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기행> "도청이전 발목잡기 이제 그만"

전남 행정수도 이전 지역 균형개발 기대 높아

등록 2003.01.09 09:39수정 2003.01.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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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가 공장이 있소? 기업이 있소? 반드시 도청은 와야제.'

목포권 주민들은 일부 정치권과 광주지역에서 전남도청 이전사업을 잡고 늘어질 때마다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해 왔다. 이미 법적 절차를 마치고 1년 전부터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도청이전 반대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다보면 행여나 지역이기주의로 매도되지 않을까 하며 숨죽여 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지역방송과 토론회에서 "도청이전을 반대한다"며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신청사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고까지 했다. 숨죽인 목포권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광주지역 일부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삭감 논란이 불거졌던 새해 도청이전 예산이 천신만고 끝에 통과되자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선거 때마다 불안감

a 무안군 삼향면에 들어서고 있는 전남도 신청사. 지난 연말까지 12층 골조공사를 마쳤다.

무안군 삼향면에 들어서고 있는 전남도 신청사. 지난 연말까지 12층 골조공사를 마쳤다. ⓒ 정거배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6월 지방선거와 8.8재보선 그리고 대통령 선거까지 일부 정치권에서 도청발목 잡기를 계속해 왔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더구나 전남과 살림살이를 달리하는 광주에서 도청이전사업을 흔드는 사례에 대해서는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자마자 정치권에서 휴대폰 도청의혹이 불거져 한동안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도청'이라는 말이 연일 뉴스를 통해 회자되자 도청이전이 어렵게 된 것 아니냐며 혼란스러워하는 등 해프닝마저 벌어졌다. 목포권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한 마디로 '전남도청이 올 것인지 말 것인지'라는 오리무중 속에 지내왔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이처럼 10년 가까이 도청이전 공방으로 바람 잘날 없었던 목포권 주민들에게는 전남도청이전이 항상 기대와 불안거리로 동시에 작용해왔다. 대통령 선거 결과 목포는 노무현 후보가 95.9%라는 전국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반면 이회창 후보는 2.8%라는 저조한 득표결과가 나왔다.


한나라당 목포지구당은 최소 두 자리 수 득표율을 목표로 정했으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친 수준이었다. 이런 결과는 목포 역시 전통적 민주당 텃밭이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도청백지화 발언에 대한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 이상 전남도청이전을 놓고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목포권 주민들의 경고가 표출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남악리 신청사 골조공사 12층까지 진척


2002년 한해를 하루 남겨 둔 지난달 30일 전남도청 신청사가 들어서고 있는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행정구역상 무안군에 속하지만 목포시내와는 자동차로 10분 남짓 거리에 불과하다. 지난 2001년 12월 공사에 착수한 신청사 건설공사는 지상 23층 가운데 1년만에 12층 건물 골조 공사를 마쳤다. 당초 8층까지 추진할 계획이었던 것에 반해 진척도가 빨라진 것이다. 전남도청이전 사업본부 관계자는 올 말까지는 23층 골조공사를 완료하고 내부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도청사 부지 보상부터 매입 그리고 건축공사까지 2002년까지 1천65억원이 투입됐다. 그리고 올해는 3백73억원이 정부예산에 반영됐다. 도청사 건립비 2천151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집행된 셈이다.

도청이전 그만 떠들었으면...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로 통하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목포시 옥암동이 마주하고 있다. 이 마을 초입에서 18년째 작은 가게를 하고 있다는 임영임(57)씨는 광주를 향해 "제발 도청 갖고 떠들지 말았으면..."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9남매를 두었다는 임씨는 "목포가 뭐 하나 볼 것 있냐"며 도청이전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하도 도청이전을 물고 늘어져서 큰 소리 한번 치지 못하고 순순히 논,밭 보상비 받은 아랫동네 사람들은 목포로 이주를 했다고 한다.

그들도 앞으로 3년 후에 도청이 들어서고 남악리가 새롭게 변모하게 되면 구멍가게라도 하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임씨는 귀띔했다. 지난 93년 새 도청 소재지가 삼향면 남악리로 결정됐지만 무려 6년간이나 표류하다가 지난 99년 전남도의회를 통과할 때까지도 그랬다.

일부 정치인들과 광주사람들이 도청이전을 두고 헛기침이라도 하면 목포권 주민들은 속으로 몸살감기를 앓을 정도였다. 주민들은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영암 대불산업단지 활성화보다도 전남도청 이전에 희망을 거는 이유가 있다.

뭐니뭐니 해도 도청이 이전하고 도시가 사람이 늘어나야 장(場)이 설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이에 대해 목포경실련 김종익 사무국장은 “도청이전을 계기로 인구유입 효과를 가장 기대하고 있다”며 도시기반이 확장됨으로써 행정타운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전계기로 분권화 기대

목포권 주민들은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켰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다른 지역에서 도청이전문제를 갖고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목포시 신흥동 김아무개(42)씨는 “노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도청이전을 둘러싼 정치사회학적 논란은 사라지게 됐다”고 못을 박았다.

그 이유는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공약으로 삼았을 뿐 아니라 지방분권화를 국민에 약속한 것은 전남도청 이전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지방분권화의 핵심은 국토균형개발인 만큼 광주, 전남지역의 균형개발과 도청이전사업은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광주, 전남지역에서 노 후보를 90% 이상 지지한 만큼 더 이상 도청이전을 두고 논쟁거리로 삼으려는 시도는 이율배반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새해부터는 신도청 소재지가 될 남악신도시 개발사업도 본격 시작된다. 남악신도시는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와 목포시 옥암동 일대 2백70만평을 오는 2005년까지 1단계로 개발한다. 전남의 행정수도가 될 남악신도시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범도시로 선정됨으로써, 도시건설 사업예산의 절반인 2백80억원 정도를 국비로 지원 받게 됐다. 전남도 입장에서는 그만큼 예산확보 고민을 덜게 된 셈이다. 용지보상작업도 80% 정도 완료돼 오는 3월 첫 삽질을 시작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남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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