 경관을 간직한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 사빈(바다모래지대)-사구-습지-산림이 하나의 전체적인 생태계 형성하고 있어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가치가 왜 우수한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현장이다. 특히 동해선 철도가 지나가는 통일전망대부터 군사분계선까지 남한의 동해안 어디를 살펴봐도 찾아보기 힘든 해당화군락을 비롯한 사구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공동생태조사단원인 가톨릭대학 조도순 교수(생태학)는 "동해선이 지나가는 비무장지대는 해안사구와 습지, 산림 등이 어우러져 국내 어디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이런 곳에서 건설공사를 하면서 환경은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도로와 철도 사업에 있어 환경이 무시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동해선 사업에서 철도는 복원해야 하지만 도로는 신규로 내지 않아도 대안이 충분하다. 기존에 개설된 저진검문소-통일전망대 구간의 7번 국도 2차선콘크리트 도로가 있고, 최근에 국방부가 개설한 금강산 임시도로가 있어 이를 적절히 연결하면 된다. 현재 금강산 육로관광객들을 소화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기존의 도로를 사용하고 이후 교통수요가 늘어날 때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고려하여 도로건설을 검토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교부를 비롯한 정부는 한사코 새로운 도로를 고집하고 있다. 이는 비무장지대의 환경과 생태계의 훼손은 물론이고 예산낭비까지 이어진다.

이는 도로라는 사회기반 시설의 중복과 과잉설치를 해온 건설부의 도로건설과 토목 중심의 개발드라이브가 국제적인 생태계 보고지역까지 이어져 분단 58년 동안 생태계 보고를 형성해온 비무장지대 생태계 훼손을 가져오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없는 도로건설 이외에 도로의 출입국관리소(CIQ)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철도 출입국관리소는 민통선을 벗어난 이남지역 건설될 예정이다. 그러나 도로 출입국관리소는 비무장지대 바로 코앞인 통일전망대 근처에 계획중이다.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가치는 순수한 비무장지대 자체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 완충지역이자 생태계의 공존의 공간인 민통선과 어우러질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인체로 비유하면 비무장지대가 '뼈'요 민통선은 '살'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출입국관리소와 같은 대형시설물을 민통선 한 가운데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은 환경과 생태는 뒤로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남북의 왕래에서 북한은 하나의 국가로 인정된다. 그래서 금강산육로 관광에서 출입국관리소가 필요하다. 다만 민통선 자체가 통제구역이다. 그래서 민통선 외곽에 설치하여 운영하면 된다.

정부는 '통관에 관한 업무 특수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민통선 자체가 민간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군의 관리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어떠한 공권력이나 법적 통제가 가장 강력한 제한공간이다. 그래서 민통선 내에 도로 출입국관리소를 설치하겠다는 정부의 계획과 변명이 궁색하다는 것이다.

동해선 사업은 통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다. 이런 의미를 부정할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통일의 길을 내는 민족적인 사업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길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환경·생태적 가치는 김대중 대통령도 누차에 걸쳐서 강조한 사항이다. 2001년 환경부 연두순시 때도 강하게 이에 대한 언급을 했다. '비무장지대 일원을 국제적인 접경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로 국제적인 보호지역은 고사하고 국내의 일반적인 생태계 보호지역에서 통용되는 제도와 절차도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 가을 착공한 경의선 공사에서도 환경은 뒤로 밀렸다. 당시 경의선 생태조사단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 관통 구간의 도로는 전부 교각으로 통과시킬 것을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사기간과 군사적인 대비태세를 이유로 무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조사단의 제안이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착수할 때는 성과에 집착해서 조급하게 서둘렀지만 결과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기간이 있었음에도 당초 공사 기간을 너무 조급하게 잡아서 환경과 생태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남북교류협력과 통일로 가는 길인 동해선과 경의선 사업은 남북 모두의 숙원사업으로서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이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통일의 그 날을 위해 남북을 아우르는 한반도 생태축 비무장지대의 자연생태계를 훼손 없이 보전하는 일이다.

독특하고 가치 있는 한반도 생태계를 형성해온 백두대간과 비무장지대를 온전하게 보전하고 통일 이후 미래세대에게 남겨주는 것은 남북교류와 통일의 기본전제와 대원칙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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